경찰·노동당국, 청도 열차사고 전담 수사팀 구성

2025-08-20 13:00:04 게재

블랙박스·CCTV 영상 분석, 사고 원인 규명

결과 따라 과징금 부과, 사장 해임 건의까지

철로 안전 점검에 나선 노동자 7명이 숨지거나 부상한 경북 청도 열차 사고 원인을 밝히기 위해 경찰과 노동당국 등이 사고원인 규명에 나섰다. 사고 책임이 코레일에 있는 것으로 결론나면 정부가 코레일에 과징금을 부과하고 나아가 사장 해임 건의까지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20일 경찰에 따르면 경북경찰청은 형사기동대와 과학수사계 소속 직원 등 34명으로 수사전담팀을 구성했다.

무궁화호 열차가 선로 인근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 7명을 치는 사고가 발생한 19일 경북 청도군 화양읍 삼신리 청도소싸움경기장 인근 경부선 철로에서 경찰과 소방, 코레일 등 관계자들이 사고가 난 무궁화호 열차 주변을 조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관식 기자

수사전담팀은 전날 운행 중 선로 주변을 이동하던 노동자들을 친 무궁화호 열차에 부착된 블랙박스와 사고 현장 주변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확보해 사고경위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수사전담팀은 또 코레일측의 시설 안전 점검 작업 계획서 등을 확보해 적절한 현장 노동자 안전대책을 마련했는지, 현장에서 제대로 적용했는지 등을 따져볼 계획이다.

경찰은 또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관계기관들과 현장 합동감식도 벌일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발생 당시 상황을 정확히 확인하기 위해 현장에 투입됐던 노동자들 진술도 확보해야 하나 부상으로 치료 중인 까닭에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도 이번 사고에 대한 15명의 수사전담팀을 구성하고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 등을 수사한다. 이와 함께 특별근로감독도 실시할 예정이다.

사고 발생의 구조적인 원인을 철저히 밝혀낼 수 있도록 국토부와도 협업한다.

특히 철도 노동자 출신인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이날 현장을 방문해 “일어나선 안 될 후진적 사고가 또다시 발생한 것으로 각종 산업안전 의무 위반이 밝혀지면 강력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이날 철도안전정책관 철도안전감독관 철도경찰 등 초기대응팀을 현장에 급파해 사고 복구를 지원하고 사고 원인 조사에 착수했다.

사고현장을 방문한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고속철도를 수출하는 나라에서 이런 후진국형 철도사고가 일어난 것에 대해 주무부처의 장으로서 심히 유감”이라면서 “작업계획 수립부터 그 사후관리까지 철도 안전관리 전반을 전면 쇄신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책임소재를 명백히 가리고 위법 사항에 대해서는 엄중히 조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사고 책임이 코레일에 있다고 판단될 경우 과징금 부과, 사장 해임 건의 등 조치도 이뤄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문희 코레일 사장의 임기는 내년 7월까지다.

앞서 국토부는 2022년 코레일 직원이 화물열차에 치여 숨진 오봉역 사고, 승객 30여명이 다친 영등포역 무궁화호 탈선 사고의 책임을 물어 이듬해 코레일에 과징금 18억원을 부과했다. 또 당시 나희승 코레일 사장에 대해 해임을 건의한 바 있다.

이날 사고 뒤 국토교통부는 “철도안전법령 위반 사항이 있었는지 철저히 조사하고,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중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19일 오전 10시 52~54분쯤 경북 청도군 화양읍 삼신리 청도소싸움 경기장 인근 경부선 철로에서 동대구역을 출발해 경남 진주로 향하던 무궁화호 열차(제1903호)가 선로 근처에서 작업을 위해 이동 중이던 노동자 7명을 치었다. 이 사고로 2명이 사망하고 5명은 중경상을 입었다.

사고를 당한 노동자 7명 가운데 1명은 코레일 소속이고, 나머지 6명은 구조물 안전 점검을 전문으로 하는 하청업체 직원으로 파악됐다. 특히 사망자 2명 모두 하청업체 직원이다.

코레일 안팎에서는 이번 사고를 둘러싸고 공공부문 안전불감증을 원인으로 꼽았다.

전국철도노동조합은 성명을 내고 “더 이상 땜질식 처방은 안 된다”며 근본적인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철도노조는 “이번 사고는 2019년 밀양역 사고와 판박이”라며 “밀양역 사고 이후 운행 선상에서 이뤄지는 죽음의 상례 작업(열차 운행 중 시행하는 선로 유지보수 작업)은 중단됐지만, 위험지역을 벗어난 선로변 작업은 여전히 상례 작업으로 진행돼 왔고 결국 오늘 작업자들의 죽음을 불러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열차가 다니는 주간에는 운행선을 차단하고 작업하지만, 인접선은 여전히 열차가 다니는 상황으로 이에 대한 안전조치가 없는 실정”이라며 “지난해 구로역 사고가 인접선 운행 열차와 충돌해 발생한 대표적 사례로 코레일은 사고 직후에야 인접선도 차단하는 조처를 했다”고 지적했다.

철도노조는 “땜질식 처방으로는 제2·제3의 사고를 막을 수 없다”며 “현장을 잘 아는 노동자가 참여해 총체적인 안전점검을 진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코레일에 따르면 2020년 66건이던 철도 관련 산재 사고는 2023년 78건으로 증가했다. 산재 사고사망자는 2020년 이후 매년 발생해 지난해까지 총 10명이었다. 지난해 8월엔 서울 지하철 1호선 구로역에서 전차선 보수작업을 하던 코레일 소속 30대 노동자 2명이 사망했다.

한편 코레일은 사고와 관련해 “이번 사고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역사고수습본부를 가동하는 등 비상대응체계를 유지하면서 관계기관의 조사에 협력하고 있다”며 “유가족과 부상자의 구호와 지원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장세풍·한남진·김선철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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