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감탄’ 하기 좋은 쌀의 날
곽도연 국립식량과학원장
매년 8월 18일은 ‘쌀의 날’이다. 한자 ‘米(쌀 미)’를 풀면 팔·십·팔(八·十·八), 즉 8월 18일이 된다.
이날은 쌀 한톨에 담긴 농부의 여든여덟번 손길과 그 정성을 기리기 위해 제정되었다. 한때 생존의 기반이었고 지금은 식량안보와 농촌 경제를 지키는 핵심 작물인 쌀. 그러나 요즘 밥상에서 쌀은 자리를 잃고 있다. 이상기후로 재배는 어려워지고 소비도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다. ‘쌀의 날’은 단순한 기념일을 넘어 우리의 식탁과 농업 미래를 진지하게 되짚어보는 시간이 되고 있다.
벼는 우리나라 식량의 핵심 작물로 농업 생산량의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그러나 벼 재배과정에서 논에 고인 물이 산소가 부족한 환경을 만들고 이때 토양 내 메탄을 생성하는 균이 활발해지면서 많은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실제로 논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매년 조금씩 줄고 있지만 아직 농업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의 30% 가까이 차지한다.
지속 가능한 농업 미래를 위해 쌀 자급률을 지키면서도 환경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묘안이 필요하다.
이런 배경 속에서 국립식량과학원은 쌀 산업의 새로운 전환점을 제시하는 품종, ‘감탄’을 선보였다. ‘감탄’은 기존 ‘새일미’ 품종에 뿌리로 가는 영양분을 제어해 토양 내 메탄균 발생을 억제하는 ‘gs3’ 유전자를 개발했다. 이 품종을 통해 세계 최초로 메탄 저감 기작이 규명되었으며, 실제 메탄 발생량도 최대 24%까지 줄이는 효과가 확인되었다. 온실가스를 줄이면서 재배 가능한 이 품종은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저탄소 농업의 중요한 시작점이라 할 수 있다.
경제성과 품질 측면에서도 ‘감탄’은 뛰어난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일반적으로 비료 사용을 절반 정도 줄이면 수확량이 15~20% 감소하는 반면 ‘감탄’은 고작 7%만 줄어 생산성 손실이 적고, 농가의 비용 부담도 줄여줄 수 있다. 또한, 잎도열병 등 병해에 강한 특성 덕분에 기상이변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재배가 가능하다. 이러한 특성은 농가의 소득향상은 물론, 미래 농업의 경쟁력 강화에도 실질적인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감탄’은 유전학적 특성과 환경 대응력을 바탕으로, 농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기후변화 대응, 식량안보 확보, 농업소득 안정이라는 복합 과제를 하나의 품종에 담아낸 성과이자, 쌀 산업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기준이다.
농촌진흥청은 2022년부터 논농업 분야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그린라이스’ 연구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농업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국가 목표 달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벼 신품종 ‘감탄’은 그 대표적인 성과로, 현재 지역별로 실증 연구를 추진하고 있으며, 앞으로 농가 보급을 통해 저탄소 친환경 벼 재배를 본격적으로 확산할 계획이다.
‘쌀의 날’을 계기로 쌀 한톨에 담긴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고 ‘감탄’이 보여주는 친환경 농업의 가능성에도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기후 위기 시대에 쌀 산업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농업인뿐만 아니라 소비자, 정부 기관, 산업계 모두의 협력이 필요하다. 우리 관심과 실천이 우리 농업의 미래를 더욱 건강하게 만들어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