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시평

부동산 재원의 생산적 전환 - 한중 양국의 반면교사

2026-03-12 13:00:13 게재

한국이 부동산 거품 제거 정책을 추진하면서 강력한 부동산 억제 정책을 펴고 있는 중국 상황을 떠올리게 된다. 한국은 금융과 세제를 통한 수요관리와 신규주택 공급을 통한 부동산 가격관리 정책으로 부동산 재원의 생산적 분야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중국은 부동산 개발 기업에 대한 자금공급을 축소하는 2021년 ‘3개 레드라인’ 시행 이후 부동산 의존형 성장모델과의 ‘고통스러운 결별’을 겪고 있다.

한중은 부동산 시장 개혁이라는 목표는 같지만 추진 과정은 서로에게 반면교사가 되고 있다. 한국은 무엇보다 중국이 부동산 안정화 조치 이후 겪고 있는 내수침체가 재현되지 않도록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역대 정부가 부동산 규제 이후 내수침체가 오면 부동산 가격 부양에 다시 나서던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중국이 겪고 있는 내수침체는 부동산 자산가치는 급락(2021년 이후 주요 도시는 20% 내외, 중소도시는 30% 이상)했지만 부채는 그대로 남은 ‘대차대조표 불황’에 기인한 바가 크다. 개인들은 자산의 70%를 점하는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자 사회적 안전망이 미비한 상태에서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면서 미래 불확실성에 대비하고 있다.

은행대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던 부동산 대출을 축소해 집중적으로 투입한 국가전략산업이 일자리 창출과 소득증대 효과의 부족으로 인해 부동산을 대신하는 경기진작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탓도 크다.

내수창출의 주요 축인 지방정부의 재정악화도 경기침체를 심화시켰다. 지방재정의 40%를 차지하던 토지매각수익이 급감하면서 도로 교량 지하철 등 공공인프라 투자가 위축되었기 때문이다. 지방재정 악화를 덜어주기 위한 중앙정부의 특별채권도 이자상환에 우선 충당되고 있다. 지방정부는 국가보조금이 지원되는 전기자동차 태양광 배터리 등 국가전략산업으로 몰려갔으나 과잉생산과 출혈경쟁으로 인한 수익성 저하와 제품가격 하락 등으로 디플레이션을 초래하기도 한다.

정부가 주도하는 중국, 조력자 역할의 한국

지난 5일 중국 양회 업무보고에서 중국정부는 부동산 경기침체 완화를 위해 재고주택의 매입, 우수 부동산 프로젝트의 대출 재개 등을 제시했으나, 여전히 내수회복에는 부족해 2026년 경제성장률 목표를 35년 만에 5% 이하인 4.5~5%로 제시했다.

한국은 중국과 달리 부동산 자금의 생산적 전환 과정에 시장기제의 역할을 활용하고 있다. 부동산 분야에 묶여있던 유동성을 주식과 벤처투자 등 생산적 분야로 유도하되 투자 선정은 시장에서의 미래가치와 수익성 검증을 거치게 한다.

정부는 법제와 세제, 금융정책을 통해 부동산 자금을 생산성과 수익성이 높은 자본시장으로의 이동을 유도하는 ‘조력자’ 역할에 주력한다. 이런 방식은 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른 수요위축을 주식 펀드 등의 투자수익으로 보완할 수도 있기에 중국의 국가주도형 정책에 비해 내수침체의 예방과 연착륙의 가능성이 크다.

중국이 부동산 재원의 생산적 전환 과정에서 한국에게 시사하는 무거운 과제도 있다. 전략산업 육성 과정에서 나타나는 ‘재원 투입의 압도적 집중력’과 ‘정책추진의 일관성’은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중국은 재원 활용의 비효율성과 과잉생산의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제조 강국’을 향한 치열한 의지를 고수하면서 인공지능(AI) 로봇 전기차 등 첨단산업에서 독보적인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했다. 이는 정권교체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국가전략산업의 방향이 수시로 흔들려온 지금까지의 한국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부동산이 경제성장 견인하던 시대는 끝나

중국이 부동산 재원의 생산적 활용이 일정한 성과를 거둔 데에는 새로운 산업의 육성을 위해 각종 규제를 과감히 철폐하고 이공계 고급인재를 체계적으로 육성해 ‘재원과 정책과 인재의 결합’을 효과적으로 이룬 점도 있다. 한국은 규제완화에 대한 저항과 우수인력의 이공계 기피 현상 등으로 인해 산업경쟁력 제고에 필요한 정책 환경 조성과 인재 공급에 취약하다.

부동산 재원의 생산적 전환을 시도하더라도 국내 산업의 경쟁력이 갖추어지지 않으면 부동산 재원이 해외주식이나 달러, 금과 같은 비생산적 투자로 ‘이탈’할 우려가 있다.

한중 양국은 ‘같은 숙제’를 ‘다르게 풀면서’ 서로에게 타산지석이 되고 있다. 중국은 ‘시장기제의 효율성’과 ‘민간의 자율성’의 활용이 부족하고, 한국은 ‘기득권의 지대추구 극복‘과 ‘고급 이공계 인재 육성’ ‘국가 전략의 일관성 유지’에 미흡하다. 부동산이 경제성장을 견인하던 ‘쉬운 시대’의 종말은 불가피하다. 새로운 방식으로 국가의 부를 창출하는 신산업 시대로 도약을 위해 한중이 서로의 지혜를 공유할 때다.

이창열 한국통일외교협회 부회장 중국사회과학원 경제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