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무임승차 연령 조정에 대한 대안
서울 지하철의 기본요금은 현재 1550원이다. 이 금액이 어떤 이에게는 큰 돈이지만 이 요금만으로는 적자를 면하기 어렵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7241억원으로 전년보다 약 41% 증가했다. 누적 적자는 거의 19조원에 육박한다.
이처럼 재정적 어려움이 심각해지면서 각종 무임승차 제도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특히 현재 65세 이상 누구나 지하철 무임승차 혜택을 받는 현행 제도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무임승차 기준을 70세 혹은 75세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노인 사회 내부에서부터 나오고 있다. 이는 고령화 가속, 평균 수명 연장, 건강한 고령층 증가라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노인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지자체와 교통 운영 기관의 재정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무임승차 연령을 조정하는 방안은 충분히 논의할 가치가 있다. 그러나 단순히 연령 기준을 일괄적으로 상향하는 것은 너무 단선적인 접근으로 보인다. 오히려 시간대에 따른 차별적 적용이 보다 합리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 개편 필요성 커져
첫째, 출퇴근 시간대에는 고령자에 대한 무임승차 혜택을 제한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 이 시간대는 많은 이용자로 인해 지하철이 매우 혼잡한 편이다. 이때 무임승차를 유지하면 좌석난과 혼잡이 악화될 수 있으며 이는 공공교통 전체의 효율성 저하로 이어진다.
고령자에 대한 무임승차 대신 출퇴근하는 노인들을 위한 혜택은 세금 공제, 교통비 지원 또는 월급에서의 공제 방식 등으로 전환하는 편이 젊은 세대에게도 형평성 있게 느껴질 수 있다.
둘째, 비혼잡 시간대에는 무임승차를 유지하는 것이 사회적 비용 측면에서 부담이 크지 않다. 노인들의 이동 자유를 보장하는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노인들이 대중교통을 통해 사회 활동을 지속하는 것은 정신적·신체적 건강 유지에도 도움이 되며,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또한 혼잡시간대가 아닌 시간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을 장려한다면 첨두 시간(피크 타임)에 몰리는 수요를 분산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무임승차 제도의 개편은 단순히 재정 절감의 목적에 묶여서는 안 된다. 이는 공공재정의 지속 가능성과 세대 간 연대를 함께 고려하는 사회적 합의 과정이어야 한다. 고령 사회에서 젊은 세대와 고령 세대 모두 공감할 수 있는 균형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는 시대 변화에 맞춰 조정될 필요가 있다.
초고령사회가 눈앞에 다가온 지금 현 제도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그러나 단순한 연령 상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시간대별 조정, 경제활동 노인에 대한 직접 지원, 재원 구조 전반에 대한 개혁적 접근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그래야 젊은 세대의 부담을 완화함과 동시에 노인의 이동권도 지킬 수 있는 정책적 균형을 실현할 수 있다.
이분법적 논쟁보다 사회적 논의 필요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특정 방안을 유일한 해법으로 보는 이분법적 논쟁이 아니라 사회적 논의를 개시하는 것이다.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 개편 논의는 우리 사회가 직면한 재정적 압박과 고령화라는 두 문제를 한눈에 비추는 거울이다. 공공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면서도 노인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방안에 대한 보다 넓은 공감과 대화의 장을 여는 출발점이 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