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정부 지방분권정책 핵심은 ‘주민’
국정과제에 주민주권 대거 담겨
원론적 과제, 실행력 담보 관건
국민주권정부를 표방하고 있는 이재명정부 지방 정책의 핵심 중 하나는 ‘주민’이다. 최근 확정해 발표한 국정과제에도 주민 중심 정책들이 대거 담겼다. 주민자치회 활성화, 주민투표제·주민소환제·주민소송제 개선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이들 정책이 대부분 원론적 과제인 만큼 실행력이 담보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새정부 주민중심 대표 정책은 주민자치회다. 실질적인 주민 대표성을 가진 주민조직을 만들어 풀뿌리 주민자치를 완성하겠다는 목표로 추진하는 사업이다. 기존 주민자치위원회가 행정의 보조 또는 자문 역할을 했다면, 주민자치회는 말 그대로 스스로 대표성을 갖고 정책 수립과 의사결정 역할까지 하는 자치조직을 표방한다.
이미 기초는 만들어졌다. 주민자치회는 지난해 말 기준 144개 시·군·구 1641개 읍·면·동에서 시범운영 중이다. 전체 읍·면·동의 46.1%에 해당하는 규모다. 전면 시행을 위한 준비는 되어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행안부는 주민자치회를 법제화하기로 했다. 지금은 지방분권균형발전법(제 40조, 주민자치회의 설치 등)에 근거를 두고 있는데, 이를 지방자치법으로 이관할 계획이다. 전국 모든 읍·면·동에서 전면적으로 실시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의도다.
주민자치회 구성 방식도 다양하게 고민 중이다. 위원 수와 자격, 선정 방식 등을 지역 특성을 고려해 맞춤형으로 설계하겠다는 것이다. 행정조직에서 읍·면·동이 구분되는 것처럼 주민자치회도 지역 특성을 고려해 구성하겠다는 의미다.
주민자치회는 더 나아가 ‘주민선택 읍·면·동장제 시범 실시’로 연결된다. 읍·면·동장 직선제를 주민자치의 완성이라고 보고 일련의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주민자치회를 마을기업 주민참여예산제 등 다른 주민참여제도와 연계해 마을돌봄, 공공자산 활용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며 “5개년 중장기 마을계획을 수립해 추진 중인 광주 북구 용봉동 사례처럼 실질적인 마을 자치의 토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소환제·주민소송제·주민투표제 등 현재 시행 중인 주민참여제도도 대대적으로 손보기로 했다. 기준을 완화해 주민참여 기회를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대표적으로 주민소환제를 들 수 있다. 이 제도는 주권자인 주민이 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을 직접 해임할 수 있는 제도인데, 청구 요건이 까다로워 실제 이뤄진 사례가 거의 없다. 제도를 시행한지 20년이 됐지만 겨우 11건이 실시됐고, 개표까지 이뤄진 건 2건 뿐이다. 이 때문에 제도개선 요구가 끊이지 않았다.
주민소송제도 마찬가지다. 주민소송제는 제도 시행 20년 동안 추진된 소송은 45건 뿐이고, 이 중 주민이 이긴 사례는 없다. 제도의 실효성이 없다는 얘기다.
주민조례발안제 장벽도 낮추기로 했다. 법률에는 상한선만 있고 조례로 자율 조정이 가능한 만큼 지자체들이 적극적으로 제도를 운용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서울시는 주민조례 발안을 위한 법률 상한선이 4만명이지만 조례에 2만5000명으로 요건을 완화해 운영하고 있다. 전자서명 수단을 확대해 청구 편의성도 강화했다. 주민조례 발안은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모두 436건이 접수됐고, 이 가운데 163건(37%)이 실제 의회에서 의결됐다. 개인형 이동장치 이용 및 안전증진 조례(경기 용인시, 2024년), 공동주택 노동자 인권 증진 조례(대전 대덕구, 2022년) 등이 대표적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자치분권 역량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주민자치 활성화가 필요하다”며 “주민 권한을 강화하는 다양한 법·제도적 조치를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