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한 ‘윤-한 갈등’<윤석열-한동훈>…국힘 전대 ‘윤-한 대리전’ 양상
김건희 “한동훈이 배신 않았더라면” … 장동혁 “한동훈? 전한길 공천”
친한계 “이 여자 정신 못 차렸구나” … 한동훈, 찬탄 후보 지지 호소
구 여권 붕괴의 출발점으로 꼽히는 ‘윤-한 갈등(윤석열-한동훈)’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모습이다. 하루 앞으로 다가온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겉으로는 ‘반탄파(탄핵 반대) 대 찬탄파(탄핵 찬성)’ 대결로 치러지고 있지만, 실제로는 출마하지도 않은 두 사람의 대리전 양상이 엿보인다는 분석이다.
22일 개최되는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반탄파 대 찬탄파 대결 구도로 치러지고 있다. 반탄파로 꼽히는 김문수 전 노동부장관과 장동혁 의원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해 우호적 분위기다. ‘윤 어게인’을 외치는 전한길씨를 비롯한 강성 보수층은 김 전 장관과 장 의원을 지지하는 분위기다. 반면 찬탄파 조경태 의원과 안철수 의원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찬탄파 후보를 공개 지지한다.
이렇듯 겉으론 반탄파 대 찬탄파 대결 구도지만, 한꺼풀만 벗겨보면 ‘윤-한 갈등’ 구도가 여전히 작동한다는 분석이다. 한 전 대표는 윤석열정권 초에는 ‘황태자’로 불릴 정도로 윤 전 대통령과 가까웠지만, 지난해 1월 한 전 대표가 김건희 여사를 비판하면서 갈등 관계로 바뀌었다. 두 사람은 이후 1년 반 넘도록 극심한 충돌을 되풀이했고, 12.3 계엄과 탄핵으로 이어졌다.
탄핵과 함께 소멸되는 듯 했던 ‘윤-한 갈등’은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통해 되살아나는 모습이다. 반탄파와 찬탄파 대결이 마치 윤 전 대통령과 한 전 대표의 대리전 양상으로 해석되는 것이다.
전당대회가 대리전 양상으로 치닫자, 이를 겨냥한 행보도 잇따르고 있다. 윤 전 대통령과 가까운 신 평 변호사는 20일 SNS를 통해 전날 이뤄진 김 여사와의 접견 내용을 공개했다. 신 변호사는 “(김 여사와)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한동훈이 어쩌면 그럴 수가 있었겠느냐’고 한탄하기도 했다. ‘그가 그렇게 배신하지 않았더라면 그의 앞길에는 무한한 영광이 기다리고 있었을 것 아니냐’고 했다”고 전했다. 전당대회 투표가 이뤄지고 있는 와중에 친윤쪽이 김 여사 입을 빌려 한 전 대표를 ‘배신자’로 낙인찍은 것이다. 반탄파를 결집시키면서 동시에 찬탄파를 견제하려는 메시지로 읽힌다.
친한계(한동훈)는 거세게 반발했다.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김 여사가 구치소에 면회 온 신 변호사에게 했다는 말을 듣고 든 생각은 전직 영부인에게 실례인 줄 알지만, 솔직히 ‘이 여자 아직 정신 못 차렸구나’였다”며 “한 전 대표가 온갖 회유와 협박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부부의 월권과 불법비상계엄에 맞서 싸우고 그로인해 핍박을 받는 것은 그에게는 훈장이고 영광으로 남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탄파 장동혁 의원은 지난 19일 후보 TV 토론회에서 ‘내년 재보선에서 한 전 대표와 전한길씨 중 누구를 공천할 거냐’는 질문에 전씨를 택했다. 장 의원은 “전씨는 탄핵 때부터 우리 당을 위해 당과 함께 열심히 싸워온 분이다. 지금도 민주당, 이재명정권과 열심히 싸우는 분”이라고 설명했다.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외치는 한 전 대표 대신 ‘윤 어게인’을 주장하는 전씨를 선호한 것이다.
한 전 대표도 친윤과 반탄파의 공세에 맞서 찬탄파를 적극 밀고 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6일 “상식적인 후보들의 연대와 희생이 희망의 불씨를 살릴 수 있다”며 찬탄파 조경태·안철수 의원의 단일화를 촉구한 데 이어 20일 “투표했다. 조용히 상식의 힘을 보여 달라”며 사실상 찬탄파 후보에 대한 지지를 거듭 호소했다.
1년 반 넘도록 계속되는 ‘윤-한 갈등’은 22일 전당대회 이후에도 당분간 종식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다. 윤 전 대통령을 대변하는 반탄파 후보의 당선이 유력한 가운데 찬탄파와 친한계의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