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부수고 조사 내용 흘리고
잇단 수사 방해에 특검 차질 우려
체포 거부 윤석열, 특검 고발키도
3대 특별검사팀의 수사가 이어지면서 갖가지 수사방해 행위가 속출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빠듯한 수사일정에 차질을 빚을까 우려된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해병대 채상병 순직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검팀은 최근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증거를 인멸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나섰다.
정민영 특검보는 전날 브리핑에서 “이 전 대표가 지난달 10일 특검의 압수수색 이후 측근인 A씨와 함께 한강공원에서 증거를 인멸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에 A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해 휴대전화 여러 대를 압수했다”고 밝혔다. 김건희 여사와 오랜 친분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이 전 대표는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로비 의혹의 당사자이자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의 핵심 인물이기도 하다.
특검팀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자신의 자택에 대한 특검의 압수수색 직후인 지난달 15일 A씨와 함께 본인이 사용하던 휴대전화를 파손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A씨는 이 전 대표의 휴대전화를 발로 밟아 연기가 날 정도로 파손됐다고 한다. A씨는 이렇게 파손한 이 전 대표의 휴대전화를 한강공원 쓰레기통에 버렸는데 특검팀은 이 과정을 현장에서 확인하고 촬영까지 했다. 또 해당 휴대전화 실물을 확보해 복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A씨 자택을 압수수색하면서 A씨가 이 전 대표의 변호사법 위반 혐의 관련 알리바이를 꾸며준 정황도 포착했다. 이 전 대표는 도이치모터스 1차 주가조작 주포인 이정필씨에게 재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을 수 있게 해주겠다면서 8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김건희 특검팀의 수사를 받고 있다. 특검팀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A씨가 이 전 대표의 금전거래 경위를 어떻게 설명할지 알리바이를 메모하고 있던 현장을 포착하고 관련 메모를 압수했다고 한다.
특검팀은 A씨를 증거인멸 혐의로 입건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검팀은 20일 ‘평양 무인기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김용대 전 드론작전사령관의 변호인에 대해 조사 참여를 중단시켰다. 수사내용과 군사기밀을 유출했다는 이유에서다.
김 전 사령관과 변호인은 제기된 의혹을 해명하면서 관련 내용을 언론 등을 통해 설명해왔는데 이를 문제 삼은 것이다.
박지영 특검보는 “언론에 입장을 표명한다는 이유로 변호인이 조사과정에서 취득한 기밀을 외부에 공표하고 유출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조사 내용이 알려질 경우 공범들의 진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증거인멸의 우려가 크다는 게 특검팀의 판단이다.
이에 대해 김 전 사령관 변호인은 “수사권 남용에 따른 방어권 침해”라며 준항고와 헌법소원 제기 방침을 밝혔다. 반면 특검팀은 김 전 변호인을 수사 방해 등 혐의로 수사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김 여사 관련 각종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측으로부터 고발까지 당했다.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20일 직권남용 체포, 직권남용 감금미수, 독직폭행 등 혐의로 민 특검과 문홍주 특검보에 대한 고발장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제출했다.
앞서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출석요구에 계속 불응하자 법원에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지난 1일과 7일 영장 집행을 시도한 바 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이 속옷 차림으로 버티고, 의자에 앉아 저항하면서 강제구인에 실패했다. 이로 인해 윤 전 대통령을 상대로 공천개입 의혹 등을 확인하려던 특검의 계획도 틀어진 상태다. 윤 전 대통령이 법원에서 적법하게 발부한 영장 집행은 거부해놓고 오히려 법집행에 나선 특검을 고발하면서 수사 차질이 우려된다.
특검팀은 국민의힘의 비협조로 당원명부와 통일교 교인 명단을 비교·대조하는 작업에도 애를 먹고 있다.
특검팀은 지난 2023년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를 앞두고 통일교 교인들이 대거 국민의힘에 입당했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은 특검팀은 지난 13일과 18일 국회를 찾아 영장을 제시하고 통일교인 명단과 국민의힘 당원 명부를 대조하는 작업에 협조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국민의힘의 반발로 모두 무산됐다.
특검팀은 다시 영장을 청구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지만 국민의힘이 계속 반발하고 있어 대응이 쉽지 않아 보인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