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박홍근 의원(국정기획위 국정기획분과장)

“대통령, ‘귀 열고 듣자’고 주문…국민 마음 얻는 게 중요”

2025-08-21 13:00:37 게재

“온나라국정관리시스템 구축, 국정과제 실시간 이행상황 국무회의 보고”

먹사니즘과 잘사니즘 결합해 국민과 국가가 동시에 행복할 방안 제시

지적재산권·통계 관련 부처 위상 확대도 정부조직개편안에 포함돼

검찰개혁 쟁점 모두 검토해 대통령에게 보고 … “국민 불이익 없어야”

“국민의 마음을 얻는 게 중요하다.”

이재명정부 5년의 설계도를 그린 국정기획위원회의 실무를 총괄한 박홍근 의원은 지난 19일 국회의원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국민주권과 국민 행복을 위한 국정과제들의 성성과를 내기 위한 방안으로 이같이 말했다.

사진 이의종
국정기획위 국정기획분과장과 정부조직개편TF팀장을 맡았던 박 의원은 “이 대통령이 제대로 귀를 열고 듣자며 경청을 강조했다”는 점을 확인하면서 국정과제의 원칙 중 맨 앞에 ‘경청과 통합’을 내세운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산업화, 민주화를 거친 후 이재명정부의 시대적 소임은 국민 행복”이라며 “먹사니즘과 잘사니즘의 동시적 추구와 함께 국가와 국민의 공동 행복이 목표점”이라고 했다.

그가 유달리 관심을 둔 부분은 ‘검찰개혁’이었다. 문재인정부때 여당 원내대표로 검찰의 직접수사권 폐지를 주도한 그는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이번 검찰개혁을 마지막 단추로 봤다. 그러면서 국민 불이익과 불편 없는 검찰개혁을 위한 쟁점과 보완할 점을 세세하게 이재명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했다고 했다.

‘기획’한 국정과제를 점검하고 보완하는 데에도 주력했다. 이재명정부의 123개 국정과제를 실시간으로 점검하고 이를 국무회의에 보고, 평가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정부조직개편에서는 지적재산권을 책임지는 특허청과 통계를 다루는 통계청의 위상 격상이 포함됐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어떤 역할을 했나.

국정기획위원회의 임무가 이재명 정부 5년을 설계하고 5개년 국정 운영 계획을 수립하는 거였다. 국정기획분과장은 이를 총괄하는 선임 분과장이다. 전체 각 분과의 논의 일정을 조율하고 지침을 주고 이견을 조정해 최종 안을 만드는 분과였다. 정부 조직 개편, 국가 비전 5개년, 국정운영 5개년 계획, 재정 투자 계획 수립, 국민주권 강화와 통합 등의 TF도 총괄했다. 대통령실과의 소통을 전담하기도 했다.

이재명정부가 아주 혼란한 가운데 태동했기 때문에 최대한 빠르게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촘촘한 설계도를 잘 그려줘야 한다는 책무감이 컸다. 결국은 월화수목금금금으로 일해 전화 받을 시간도 없을 정도였다.

●이재명정부 5년의 최종 목표는 ‘국민주권’과 ‘국민 행복’으로 잡았는데.

헌법 1조에 담긴 국민주권과 헌법 10조에 나와 있는 행복 추구권을 염두에 뒀다. ‘경청과 통합’ ‘공정과 신뢰’ ‘실용과 성과’ 등 3가지 원칙과 ‘국민이 하나 되는 정치’ ‘세계를 이끄는 혁신 경제’ ‘모두가 잘사는 균형 성장’ ‘기본이 튼튼한 사회 고객 중심의 외교 안보’ 등 5개 기둥을 세웠다. 그 밑에는 123개의 국정 과제와 564개의 실천 과제가 배치됐다. 산업화, 민주화를 거친 후 이재명정부의 시대적 소임, 시대정신은 국민 행복이다. 물질적 행복이 소위 먹사니즘이라면 정신적 행복은 잘사니즘이다. 먹사니즘과 잘사니즘의 동시적 추구와 함께 국가와 국민의 공동 행복이 목표점이다.

●실용과 성과를 위한 경청, 통합, 공정, 신뢰를 구축하기엔 상당히 어려운 환경 아닌가.

경청과 통합은 대통령이 매우 강조하는 지침이었다. ‘제대로 귀를 열고 듣자, 그동안 듣는 것도 제대로 안 했다, 듣는 것부터 시작하자’는 거다. 경청을 기본으로 국민통합을 추구하겠다는 계획이다.

처음엔 ‘통합’ 대신 ‘협치’를 생각했는데 국민의힘이 협치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국민의힘과의 협치보다 더 큰 개념은 국민과의 통합이다.

또 이 대통령은 공정 문제에 대해 몸에 체화돼 있다. 특혜적, 특권적인 것을 싫어한다. 심플하게 접근하는 스타일이다. 향후 국정 운영에 있어 기존의 관료 집단이나 기득권 계층이 아마 크게 곤란한 상황에 많이 내몰릴 거다.

‘실용과 성과’와 관련해 대통령께서는 국민 삶의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냐는 걸 증명하는 행정과 정치를 하라고 계속 반복해 왔다.

●코스피 5000, 잠재성장률 3% 등 숫자로 된 목표치가 부담되지 않았나.

내부적으로 국정 과제에 숫자를 너무 많이 넣는 거에 대해 좀 신중하자라는 의견이 당연히 있었다. 코스피 5000 시대, 잠재 성장률 3% 시대 등의 수치는 달성이 되냐 안 되느냐는 평가 등 불필요한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빼자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AI 3대 강국, 5대 문화 강국 등 상징적이고 중점적으로 해야 할 것은 분명히 하는 게 낫다는 의견과 실제 불가능한 목표치가 아니기 때문에 더 역량을 집중해 나가는 것이 맞지 않겠냐는 의견이 많았다.

●조직개편안은 왜 공개하지 않았나.

우선 워낙 민감하고 예민한 문제라는 점 때문이다. 또 시기적인 측면인데 이미 현행 정부조직법에 따라 인사가 이뤄지고 업무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급할 이유가 없었다. 내란계엄 이후 정부를 안정시켜야 하는 책무도 있었다. 임명된 인사를 한 두 달 만에 바꿀 수도 없지 않느냐.

7월 중순과 8월 1일에 정부조직개편안을 이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요구받은 추가 보완을 거쳐 최종안을 제출했다. 이 대통령은 배석한 (비서)실장에게 ‘잘 검토하라’고 했다. 정부 조직개편안은 국정 5개년 계획안과는 별도의 트랙으로 당초 발표할 계획이 없었다. 앞으로 대통령실에서 최종적으로 결정할 것이다.

●검찰, 기재부, 금융위, 기후에너지부 등 이미 윤곽은 나와 있는 것 아닌가.

정부 조직 개편의 방향을 알고 싶다면 그 힌트는 대통령이 공약을 했거나 말씀을 하셨는지를 보시라고 언급한 바 있다. 여기엔 기재부, 금융위, 기후에너지부, 여성가족부 등이 포함돼 있다. 방통위 등은 방송통신 거버넌스 구축을 위한 민관협의체로 운영한다는 정도만 들어가 있다. 국가가 힘을 실어 시대의 흐름에 부응하는 정책을 펴야 되는 부처들의 경우는 위상을 격상시킬 것들이 있었다. 지적 재산권이나 통계 데이터 등의 경우다.

●검찰개혁 과제의 쟁점들도 검토했나.

검찰을 어떻게 개편하면 되는 것인지 뿐만 아니라 개편 과정에서 어떤 것을 더 유념하고 보완해야 되는지 등 세부적인 부분, 쟁점 사항까지 다 검토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현재는 총리 주도로 챙기고 있다. 총리와 당의 검찰개혁 TF가 서로 협의하면서 안을 만들게 될 것이다. 사법 행정 서비스를 받는 국민들의 입장에서 이로 인한 불편함이나 불이익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권력기관 개편이라고 하는 시대적 흐름에 부응하면서도 국민의 불이익이나 불편함이 발생하지 않도록 양자를 동시에 추진하는 차원에서 검토했다.

●검찰개혁 문제를 꼼꼼히 살핀 이유가 있나.

2022년 문재인정부 마지막 한 달 반 남았을 즈음에 원내대표를 맡아 검찰 개혁 2단계를 추진했다. 당시 직접 수사권 폐지를 목표로 했고 이번 검찰 개혁 3단계는 수사권과 기소권의 완전분리다. 마지막 단추다. 여기까지 마무리한다는 소명 의식 같은 게 있었다.

●731개 법률에 대한 입법전략은.

이재명정부 초반임에도 불구하고 국회에서 국민의힘의 협조를 받는 것은 매우 난망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해서 바로 손을 뿌리쳐서는 안 된다. 우리는 결국 국민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 정치를 하는 것이다.

국민의 마음을 얻는다는 것은 다수 국민, 3분의 2 정도의 국민이 우리가 추진하는 여러 가지 정책이나 또는 입법에 대해서 동의하고 지지하게끔 만드는 것이다. 국민의힘의 정략적 반대를 이길 수 있는 가장 큰 힘도 거기에서 나올 것이다.

유권자로부터 선출된 개별 헌법기관에 대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제 역할을 다 하라고 촉구하고 독려하고 설득해야 할 필요는 있다.

하지만 여야 간 합의가 안 됐을 때 우리가 따라야 될 규범은 여야가 합의한 국회법이고 이 절차를 따를 수밖에 없다. 다만 그 앞에 야당의 의견을 듣는 것을 너무 소홀히 하거나 등한시하거나 또는 형식적으로 하는 거에 대해서는 국민들도 다 보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진심을 다해서 노력해야 한다. 국민의 마음을 얻는 게 중요하다.

●국정과제 실행 점검과 평가가 더 중요하지 않나.

각 부처의 국정과제 이행 관리를 위해 가칭 국가미래전략위원회를 설치하는 의견을 담았다. 국가미래전략위원회는 대한민국 국가 미래 아젠다에 대한 기획 기능을 담당하면서도 국정 과제에 대해 종합적으로 점검, 보완, 재검토하는 곳이다. 집권 중간에 시대의 흐름과 정치 경제적 상황에 따라서 새롭게 반영해야 될 내용이 들어갈 수도 있다.

구체적인 관리는 국무조정실의 업무 평가실과 대통령실 정책실 안의 국정과제 비서관실에서 한다. 국정과제엔 1번부터 123번까지 번호가 매겨지고 부처 단독인지, 공동인지가 기록돼 있다. 각 부처와 공공기관이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를 월별 분기별 반기별 연도별로 점검하고 온라인 시스템인 ‘온나라 국정관리 시스템’을 통해 실시간으로 점검, 확인하면서 기관 평가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상시 모니터링을 통한 이행상황은 국무회의나 차관회의에 보고되도록 시스템이 짜여질 것이다. 또 정부 안에 범부처 협의체를 운영을 해 나갈 거다.

●백서도 나오나.

국정기획위원회의 활동과 결과물을 담은 550페이지에 가까운 백서가 마지막 교정 단계에 있다. 9월 초에 발간하게 될 거다. 1만여 부 정도를 찍어서 국회의원들뿐만 아니라 각 부처의 장차관들, 언론사, 각 지역의 시장, 군수 등 단체장들까지 배부할 예정이다. 이후엔 국정 과제에 대한 확산 작업이다.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는 고위 공직자, 중간 관리자에 대한 교육을 할 거고 당 차원에서도 선출직들, 당직자 특히 시도당과 지역위원회별로 교육 활동이 하반기에 이뤄질 것이다.

●210조원이 드는데 재원마련은 어떻게 하나.

윤석열정부 감세 정책을 정상화했을 때 들어오는 세수와 비과세 감면(조세 지출) 개편, 국세청의 AI 세무 행정 등 조세 행정 효율화, 경제 성장률 상승, 한은의 잉여금 등 세외 수입으로 94조원 정도를 만들고 의무 지출 사업 등 지출을 구조조정해 5년 동안 96조원, 기금에서 10조원 등 모두 106조원 절감하기로 했다. 여기에 민간투자와 연기금 투자로 10조원을 마련하면 추가적인 재정 부담 없이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박준규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