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위협에 인도 크리스마스 수출 급제동

2025-08-22 13:00:05 게재

미 바이어 주문 보류·취소

최대 30% 할인 요구까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인도산 수입품에 50% 관세 부과를 경고하면서, 크리스마스 트리 전구부터 천사·별 장식 등 연말 장식품을 미국으로 보내는 인도 수출업자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21일(현지시간) 사정을 아는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 바이어들이 주문을 미루거나 취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일부는 관세 부담을 상쇄하기 위해 최대 30% 할인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도 수출업자들은 현재 25%의 미국 수입 관세를 부담 중이며, 이달 27일부터 러시아산 원유 구매에 대한 제재 명분으로 관세율이 50%로 두 배 오를 가능성이 크다. 업계는 초반 25%는 바이어와 분담했지만, 50%는 어느 쪽도 감당하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북인도 사하란푸르의 소규모 장식품 업체 우드아트의 창업자 조지 말릭은 “미국 수출 물량이 전체의 60%인데, 올해 매출이 작년보다 50% 줄 수 있다”면서, 약 5000만루피(약 57만4000달러) 규모의 물량 35%가 보류되거나 할인 요구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인도는 최근 몇 년 새 크리스마스 장식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웠다. 2024년 미국의 인도산 크리스마스 관련 수입액은 7300만달러로 전년(6430만달러)보다 늘었다. 종이로 만든 ‘베들레헴의 별’이나 포인세티아용 저가 화병 등 부가가치가 낮은 품목 비중이 크다. 다만 중국은 여전히 압도적으로, 지난해 미국 수출이 32억달러에 달한다. 그럼에도 인도는 지난 10년간 장식품 수출을 거의 3배 확대하며 점유율을 꾸준히 높여왔다.

계절상품 특성상 6~10월 선적 창구를 놓치면 연말 쇼핑 수요를 타기 어렵다. 통상 9월 이후 선적은 수주일이 걸리는 해상 운송 대신 비싼 항공 운송을 택해야 해 채산성이 급격히 떨어진다. 최근에는 홍해 항로 리스크까지 겹치며 물류 불확실성도 확대됐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과 예멘 후티 반군의 상선 공격 여파로 다수 선박이 수에즈 운하를 회피하고, 인도발 미국행 화물이 희망봉을 경유해 35일이 걸린다. 기존 21~23일 대비 운송 기간이 크게 늘어난 셈이다.

현장에서는 선적 보류가 속출한다. 일부 바이어는 확정 관세율이 나올 때까지 결정을 미루고, 수출업자들이 현지 창고 비용을 떠안는 사례도 나타난다. 인도 그리니치 메리디언 로지스틱스의 아베이 라나 북인도 영업총괄은 “이 시기면 대미 크리스마스 화물이 늘어야 하지만, 추가 25% 인상 가능성 탓에 해상 물동량이 감소했다. 많은 화물이 ‘홀드’ 상태”라고 말했다.

업계는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통상 메시지가 관세 인상과 함께 공개되며 양국 관계가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고 본다. 관세가 50%로 확정될 경우, 중소 수출업자와 미국 리테일러 모두 가격 전가가 불가능해 수요 위축과 대체 조달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인도의 대미 장식품 수출이 주요 성수기를 앞두고 흔들리는 가운데, 관세 확정 여부와 물류 경로 정상화가 연말 매출을 좌우할 분기점으로 부상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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