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관세위협, 누가 웃을까

2025-08-22 13:00:01 게재

닛케이 “엔비디아·애플·TSMC ‘조건부’ 면제 가능성”

트럼프행정부가 반도체 수입 관세를 조만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와 소비자 모두 파장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철강과 반도체 수입에 곧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반도체에 대해 최대 300%까지 부과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닛케이아시아는 21일 “이번 조치는 미 상무부가 국가안보 위협 여부를 따지는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에 근거한다. 업계는 영향이 단순히 반도체 제조사에 그치지 않고 훨씬 넓게 확산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시장조사업체 ‘테크널리시스 리서치’의 밥 오도넬 대표는 “반도체 관세가 실제로 시행된다면 미국 내 수많은 제품 가격이 상당히 오를 것”이라며 “결국 반도체 업체뿐 아니라 이를 구매하는 기업, 최종 소비자가 부담을 지게 된다”고 분석했다.

미국 싱크탱크 ‘정보기술혁신재단(ITIF)’에 따르면 반도체 수입에 25% 일괄 관세만 부과해도 첫해 미국 경제성장률이 0.18%p 줄고, 10년 지속될 경우 10년 차에는 성장률이 0.76%p 둔화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추진 이유로 반도체 제조업의 리쇼어링(미국 복귀)을 들고 있다.

애플이 이달 7일 미국 내 제조업 투자액을 1000억달러 추가해 총 6000억달러로 늘리겠다고 발표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공장을 짓는 기업에는 관세를 부과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엔비디아도 향후 4년간 미국에 최대 5000억달러 규모의 AI 서버를 TSMC 등 파트너와 함께 구축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 공언에 따르면 이런 투자약속 역시 관세 면제 조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웨드부시 증권의 애널리스트 댄 아이브스는 “큰 기업들은 이미 게임의 규칙을 이해하고 있다”며 “트럼프의 관세 위협이 실제만큼 강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삼성전자와 대만 TSMC는 바이든정부의 칩스(CHIPS)법 보조금을 받아 미국 내 수십억달러 규모의 공장을 짓고 있다. TSMC는 올해 미국 투자액을 1650억달러로 늘렸다. 하지만 트럼프정부에서 완전한 관세 면제를 얻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TSMC와 삼성은 미국 기업들보다 높은 기준을 충족해야 할 것”이라며 “아마 추가 투자가 필요할 것이다. 이들 기업도 결국 면제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한편 성숙공정(레거시 노드) 반도체 업체들은 미국 이전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마진이 낮고 공급망이 부족해 비용을 맞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숙공정 칩은 가격이 워낙 저렴해 300% 관세를 붙여도 파급이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테크널리시스 오도넬 대표는 “1달러짜리 칩이 3달러가 되는 셈”이라며 “쉽진 않겠지만 재앙적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번 관세 위협의 최대 수혜자로 꼽히는 기업은 인텔이다. 닛케이는 “인텔은 파운드리 사업 확대와 매출 반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관세 면제 기준이 ‘미국 내 제조’라면 인텔과 협력하려는 고객사가 늘어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현재 인텔은 독일·폴란드 공장 계획을 철회했고 미국 오하이오 공장 건설도 지연시킬 계획이다. 올해 하반기 18A(1.8나노미터) 공정 양산을 우선시하면서다. 인텔 CEO 립부 탄은 “후속 14A(1.4나노미터) 기술 투자도 고객 수요 확정 없이는 진행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오도넬 대표는 “이번 정책으로 인해 대형 IT 기업들이 인텔과 협력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며 “이는 장기적으로 미국에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은 최근 인텔에 2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정부도 인텔 지분 10%를 취득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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