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로사고 도급업체 ‘작업계획서’ 엉터리

2025-08-22 13:00:02 게재

작업인원 9명으로 적고 6명만 투입

교육서명자에 없는 직원 2명 사상

지난 19일 경북 청도군 화양읍 삼신리 경부선 하행선에서 철로 비탈면 안전점검에 투입된 민간도급업체의 작업계획서가 엉터리로 작성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경부선 열차사고 나흘째…유류품 수색하는 경찰 22일 경북 청도군 경부선 열차사고 현장 인근에서 경찰이 사상자들의 유류품 수색을 하고 있다. 해당 장소에서는 지난 19일 작업자 7명이 무궁화호에 치이는 사고가 났다. 청도 연합뉴스

작업계획서에는 작업인원이 9명으로 기재됐으나 실제 사고당일 현장에 투입된 노동자는 6명이었다.

또한 계획서에 교육을 받았다고 서명한 노동자 6명 중 2명은 다른 직원으로 바뀌어 투입돼 사망하거나 중상을 입었다.

22일 내일신문이 확보한 민간도급업체의 작업계획서는 지난 19일 안전관리자 이 모씨와 작업책임자 김 모씨가 결재한 서류로 작업당일 오전 8시 45분부터 8시 55분까지 ‘경부356k 870(우)’에서 작업책임자 김씨로부터 교육을 받고 작업현장에 투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계획서에 따르면 작업장소와 작업량은 ‘경부347㎞770(우)' 외 14개소(1315m)이며 작업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였다. 작업량은 1315m였고 작업인원은 9명으로 기재됐다. 열차감시자는 시점 박 모씨, 종점 성 모씨가 각각 배치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이날 사고발생 당시 실제 현장에 투입된 민간업체 노동자는 9명이 아니라 6명이었다. 코레일 직원 1명은 감독자로 작업계획서 상의 민간업체 노동자와 별개다.

또 작업계획서에 첨부된 교육서명 명단과 실제 투입 노동자도 달랐다. 당초 작업계획서 교육서명자에 있던 박 모씨와 김 모씨 대신 조 모씨와 안 모씨가 들어갔다. 조씨는 사망했고 안씨는 중상을 입었다.

경찰은 사고 당일 직업현장에 투입된 노동자가 바뀐 이유 등에 대해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작업계획서에 기재된 작업장소가 상행선인지, 하행선인지 명확하게 표시되지 않은 부분도 조사가 필요하다. 사고지점은 남성현역에서 청도역 방향 하행선이다. 이 곳은 상·하행선의 단차가 심한 곳이다.

사고 당일 작업순서는 관계역 작업협의시행, 작업원 복장점검 및 안전교육(개인별 임무부여, 작업순서 방법 교육), 작업기구 가능상태 확인, 열차감시원 배치 후 정기 점검을 시행한다고 되어 있다.

이날 현장에 투입된 코레일 감독직원 1명과 도급업체 6명의 노동자들은 작업원칙상 금기시되는 열차 진행방향으로 철로 등을 이용해 이동하던 중 뒤따라오던 무궁화호 열차에 치어 변을 당했다.

한 철도 전문가는 “철로변 작업자들이 열차를 등지고 이동하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고 ‘상례작업’을 승인 받아 위험지역인 선로 내로 진입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상례작업은 열차운행에 지장을 주지 않은 범위 안에서 시행된다.

또 사고 당일 작업현장에 들어가기 전 도급업체 노동자들은 작업현장의 위험요인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지만, 작업에 투입된 코레일 감독직원과 안전관리자 등이 열차 운전정보 교환 등에 따른 안전조치방법을 제대로 인식하고 이를 지켰는지는 의문이다.

사고 당일 무궁화 1903호는 동대구역에서 10시 24분에 출발해 경산역(10시 35분), 청도역(10시 51분) 등을 거쳐 진주로 운행하는 열차로, 작업자들이 철로쪽으로 들어간 사고발생 시점에는 정기운행 열차통과가 예정돼 있었는데도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작업계획서에는 위험요인에 대한 안전조치방법과 관련 “본 구간은 열차투시가 양호하지 않은 복선터널(교량)으로 각 무전기를 양호한 상태로 유지해 수시로 개방해 확인하고 역 및 작업자가 운전정보를 교환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작업계획서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 38조에 따라 작업을 시행하는 사업주가 선임한 작업책임자가 작성하는 것으로 작업계획서상 작업자에 대한 사항은 코레일이 확인 할수 없다”며 “작업시행사가 작업장소 등에 상행선과 하행선을 정확하게 명시하지 않은 이유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최세호 기자 se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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