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5년 만에 통화정책 프레임워크 일부 수정
물가안정 목표 엄격한 적용 예고
파월 “높은 인플레, 고통 상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지난주 열린 잭슨홀 회의에서 통화정책의 기본 전략을 일부 수정했다. 연준이 2020년에 이어 5년 만에 수정한 이번 방침은 물가안정 목표제를 보다 엄격하게 운용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한국은행 뉴욕사무소는 지난 주말 잭슨홀회의 관련 보고서에서 “연준이 통화정책 기본전략(프레임워크) 점검을 통해 2020년 이후 경제여건의 변화를 반영해 유효금리 하한(ELB) 관련 문구를 삭제했다”며 “유연한 인플레이션 목표제로 복귀와 고용 관련 문구의 수정 등도 포함됐다”고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연준은 이번 회의에서 ‘장기 목표 및 통화정책 전략 결정문’을 수정 발표했다. 완전고용과 물가안정을 통화정책의 주된 목표로 삼는 연준이 연방 정책금리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무엇을 기준으로 삼을 것인지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잭슨홀회의에서 관심을 모았다.
결정문은 우선 ELB 관련 문구를 삭제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와 관련 “(2020년 결정문에 포함된) ELB 강조가 높은 인플레이션 대응시 의사소통을 복잡하게 만들었을 수 있다”면서 “지나치게 특정한 경제상황에 집중한 점이 혼선을 초래했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수정을 했다”고 밝혔다.
2020년 채택한 평균물가목표제(FAIT)에서 유연물가목표제(FIT)로 복귀도 포함됐다. FAIT는 소비자물가가 2%를 밑돌 경우 2%를 상당기간 상회하더라도 용인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2020년 도입 당시에는 오랜 기간 물가가 낮은 수준을 유지해 왔기 때문에 물가가 2%를 넘어서더라도 통화정책을 당장 수정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받아들였다.
파월 의장은 이날 “결과적으로 의도적이고 완만한 인플레이션 초과라는 개념은 무의미한 것으로 판명됐다”며 “2021년에 공개적으로 인정한 바와 같이 2020년 합의된 성명서 발표 이후 몇달 만에 발생한 인플레는 의도적이거나 완만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과 이에 따른 유동성 확대로 물가가 치솟으면서 FAIT에 기반한 통화정책 결정이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한 발언이다.
이와 관련 파월 의장은 “지난 5년은 높은 인플레이션이 특히 필수품 가격상승을 감당하기 어려운 사람에게 가하는 어려움을 고통스럽게 상기시켰다”고 했다.
결정문에서는 또 완전고용에 대해서도 “물가안정 맥락에서 지속적으로 달성 가능한 가장 높은 수준의 고용”이라고 명시했다. 이는 건강한 노동시장의 조성에 중점을 둔 것이라는 해석이다.
연준은 이번 성명서 수정을 위해 사전에 △지역 연방은행 차원의 경제주체 의견 수렴 △주요 연구 및 컨퍼런스 △연준 직원의 분석 등을 바탕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은 관계자는 “이번 연준의 통화정책 프레임워크 수정은 물가안정목표제를 보다 엄격하게 운용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며 “한은은 이미 미국보다 엄격하게 선제적으로 물가안정에 목표를 둔 통화정책을 운용해 왔다”고 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