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동지도, 영원한 적도 없다?
한동훈, 경쟁자 김문수 지지 … 장동혁엔 ‘최악’ 낙인
장, 친한계에 “내부 총질” … 장, 김 선대본부장 출신
정치권에서 “영원한 동지도, 영원한 적도 없다”는 격언은 오래전부터 회자됐지만, 최근 국민의힘 전당대회 와중에 “정말 맞는 말”이라는 관전평이 쏟아지고 있다.
한동훈 전 대표와 김문수 후보, 장동혁 후보 세 사람의 엇갈린 인연을 지켜보면서다.
한 전 대표는 지난 23일 “민주주의는 ‘최악을 피하기 위한 최선의 제도’”라고 밝혔다.
전당대회 결선에 오른 김문수-장동혁 후보 중 김 후보를 사실상 지지한 것으로 해석됐다.
한 전 대표는 6.3 대선을 앞두고 실시된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에서 김 후보와 맞붙어 치열한 경쟁을 벌인 끝에 2위로 패했다.
한 전 대표는 대선 경선 당시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 후보를 강하게 비판했지만 전당대회를 앞두고 지지로 선회한 것이다.
한 전 대표와 장 후보는 한때 가장 가까운 사이였다.
한 전 대표는 2023년 12월 비대위원장이 된 뒤 초선인 장 후보를 사무총장에 앉혔다.
파격 인사였다. 한 전 대표는 지난해 7월 전당대회에서는 장 후보를 사실상 러닝메이트로 삼았고, 두 사람은 나란히 지도부에 입성했다.
두 사람은 지난해 말 탄핵 표결을 앞두고 찬반으로 입장이 엇갈리면서 정치적으로 결별했다.
한 전 대표는 이번 전당대회를 앞두고 장 후보를 피해야 할 ‘최악’으로 사실상 지목했고, 장 후보는 친한계를 겨냥해 “내부 총질하는 분들에 대해서는 결단을 할 수밖에 없다”는 강성 발언을 쏟아냈다.
한때 가장 가까웠던 두 사람은 졸지에 화해가 불가능한 수준의 적대적 관계가 됐다는 지적이다.
김 후보와 장 후보 사이도 눈에 띈다. 장 후보는 6.3 대선을 앞두고 김문수캠프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아 “김문수를 국민의 대통령으로 만들겠다”고 외쳤다. 하지만 두 사람은 지금은 당권을 다투고 있다.
장 후보는 앞선 TV 토론회에서 김 후보를 향해 “당원과 국민이 기대한 단일화 의지가 있었는지 답하라”며 김 후보를 맹렬히 추궁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