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가담’ 의혹 국무위원 수사 속도
한덕수 구속영장, 박성재 압수수색
계엄 국무회의 참석자 수사 확대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윤석열정부의 ‘국정 2인자’인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특검 수사도 분수령을 맞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검팀이 한 전 총리 신병 확보에 성공하면 계엄 가담·방조 의심을 받는 다른 국무위원들에 대한 조사와 국회 계엄해제 방해 의혹 등 남은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검팀은 당장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섰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내란 특검팀이 전날 한 전 총리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적용한 혐의는 내란 우두머리 방조, 위증,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공용서류손상, 대통령기록물 관리법 위반 등 6개다.
한 전 총리는 우선 지난해 12월 3일 윤 전 대통령의 불법 비상계엄 선포를 막지 못하고 방조한 혐의를 받는다. 대통령의 국가 및 헌법수호 책무를 보좌하는 제1의 국가기관이자 대통령의 자의적 권한행사를 견제·통제할 수 있는 헌법상 장치인 국무회의 부의장으로서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을 막지 못한 책임이 크다는 게 특검의 판단이다.
한 전 총리는 그동안 윤 전 대통령의 계엄을 말리기 위해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특검팀은 한 전 총리가 국무위원 전원을 소집하지 않고 개의에 필요한 정족수 11명을 채우는데 급급했던 점, 정상적인 심의가 이뤄지도록 하는 데에는 소홀했던 점 등을 근거로 계엄 선포를 막으려 했다기 보다는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하려 했다고 봤다.
박지영 특검보는 “(위법한 계엄 선포를 막지 않았다는) 단순한 부작위를 넘어 적극적인 행위까지 있다고 판단하고 방조 혐의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한 전 총리는 최초 계엄 선포문의 법률적 결함을 보완하기 위해 사후 선포문을 작성하고 폐기하는데 관여한 혐의도 받는다. 한 전 총리는 계엄 이후인 지난해 12월 5일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이 작성한 사후 계엄 선포문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함께 서명했다가 ‘사후에 문서를 만든 게 알려지면 논란이 될 수 있다’며 폐기를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위증 혐의도 적용됐다. 한 전 총리는 국회와 헌법재판소 등에서 “계엄 선포문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주장해왔다. 하지만 지난 19일 조사에서 특검팀이 한 전 총리가 계엄 당일 정장주머니에서 계엄 선포문으로 추정되는 문건을 꺼내는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 TV 자료를 제시하자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선포문을 받았다”며 기존 진술을 번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54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한 전 총리의 범죄사실과 함께 혐의의 중대성,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 재범의 위험성 등을 강조했다고 한다.
전·현직 국무총리 중 구속 심사를 받는 건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한 전 총리가 구속되면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다른 국무위원들에 대한 수사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25일 박 전 장관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특검팀은 이날 오전 법무부와 서울구치소, 박 전 장관 자택 등에 수사관들을 보내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박 전 장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당일 최초로 불렀던 국무위원 5명 중 한 명으로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국무회의에 모두 참석했다. 특히 법무부의 핵심 업무가 인권보호와 법질서 수호라는 점에서 불법 계엄을 막지 못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박 전 장관은 비상계엄 선포 직후 법무부 간부회의를 소집해 합동수사본부에 검사 파견을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리고, 출입국 금지 업무 담당 실무자를 출근하도록 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상태다.
최 전 부총리는 계엄 당시 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 편성 지시가 담긴 문서를 받았다. 그는 “누군가 접힌 쪽지 형태로 자료를 줬다”며 “무시하기로 했으니 덮어놓자고 하고 보지는 않았다”고 주장해왔는데 위증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다.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방해 의혹에 대한 특검 수사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 전 총리는 비상계엄 선포 직후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였던 추경호 의원과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추 의원은 국민의힘 의총 장소를 여러 차례 변경해 의원들의 계엄 해제 표결 참여를 방해했다는 의심을 받는데 한 전 총리가 구속되면 특검팀은 당시 통화 내용 등을 추궁할 것으로 관측된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