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날 퇴직 정규직만 성과금…법원 “기간제 차별”

2025-08-25 13:00:09 게재

현대제철 자회사, 차별시정 소송서 패소

노사 협약을 이유로 정년퇴직한 정규직 직원에게만 성과금을 지급하고, 같은 날 퇴직한 동일업무의 기간제 근로자에게는 주지 않은 것은 ‘기간제 차별’이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합의11부(김준영 부장판사)는 최근 현대제철 자회사 현대아이티씨가 중앙노동위원장을 상대로 낸 차별시정 재심판정취소 소송을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현대제철 협력업체 근로자였던 A씨 등은 2021년 현대아이티씨에 기간제 근로자로 입사해 2022년 한차례 계약갱신을 거쳐 2022년 12월 31일 계약 만료로 퇴사했다.

이듬해 1월 현대아이티씨는 정규직 근로자로 구성된 노동조합과 임금협약을 체결했다. 임금협약에는 2022년 12월 31일에 정년퇴직한 1962년생 정규직와 체결일 기준 1개월 이상 근무한 재직자에게 경영성과금과 격려금을 지급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회사는 노사협약에 따라 해당 정규직들에게 성과금을 지급했으나, 같은 날 퇴직한 기간제 근로자들에게는 주지 않았다.

이에 A씨 등은 “같은 날 퇴직한 기간제 근로자에게 성과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기간제법에서 금지한 차별적 처우에 해당한다”며 충남지방노동위원회에 차별시정을 신청했다.

지노위와 중노위 모두 2023년 8월 회사의 행위가 ‘차별이 맞다’며 신청을 받아들이자 현대아이티씨는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다.

현대아이티씨는 재판에서 “정년 전 자진 퇴직한 정규직에게도 성과금을 주지 았았다”며 “해당 기간제 근로자들이 퇴사해 근로자 신분을 상실한 뒤에 단체 협약이 체결됐으므로 차별시정을 신청할 당사자 적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사측의 주장을 받아주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사건 기간제 근로자는 정규직 근로자와 동종·유사 업무에 종사했고, 자진 퇴직 정규직은 비자발적 퇴직자가 아니어서 적합한 비교 대상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이어 “노사 간 협약자치 원칙에 따라 존중돼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임금협정 등이 같은 날 퇴직한 기간제 근로자들에게 성과금 지급을 당연히 배제할 근거가 된다고 볼 수 없다”며 “2021년 체결한 단체협약에 의하면 임시직·촉탁직 사원은 노조 가입대상에서 제외돼 기간제 근로자들은 임금협약에 관여하거나 영향을 미칠 수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제의 단체협약에서 정년퇴직 정규직 근로자들과 계약 만료로 퇴사한 기간제 근로자들을 달리 대우한 것은 결국 기간제 근로자임을 이유로 한 것”이라며 “기간제 근로자라는 이유만으로 성과금을 지급하지 않아 불리한 처우를 한 데 합리적 이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기각이유를 설명했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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