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 소유 주택 무단침입한 아들 유죄

2025-08-25 13:00:09 게재

아들 “주택 사실상 점유” 인도집행 ‘위법’ 주장

1·2·3심 “위법한 인도 명령 집행도 보호돼야”

부동산 인도 집행 상대방에서 빠진 주택 공동 점유자(아들)가 인도 집행이 완료된 부친 소유 주택에 침입한 행위는 불법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위법한 인도 명령에 의한 부동산 점유도 법적으로 보호받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부동산강제집행효용침해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지난달 16일 확정했다.

아버지 B씨는 충청도에 있는 본인 소유 주택을 딸 C씨가 무단 점유하고 있다며 인도소송을 제기해 2020년 2월 이겼다. 그러나 딸의 무단 점유로 돌려받지 못하다가 1년 4개월 뒤인 2021년 6월 17일 강제집행에 들어가 인도가 이뤄졌다.

그런데 당시 C씨의 연락을 받고 온 오빠 A씨는 공동 점유자인 자신에게 점유권이 있다며 집행 당일 밤 잠긴 출입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다음날 부친에게서 집을 산 새 주인 측이 도배를 위해 찾아와 들어가려 하자 A씨는 주거침입으로 경찰에 신고하고, 침낭 선풍기 등 가재도구를 갖다 두는 등 7월 10일까지 주택을 점거했다.

결국 A씨는 부동산 강제집행 효용을 침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1·2심 모두 아들이 유죄라고 보고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2심 법원은 A씨가 해당 주택을 “C씨와 ‘공동점유자’로서 독립해 점유하고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C씨를 (민법 195조상) ‘점유보조자’로 본 인도 집행은 위법하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법원의 강제집행의 효력은 그 처분이 적법한 절차에 의해 취소되지 않는 한 지속되는 것이며 그 집행 과정에서 일부 부당한 집행 부분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 집행 전체의 효력을 부정해 집행 전의 상태로 만드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2000년 대법원 판결을 들어 A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해당 주택의 인도 집행이 종료돼 그 시정 장치까지 교체된 이상 그에 대한 점유는 B씨에게 이전된 것”이라며 “그로부터 상당한 시간이 경과한 이후에 피고인이 주택을 침입한 것은 인도 집행의 효용을 침해한 행위이며, 민법상 자력탈환권 행사라 볼 수 없어 부동산강제집행효용침해죄를 구성한다”고 판시했다.

스스로의 힘으로 점유를 회복하는 자력탈환은 가능하면 신속히 이뤄져야 하는데 강제집행은 오후 3시2분께 끝났고, 그로부터 6시간이 지난 오후 9시께 A씨가 주택에 침입한 것은 자력탈환권 행사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채무자가 채무를 이행하지 않더라도 채권자는 이를 빼앗아오거나 구금하는 등 스스로의 힘으로 채권을 실현하면 안 된다. 강제집행은 국가의 힘을 빌려 해야 하며, 스스로 하면 벌을 받는다. 민법은 예외적으로 점유를 부정 침탈·방해하는 행위는 자력 방위를 인정한다. 도둑이 물건을 훔쳐 갈 때 뒤쫓아가 다시 빼앗는 경우 등이다.

대법원도 하급심 판단을 인정했다. 대법원은 판례에 따라 “법원 강제집행 효력은 그 처분이 적법한 절차에 의해 취소되지 않는 한 지속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집행 과정에서 일부 부당한 부분이 있었더라도 집행 전체 효력을 부정해 집행 전 상태로 만드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위법한 인도명령 집행으로 점유를 취득한 경우에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점유는 보호돼야 한다”며 기존 법리를 재확인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김선일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