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비만치료제 시장 격전…위고비 8개월 만에 40만건 처방

2025-08-26 13:00:02 게재

삭센다, 위고비, 마운자로 가격 경쟁으로 수요 늘듯

한미약품, 9월 중 차세대 비만연구결과 공개 예정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이 뜨거워지고 있다. 위고비는 출시 8개월만에 40만건을 처방했다. 삭센타, 마운자로 등과 경쟁하면서 가격 조정 등을 통해 수요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한미약품은 9월 차세대 비만연구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비만치료제는 전문의 처방에 따라야. 사진 클립아트코리아

2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선민 의원(조국혁신당. 비례)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받은 ‘연도별 및 월별 위고비 DUR 점검 처방전 수 현황’ 자료에 따르면 위고비가 국내 출시된 작년 10월부터 올해 6월까지 의약품 안전사용서비스(DUR)를 통한 처방전 수는 모두 39만5379건이다.

삭센다나 위고비는 현재 건강보험을 신청하지 않아 정확한 처방 건수를 파악하기는 어렵다. 다만 의료진이 의약품을 처방하거나 조제할 때 DUR에서 미리 의약품 정보와 환자의 투약 이력 등을 확인해야 하는 만큼 이를 통한 처방전 수를 가늠할 수 있다.

위고비가 국내 출시된 2024년 10월 DUR 점검 처방전 수는 1만1368건이었던 것에서 11월 1만6990건, 12월 2만1457건 등으로 빠르게 늘어났다.

올해 들어서는 1월 2만2051건, 2월 3만1512건, 3월 4만7597건 등으로 매월 1만건 이상씩 늘어나더니 4월에는 7만666건, 5월에는 8만8895건까지 늘어났다. 6월에는 소폭 감소한 8만4848건으로 집계됐다. 단순 계산하면 작년 10월 15일 출시 이후 매달 평균 4만3931건씩, 올해 들어선 매달 평균 5만7594건씩 위고비 처방받은 셈이다.

삭센다는 지난해 까지 꾸준히 시장에서 수요를 넓혀나갔다. 2018년 국내 출시된 삭센다의 처방전 수는 2022년 13만8353건, 2023년 17만1230건, 지난해 20만5109건이다. 다만 위고비가 지난해 10월 중 출시되면서 올해 삭센다의 처방건수는 줄고 있다. 올 1월 8704건에서 6월 3664건으로 줄었다.

◆위고비, 비만치료시장 확장 주도 = 위고비를 국내 유통하는 의약품 유통 플랫폼 블루엠텍의 실적을 통해서도 위고비의 실적 증가세를 엿볼 수 있다. 위고비 국내 유통시장 총판인 쥴릭파마코리아로부터 물량을 공급받는 도매사 중 한 곳인 블루엠텍의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457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78.3% 증가했다. 특히 블루엠텍의 위고비 매출액은 지난해 10월 출시 이후 12월까지 5억원이었던 데서 올해 3월은 10억원, 4월은 60억원, 5월은 90억원으로 지속 성장세다.

삭센다가 2018년 출시됐지만 국내에서 비만약 시장의 성장은 위고비가 견인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하나증권이 6월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의약품조사기관 아이큐비아(IQVIA)는 올해 1분기 국내 비만약 시장 규모가 1086억원으로 전년 동기(414억원) 대비 162.3% 급성장한 것으로 분석했다.

하나증권 보고서는 “국내 비만약 시장 규모가 분기당 1000억원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라며 “위고비 제품만 매출이 794억원을 기록하며 비만약 시장을 견인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마운자로를 출시한 한국릴리에 따르면 2분기 국내 비만약 시장 규모는 1686억원이다. 1분기보다 600억원가량 더 늘었다. 한국릴리는 IQVIA 자료를 인용, 2분기 비만약 시장에서 삭센다나 위고비, 마운자로 같은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1’(GLP-1) 계열 치료제 시장이 약 1416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국내 비만약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를 주사형 비만치료제가 주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 마운자로가 국내 출시되면서 경쟁이 가열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국내 비만약 시장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 마운자로 국내 출시에 노보노디스크는 국내 의약품 유통사 등에 위고비 공급단가를 낮추며 본격적인 가격 경쟁에 돌입했다. 마운자로 제조사인 미국 다국적 제약사 일라이릴리도 시장 공략에 적극적인 모양새다.

한미약품은 오는 9월15일부터 19일(현지시간)까지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열리는 유럽당뇨병학회에서 비만 후보물질에 대한 비임상 연구결과 6건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미약품은 내년 하반기 주 1회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1'(GLP-1) 수용체 작용제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국내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임의 용량 사용 등 오남용 사례 문제 = 비만치료제 시장의 가파른 성장 속에 오남용에 따른 부작용 우려도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다.원래 목적인 비만 치료보다는 미용 목적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사항을 보면 위고비는 초기체질량지수(BMI) 30㎏/㎡ 이상인 성인 비만 환자가 사용할 수 있는 전문의약품이다.

하지만 국내 출시 직후 ‘살 빼는 약’으로 알려지면서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BMI가 처방 기준치에 못 미친다면서 처방을 쉽게 받을 수 있는 병원을 추천해달라는 글이 쉽게 발견된다. 또한 환자가 임의로 용량을 조절하거나 고용량을 처방받은 뒤 나눠 맞는 등의 불법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고용량 단계의 일부 위고비 제품이 동난 것도 이런 나눠 맞기 수요 때문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의약품 안전사용서비스 점검을 거친 처방건수가 월 8만건을 상회하는 것을 보면 비만치료제 열풍으로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은 사람이 처방받고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며 “부작용 사례도 많이 나타나는 만큼 전문의의 충분한 진료 하에 안전하게 사용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식약처는 “임상시험 결과에 따르면 해당 비만치료제를 허가 범위 내로 사용하여도 위장관계 이상반응(오심, 구토, 설사, 변비 등)과 주사부위 반응(발진, 통증, 부기 등)이 흔하게 나타나고, 과민반응, 저혈당증, 급성췌장염, 담석증, 체액감소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비만치료제는 반드시 의사의 처방 후 약사의 조제‧복약지도에 따라 사용해야 하며 온라인 등에서 해외직구나 개인 간 판매를 통해 유통하거나 구매하지 않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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