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버스터 분투…중과부적 실감한 국힘

2025-08-26 13:00:02 게재

12명 나섰지만 ‘살라미’에 속수무책

최형두 13시간 27분 최장시간 기록

국민의힘이 방송3법과 노란봉투법, 2차 상법 개정안 등 5개 법안을 저지하기 위해 펼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가 마무리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나름 분투했지만 수적 열세에 밀려 민주당의 입법 독주를 막는 데는 실패했다.

무제한 토론 이어가는 최형두 의원 지난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최형두 의원이 EBS법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을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26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국민의힘 의원 12명은 방송법(4일)→방송문화진흥회법(5일)→한국교육방송공사법(22일)→노란봉투법(24일)→2차 상법 개정안(25일) 처리를 막기 위한 필리버스터에 나섰다. 탄핵과 대선 패배 이후 무기력증에 빠졌다는 비판을 받았던 국민의힘이 간만에 제1야당의 투쟁력을 보여주겠다는 결기를 드러낸 것이다.

방송법 필리버스터에는 신동욱(7시간 30분) 의원과 이상휘(4시간 28분) 의원이 나서 법안의 부당성을 주장했다. 방송문화진흥회법에는 MBC 사장 출신인 김장겸 의원(7시간 8분)이 나섰다. 김 의원은 7월 임시국회 회기 종료로 필리버스터를 중단해야 했다. 한국교육방송공사법에는 최형두 의원이 나서 무려 13시간 27분간 필리버스터를 진행했다. 이번 필리버스터에 나선 의원들 가운데 최장 시간으로 기록됐다.

노란봉투법 필리버스터에는 김형동(4시간 55분)·우재준(4시간 1분)·김위상(2시간 35분)·김소희(1시간 57분) 의원이 나서 반대토론을 펼쳤다. 2차 상법 개정안에는 곽규택(2시간 36분)·조배숙(3시간 13분)·송석준(4시간 59분)·주진우(5시간 54분) 의원이 나서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 12명 의원은 최단 1시간 57분부터 최장 13시간 27분까지 필리버스터로 분투했지만 5개 법안을 막는 데는 실패했다. 민주당 등 범여권이 필리버스터 개시 24시간이 지나면 재적 의원 5분의 3(180명 이상) 찬성으로 종료시킬 수 있는 국회법을 활용해 5개 법안을 제각각 법안 상정→필리버스터→토론 종료→표결 순으로 처리하는 ‘살라미 전략’을 구사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이 간만에 제1야당의 투쟁력을 과시했지만 중과부적이라는 현실은 극복하지 못한 것이다.

이번 필리버스터 대응에서 13시간 27분이란 최장시간 기록을 세운 최형두 의원은 25일 “필리버스터는 소수당의 마지막 호소 수단인데, (시간이) 24시간으로 제한되는데다, 그나마 여당이 잘라서 사용하는 관행이 안타까웠다”며 “하지만 (민주당이) 5개 악법을 한꺼번에 의결하지 못하도록 저지한 것은 나름 의미가 있었다”고 자평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관련 수사를 확대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면, 9월 정기국회 거부로 맞대응한다는 입장이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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