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한미정상회담 성공이 의미하는 것

2025-08-26 13:00:05 게재

이재명정부가 큰 고비를 넘었다. 국내외의 관심사가 집중됐던 한미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특히 이재명정부 등장 이후 계속됐던 한미동맹과 관련한 우려를 불식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보수진영 일각에서 계속 문제제기를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 입으로 이재명정권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했다고 볼 수 있어서다.

애초 정상회담의 가장 어려운 과제일 것으로 추측됐던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strategic flexibility)’ 문제는 거론되지 않았다. 농축산물 추가 개방이나 미국 직접투자액 증액처럼 이미 합의된 관세협상이 재론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지만 이 역시 원안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정상회담 직전의 긴박한 상황과 비교하면 상전벽해의 결과다.

오히려 한반도 평화와 관련해서는 기대 이상의 소득도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문제와 관련해 피스메이커 역할을 해달라고 주문했고, 트럼프는 수차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친분을 언급하며 긍정적으로 화답했다. 이로써 이 대통령의 대북정책은 더 탄력을 받게 됐다.

한반도 평화에 대한 트럼프 지지 이끌어 낸 건 큰 성과

25일(현지시간) 열린 한미정상회담은 이재명정부로서는 출범 후 맞이한 가장 큰 숙제였다. 한미동맹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았고, 이미 합의한 관세협상에서도 이견을 보이는 듯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은 주한미군의 역할과 관련해 ‘전략적 유연성’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을 ‘대중국 기지화’하려는, 우리로서는 수용하기 어려운 요구까지 들고 나올 것이라는 관측도 많았다.

정상회담 직전 분위기는 실제로 긴박했다. 조 현 외무장관이 이 대통령의 방일 일정에 동행하지 않고 바로 미국으로 날아갔고,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까지 직접 나서면서 정상회담 분위기가 만만치 않음을 시사했다. 정상회담 직전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트루스에 ‘한국에서 숙청 아니면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그런 곳에서는 사업을 할 수 없다’라는 내용을 올리면서 긴장을 더했다.

하지만 뚜껑이 열리자 분위기는 완전히 달랐다. 두 정상은 화기애애한 모습을 연출하며 우려를 불식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은 미국으로부터 완전한 지원을 받게 될 것”이라며 이 대통령의 입지를 세워줬다.

한미동맹 현대화 문제와 관련해서도 대체로 현재 수준의 동맹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방비 증액이나 주한미군 감축 등과 같은 이슈에 대한 언급을 자제해 논란을 피해갔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한국의 입장을 분명히 할 것을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지만 트럼프는 자신이 “중국을 방문할 때 이 대통령과 함께 같은 비행기를 타고 가자”고 농담으로 넘겼다. 이는 트럼프 스스로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한국의 입장을 어느 정도 이해한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는 한반도 평화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의 확실한 지지를 이끌어 낸 점이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반도 평화를 만들어달라며 김정은 위원장과 만날 것을 제안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안에 만날 수 있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또 “우리는 남북문제와 관련해서 뭔가를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한반도 평화와 북한문제 관리를 위해 한미가 확실하게 공조한다는 약속을 받아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적지 않다.

경주 에이팩 정상회의 적극 활용해 외교 지평 확장을

물론 한미정상회담의 구체적인 청구서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에너지나 미국산 무기구매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빈칸이다. 경제성 문제가 의문시되는 알래스카 에너지 개발 참여 문제도 조만간 현안으로 다가올 것이다. 또한 미중 전략경쟁 속에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 등은 앞으로도 계속 요구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 측면에서 10월 경주 에이팩(APEC) 정상회의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참석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 G2 정상간 큰 틀의 합의를 이끌어 낼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현실성이 없어 보이지만 김정은 위원장을 초청하는 이벤트를 통해 남북대화의 물꼬를 트는 방안도 구상해봄직하다.

어쨌건 큰 시험대였던 한미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서 이재명정부의 향후 행보는 더 탄력을 받게 생겼다. 이를 동력으로 삼아 이재명정부가 산적한 국내외 과제를 풀어가는데 한걸음 더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남봉우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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