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수사외압’ 김용현 재조사 임박
김용현, 해병특검에 ‘윤, 직권남용 성립 여지 전혀없다’ 의견서
해병특검 “조사 진행 여부 검토” … 이재유·조래구 오늘 재조사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은폐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순직해병 특별검사팀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 의견서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수사외압 의혹과 관련해 직권남용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주장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장관이 지난 구치소 방문조사 때는 진술 거부한 이후 처음으로 이 사건 관련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특검팀은 의견서를 토대로 추가 조사 여부를 검토할 전망이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의 변호인은 전날 특검팀에 우편으로 3쪽 분량의 의견서를 발송했다.
김 전 장관은 2023년 7월 31일 이른바 ‘VIP 격노’ 회의에 당시 대통령경호처장으로서 참석한 7인 중 한 명으로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인 윤 전 대통령과 관련해 참고인으로 특검팀의 조사를 받고 있다.
해당 회의에는 김 전 장관을 비롯해 △윤석열 전 대통령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 △이충면 전 외교비서관 △왕윤종 전 경제안보비서관 등 7명이 참석했다.
그는 의견서에서 대통령이 국가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으로서 모든 중앙행정기관의 장을 지휘·감독하며, 국무총리나 중앙행정기관장의 명령이나 처분이 위법·부당하다고 인정하면 이를 중지·취소할 포괄적 권한이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해병특검법상 수사 대상이 되는 사건은 모두 대통령의 직무권한 범위 내에 속하기에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죄는 성립할 여지가 전혀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장관은 윤 전 대통령이 ‘어떤 위법 사항도 없도록 매우 철저하게 직무를 수행하는 대통령’이라는 의견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의 수사 내용에 대해 김 전 장관은 ‘아는 바가 없다’면서 고도의 긴장 상태를 유지하는 경호처장으로서 직무 이외의 업무에는 관여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경호법에 따라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지 말아야 할 의무도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현재까지 윤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을 제외한 다른 회의 참석자들을 조사하면서 윤 전 대통령의 격노가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당시 회의에서 윤 전 대통령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자에 포함한 해병대 수사단의 채상병 사건 초동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크게 화를 냈고,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로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지난 18일 수사관들을 김 전 장관이 수용된 서울동부구치소로 보내 첫 참고인 조사를 하면서 당시 윤 전 대통령의 반응과 지시 사항, 대통령실 및 국방부의 후속 조치 등을 집중적으로 질문했다.
하지만 김 전 장관은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진술을 거부하고 의견서 형태로 답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전 장관의 의견서를 접수한 뒤 추후 조사 진행 여부 등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은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로 지난해 12월 8일 긴급체포된 뒤 구속됐고 같은 달 27일 재판에 넘겨졌다.
이어 1심 구속 기간(6개월) 만기가 임박한 지난 6월 25일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추가 기소하면서 특검 요청에 따른 법원의 추가 구속영장 발부로 다시 구속됐다.
한편 순직해병 특검팀은 26일 오전 10시 이재유 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과 조래구 전 외교부 기획조정실장을 다시 불러 조사하고 있다.
2021~2024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을 지낸 이 전 본부장은 당시 출국금지심의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출금 및 해제 과정에 모두 관여한 인사다. 이 전 본부장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범인도피 등 혐의로 고발된 피의자 신분이다.
이 전 장관의 ‘도피성 출국’ 의혹과 관련해 조 전 기조실장도 같은 날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에 출석했다. 그는 지난해 이 전 장관이 호주대사로 임명될 당시 외교부 기획조정실장을 맡아 인사, 예산 등 조직 관리를 총괄한 바 있다.
특검은 조 전 실장을 대상으로 당시 외교부의 인사 검증 및 대사 임명 과정, 출국금지 사실을 미리 알았는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정민영 특검보는 지난 11일 1차 조사에 앞서 “(이 전 장관의) 대사 임명과 관련해 대통령실과 외교부 사이에 주고받은 연락이나 지시사항 등에 대해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