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21세기 도서관인가, 자극의 놀이터인가
스마트폰을 켜면 가장 먼저 찾는 앱은 유튜브다. 이제 유튜브는 단순한 영상 플랫폼을 넘어 생활의 일부, 문화의 중심이 되었다. 그러나 자유로운 창작의 장이 된 이곳은 동시에 욕설과 자극이 난무하는 각축장이기도 하다. 인기 영상의 상당수는 먹방이나 가벼운 농담, 욕설이 섞인 콘텐츠다.
대중이 원하는 ‘재미’가 과도한 자극과 저속한 언어, 선정성에 기대고 있다면 사회적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더 우려되는 것은 과학이나 역사처럼 본래 깊이가 필요한 분야도 예외가 아니라는 점이다. 학문적 사실보다 웃음을 끌어내기 위한 가벼운 포장이 우선되고 중요한 사건조차 자극적 대화 속에 소비된다. 시청자는 지식을 얻었다고 착각하지만 남는 것은 파편적 정보일 뿐이다. 결국 학문과 교양의 가치가 희화화된다.
유튜브는 방송이 아니다. 법적으로 개인 창작자가 영상을 올리는 플랫폼일 뿐, 방송사처럼 심의가 적용되지 않는다. 욕설과 폭력이 난무해도 제재가 거의 없으며 문제는 이를 시청하는 이들 중 상당수가 청소년이라는 사실이다. 미성년자는 내용을 비판적으로 걸러낼 능력이 부족해 ‘자극이 일상인 언어문화’를 그대로 받아들이게 된다.
영화 게임 지상파방송에 관람 등급을 두는 이유는 연령대에 맞지 않는 장면과 언어를 걸러내기 위해서다. 그러나 유튜브에는 사실상 제도가 없다. 초등학생마저 스마트폰만 열면 욕설과 선정적 장면에 쉽게 노출된다. 부모의 통제에는 한계가 있으니 결국 국가 차원의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유튜브에도 ‘관람등급’이 필요한 이유
물론 유튜브는 전세계가 사용하는 글로벌 플랫폼이기에 독자적 등급제를 적용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국내법 차원에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은 마련할 수 있다. 크리에이터가 영상을 올릴 때 욕설·폭력성·선정성 여부를 자가체크해 이를 바탕으로 시청 연령을 표시하는 방식이다. 국가기관이 일일이 심의하기는 힘들지만 자율표시와 사후 모니터링을 결합한다면 충분히 현실적일 수 있다.
학교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청소년이 유튜브를 단순히 ‘재미있는 곳’으로만 인식하지 않고 그 속의 정보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걸러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단순히 시청을 막는 것만으로는 역효과가 날 수 있기에, 등급제와 교육은 반드시 함께 가야 한다.
유튜브는 혁신적인 플랫폼이다. 누구나 창작자가 될 수 있고, 지식과 경험을 공유할 수 있다. 그러나 조회수 경쟁이 모든 것을 압도하는 현실에서는 양질의 콘텐츠가 설 자리를 잃는다. 지식 채널조차 자극적 제목과 과장된 표현으로 시청자를 끌어들이려 하고, 결과적으로 깊이 있는 지식 전달은 사라지며 얄팍한 재미만 남는다.
이제는 크리에이터도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단순히 조회수를 높이는 것을 넘어 사회적 영향력까지 고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유튜브가 진정한 공론장으로 자리 잡으려면 생산자, 소비자, 제도적 장치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 지금 우리는 플랫폼의 자유와 시청자 보호 사이에서 중요한 선택 앞에 서 있다. 유튜브는 이미 사회 전체의 문화와 가치관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생산자, 소비자, 제도적 장치 균형 이뤄야
최소한의 안전 장치, 관람등급제 논의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지금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면 다음 세대는 자극과 저속함에 익숙해진 채 깊이와 품격을 잃은 문화 속에서 자라날 것이다. 유튜브가 ‘21세기의 도서관’이 될지, 아니면 ‘자극적인 놀이터’로 전락할지는 지금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