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 늘수록 ‘해양산성화’ 우려 커져
바닷물 수소이온농도(pH) 떨어지는 현상 … 남·북극 해역 탄산칼슘 포화도 전망치 ‘최악'
2024년 화석연료 연소로 인한 전세계 탄소 배출량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카본 프로젝트(GCP) 과학팀은 ‘2024년 전세계 탄소수지 보고서(Global Carbon Budget)’에서 화석연료 연소에 따른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을 374억톤으로 전망했다. 2023년 대비 0.8% 늘어난 양이다.
여기에 산림벌채 등 토지이용 변화로 인한 배출량 42억톤을 더하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23년 406억톤에서 2024년 416억톤(41.6Gt)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매년 400억톤 이상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때문에 기후는 점점 더 비극으로 치닫는데 화석연료 연소가 정점에 도달했다는 조짐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2024년에도 화석연료 연소가 늘었다. 석탄(↑0.2%) 석유(↑0.9%) 천연가스(↑2.4%) 등이다. 석탄 석유 천연가스는 2024년 화석연료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41%, 32%, 21%를 차지했다.
‘세계 탄소수지 보고서’는 120명 이상의 과학자로 구성된 연구팀이 작성한다. 연구팀은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2024년 422.5ppm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2023년보다 2.8ppm 높아졌고 산업혁명 이전과 비교하면 52%나 늘었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재생에너지와 전기자동차가 늘어나면서 화석연료가 빠르게 대체되고 있고 수십년 만에 산림벌채로 인한 배출량이 감소세로 돌아섰다.
인류 전체 질량의 40배 탄소배출
인간문명이 1년에 배출하는 탄소량은 연평균 11GtC(기가탄소톤)이다. 전세계 성인의 신체 질량을 더하면 0.285Gt이다. 인간문명은 한해 동안 인류 전체 질량 40배의 탄소를 배출한다. 1Gt을 자동차로 계산하면 1.5톤짜리 중형차 6억6700만대 질량이다. 한줄로 세우면 지구 83바퀴를 돌 수 있다. 물로 계산하면 2500톤짜리 올림픽 규격 수영장(50×25×2m) 40만개다. 매년 이 양의 11배를 배출한다.
1850년에서 2020년까지 지구상 누적 탄소배출량은 455(±25)GtC이다. 이 기간 동안 탄소배출량 △46%는 석탄에서 △35%는 석유 △14%는 천연가스 △3%는 시멘트 제조 △1%는 폐가스 소각에서 발생했다. 배출된 탄소의 50% 정도가 대기중에 있고 50%는 바닷물에 녹아 심해로 가라앉거나(탄소격리) 식물들이 광합성(탄소동화작용)으로 흡수했다.
식물과 동물은 빠르고 순간적인 탄소 흡수원이다. 식물은 광합성을 통해 대기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동물도 골격과 치아 등 단단한 신체조직 속에 탄소를 고정한다. 조개나 굴, 갑각류 껍데기를 이루는 탄소는 생물이 죽은 후에도 쉽게 배출되지 않는다. 육상 식물과 동물이 고정한 탄소는 진흙에 묻히고 압축돼 석탄 석유 가스가 될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되기까지 수억년이 걸린다는 것이다.
암석의 이산화탄소 흡수에 주목
최근 일부 연구자들은 암석의 이산화탄소 흡수에 주목한다. 아이슬란드 스타트업 카브픽스(Carbfix)는 이산화탄소를 물에 녹여 지하로 펌핑하는 사업을 추진중이다. 이렇게 주입된 이산화탄소는 지하에서 현무암과 반응해 약 2년 안에 지질학적으로 안정적인 암석을 형성한다고 알려졌다.
시멘트에 이산화탄소를 첨가하는 방법도 있다. 2021년 독일의 연구에 따르면 이렇게 하면 시멘트 산업의 탄소발자국을 44~85%까지 줄일 수 있다. 암석을 분쇄하면 화학반응이 빨라진다. 분쇄한 암석을 농지에 뿌리면 비와 관개용수와 반응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작물 수확량을 늘린다.
알칼리성 암석을 분쇄해 바다에 뿌리는 방식도 있다. 베스타(Vesta)라는 스타트업은 감람석을 모래처럼 분쇄해 해변에 뿌리는 사업을 추진중이다. 파도가 치면 녹색 모래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해양 산성화도 줄여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지질학적 접근에는 아직 의문점이 많다.
탄소중립을 위해 숲을 보호하면 생물다양성, 기후재해 완화, 토양 건강, 수질과 대기질에 모두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 그러나 탄소를 지하 저장고에 가두는 건 그렇지 않다. 잘못될 경우 지하수 오염 같은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바닷물에 알칼리성 암석을 대량으로 투입하면 해양생물에 나쁜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
지구 표면의 70%를 차지하는 바다는 오랜 세월 동안 대기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해왔다. 최근 연구 결과들은 이 과정이 해역별로 다를 수 있고 특히 ‘남극해양권(Southern Ocean)’이 탄소흡수에 핵심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거듭 알려준다. 바다는 인류가 배출한 이산화탄소의 약 30%를 흡수한다. 바다를 ‘지구 최대의 탄소 저장소’라고 부르는 이유다.
‘지구 최대의 탄소 저장소’
바다가 대기중에 있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방식은 2가지다. 첫번째는 ‘물리화학적 흡수’다. 바다 수온이 낮아지면 대기중 이산화탄소가 쉽게 녹아든다. 그린란드 인근 북대서양과 남극해가 이산화탄소 흡수의 핵심 역할을 한다. 이산화탄소를 흡수한 차가운 바닷물은 깊은 수심으로 이동한다. 이 물이 다시 해수면으로 솟아나려면 적어도 2000년이 걸린다.
두번째는 ‘생물학적 흡수’다. 식물성 플랑크톤이 광합성을 통해 탄소를 흡수하면 동물성 플랑크톤이 먹고 똥으로 배출한다. 동물성 플랑크톤이 싼 똥은 깊은 해저로 가라앉아 수천년 동안 대기에서 격리된다.
이처럼 화학원소가 지구의 생물권과 비생물권(암석권/대기권/수권) 사이에서 움직이는 현상을 ‘생물지구화학적 순환(生物地球化學6的 循環)’이라고 한다. 새우와 닮은 ‘크릴(Euphausia superba)’은 동물성 플랑크톤으로 남극 생태계의 핵심이다. 크릴이 식물성 플랑크톤을 먹고 싼 똥은 깊은 바다 밑으로 가라앉아 엄청난 양의 탄소를 격리한다. 크릴은 생물지구화학적 순환에 큰 영향을 미친다.
대기에서 해양으로 흡수되는 탄소는 주로 탄산염 형태로 녹아든다. 탄산염으로 변환된 탄소는 식물성 플랑크톤의 광합성 과정에서 유기탄소로 전환되고 해양생물의 먹이사슬을 따라 이동한다. 해양생물이 죽어서 썩으면 탄산칼슘 형태로 심해에 가라앉아 탄소 퇴적물을 형성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석회암’은 지구에서 탄소를 가장 많이 포집하고 있다. 지구에 존재하는 물질별 탄소량을 100조톤 단위로 보면 △대기(공기) 0.023 △생물 및 그 사체 0.145 △화석자원 0.27 △물(바닷물과 민물) 1.30 △퇴적암 중 유기탄소 250 △석회암(탄산염) 1600 순으로 많다. 암석 형태로 존재하는 탄소가 99.9%를 차지한다.
해양 산성화의 경고는 ‘대멸종’
아무리 넓고 깊은 바다지만 인류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를 계속 흡수하면 문제가 없을까? 당연히 문제가 생긴다. ‘해양 산성화’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한 바다가 산성화되는 현상이다. 산성화로 바닷물 수소이온농도(pH)가 떨어지면 ‘산호초’ 등 해양 생태계도 큰 영향을 받는다. 바닷물의 정상적인 pH는 8~8.1 사이다.
국립수산과학원은 2022년부터 ‘해양 산성화가 수산생물에 미치는 영향’ 연구를 시작했다. 지금까지 ‘넙치(광어)’와 ‘굴’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났다. 산성화된 바닷물에서 키운 넙치는 치어 사망률이 높았고 길이와 체중 증가율이 줄었다. 굴도 중량 증가율이 떨어졌고 껍데기에 불균형과 부식이 발생했다.
해양 산성화가 던지는 경고는 ‘대멸종’이다. 최근 3억년 동안 지구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와 해양의 수소이온농도(pH) 변화는 상당부분 일치한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을수록 산성화가 심했다. 특히 남극과 북극해가 해양 산성화에 가장 취약하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산성화 지표인 ‘탄산칼슘 포화도’ 전망을 보면 2100년 두 해역 모두 진한 빨강색이다. 지구의 ‘생물학적 탄소펌프’인 크릴의 껍데기가 녹아내린다는 뜻이다.
‘페름기 대멸종’은 고생대와 중생대를 구분짓는 대사건이다. 적도 수온이 10℃ 이상 올라갔고 뜨거워진 바다는 산소를 토해냈다. 지구 해양생물 96%가 종 수준에서 멸종했다. 특히 남극과 북극해에 살던 해양생물들이 더 심각한 멸종에 이르렀다. 적도에 살던 생물은 차가운 바다로 이동했지만 극지방에 살던 생물들은 거기보다 더 차가운 바다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