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단계 검찰개혁’ 난항 예고…당정 이견 표출
검찰 없애는 정부조직법·검찰청법 우선 처리 가능성
민주당 “정성호안 다양한 의견 중 하나” 축소 해석
중수청·국수위 위치, 경찰 수사 견제 등 공론화 주목
정성호 “검찰개혁 저지 시도·왜곡엔 단호히 대처”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당대표간 합의한 ‘추석 전 검찰청 폐지’를 위해 민주당과 정부는 ‘우선 정부조직법부터’ 통과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검찰청 폐지 선언을 위해 검찰청법도 우선 처리 법안에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
다만 중대범죄수사청 신설 등을 위한 법안들은 10월 이후에 추가 논의를 거쳐 확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정성호 법무부장관의 발언으로 검찰개혁의 세부내용을 놓고 검토해야 할 것들이 수면 위로 올라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 장관은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위 전체회의에서 중대범죄수사청과 국가수사본부의 역할·위치, 경찰 수사에 대한 견제 기능의 필요성 등 다양한 우려를 언급하며 여당의 검찰개혁안과는 다소 다른 입장을 제시한 바 있다. 다음 주 법안 공개에 이어 당과 법사위 공청회 등 조율 과정이 주목되는 이유다.
27일 여당 핵심관계자는 “정성호 장관의 이야기는 A, B, C, D, E 등의 여러 입장이 있다면 이 중 C를 얘기한 것”이라며 “이미 충분히 다 나왔던 이야기로 새로운 게 아니다”고 했다. 이어 “이제 합의돼 가는 과정에 있는 것”이라며 “의원총회도 열고 공론화 과정도 거치면 똑같은 얘기가 계속 나올 것”이라고 했다. 이어 “검찰개혁특위에서 안을 선택해 가져온다고 하더라도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정 장관이 법무부 입장에서 얘기할 수밖에 없는 것은 이해한다”고 했다. 당정간의 이견 조율이 쉽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전날 검찰개혁안을 사실상 확정하고 다음 주엔 법안을 공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위는 김용민 민형배 장경태 의원이 제출한 법안을 중심으로 여당안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특위 핵심관계자는 “대통령과 당대표의 합의안에 맞춰 정부조직법을 우선 통과시키는 스케줄이 적절해 보인다”며 “검찰청을 없애는 검찰청법도 같이 통과시킬지 아니면 검찰청법과 중수청법, 국수위법, 기소청법, 공수처법을 묶어서 나중에 통과시킬지는 판단해 봐야 한다”고 했다. ‘추석전 검찰청 폐지’를 약속했고 검찰을 없앤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부과하기 위해 정부조직법과 함께 검찰청법도 ‘우선 통과 법안’에 들어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법무부와 여당의 입장차가 명확히 확인된 만큼 우선적으로 정부조직법과 관련한 부분과 검찰청법 우선 처리 여부에 먼저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검찰청 폐지와 함께 중수청, 국수위, 기소청 설치가 들어갈지, 어디에 넣을지 등을 포함하게 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전날 “(여당안)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했다.
여당이 법안을 내놓을 9월 초순까지 당정간 조율은 쉽지 않아 보인다. 특위안을 먼저 법안 형태로 다음 주에 내놓으면 이를 토대로 국민적 공론화가 이어지면서 정 장관이 제기한 우려들이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정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 “수사, 기소는 반드시 분리되는 방향으로 개혁해야 하고 그 방법으로 중대범죄를 수사할 별도의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는 데도 적극 찬성하고 있다”고 했다. 전날에도 “검찰의 수사권 특히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며 “수사는 전문 수사기관이 맡고 검찰은 기소와 공소유지에 전념하는 수사-기소 분리 체계로 확실히 전환시킬 것”이라고 했다.
그는 원칙적으로 수사-기소 분리와 중수청 설치에 찬성하면서도 중수청을 여당안과 같이 행안부 산하가 아니라 법무부 산하에 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고 중수청, 공수처, 국가수사본부, 경찰 등의 수사 조정을 담당하는 국가수사위원회의 신설과 신설할 경우 국무총리 산하로 두는 것 등에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이를 놓고 다양한 의견이 표출될 가능성이 높다.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은 대목이다. 결국 이 또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결단으로 이뤄질 일이라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앞의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이것은 찬성과 반대라기보다는 이런 의견들에도 불구하고 결국 대통령과 당대표 즉 당정이 결단하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라며 “찬반이라기보다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이기 때문에 선택의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당정은 검찰개혁의 이견이 나오는 상황에서 ‘검찰개혁 무산’을 가장 염려하고 있다. 정 장관이 “검찰 개혁을 저지시키려는 어떠한 시도와 왜곡에도 단호히 대처하겠다”며 “또다시 개혁에 실패해 국정을 혼란시키고 국민을 힘들게 하는 일을 반복할 수는 없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