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지정 고무줄 잣대…201개 기관 ‘감시 시각지대’
지정 요건 충족에도 미지정 … 같은 자회사인데도 제각각
기획재정부 재량 많아 … 기재위 “국회에 근거 보고해야”
정부와 국회의 감사를 강화하기 위한 공공기관 지정 기준이 불명확하고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와 주목된다. 재무, 사업 등 경영상황 감시 사각지대에 놓인 기관이 무려 200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공공기관 지정 요건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관으로 지정되지 않은 기관은 총 201개에 달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 34개, 산업통상자원부 소관 25개, 금융위원회 소관 23개, 국토교통부 소관 21개 순이었다.
27일 국회 기획재정위는 2024회계연도 결산 검토보고서에서 “기획재정부는 지정 요건에 해당하나 공공기관으로 지정하지 않는 명확한 기준이나 기관별 미지정에 대한 구체적인 사유를 공개하고 있지 않아 공공기관 지정의 투명성과 예측가능성이 저하되는 문제가 있다”고 했다.
금융위원회 소관 공공기관인 한국산업은행이나 중소기업은행, 한국자산관리공사, 신용보증기금,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자회사들은 모회사인 공공기관이 지분율을 50% 이상 가지고 있는 경우로 공운법(제4조제1항제5호)에 따라 공공기관 지정 요건은 충족하고 있지만 지정되진 않았다. 그 이유는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기재위의 설명이다.
산은자산운용, 산은캐피탈은 공공기관으로 지정됐다가 2010년 공공기관에서 해제됐고 IBK시스템, IBK신용정보, IBK캐피탈 역시 공공기관으로 지정됐다가 2011년에 지정 해제됐다. 국회 기재위는 “기획재정부는 당시 지정 해제에 대해 공공기관 지정의 실익이 적다는 사유를 제시했을 뿐 구체적으로 어떠한 측면에서 지정의 실익이 적은 것인지는 공개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같은 모회사의 자회사인데도 공공기관 지정 여부가 다른 경우도 있다. 한국전력공사의 자회사 중 한국전력기술, 한전KPS, 한전KDN 등은 공공기관으로 지정돼 있지만 한전FMS, 한전CSC 등은 공공기관 지정 요건을 갖췄음에도 미지정됐다. 한국가스공사의 자회사 중 한국가스기술공사는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반면 코가스서비스얼라이언스나 보안관리는 공공기관으로 지정되지 않았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지분이 50% 이상인 자회사 4곳 중 한국벤처투자와 한국중소벤처기업유통원은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반면 중진공파트너스와 중소벤처기업인증원은 공공기관 지정이 유보됐다. 한국도로공사의 자회사인 한국도로공사서비스는 공공기관이지만 한국도로공사시설관리는 공공기관 지정에서 빠졌다.
국회 기재위는 “공공기관 지정에 기획재정부의 재량이 너무 많다”고 했다.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은 공공기관 지정을 기획재정부장관의 재량으로 규정하고 있다.
기재위는 또 “공공기관 지정 요건을 충족한 기관들의 공공기관 지정 여부에 대해 기획재정부가 명확한 기준 및 사유를 밝히지 않는 것은 공공기관 지정에 대한 투명성 및 예측가능성을 저하시키고 지정 결과에 대한 적절성 논란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 지정 요건을 충족하였음에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지 않는 경우에 대한 명확한 판단 기준을 수립하고, 기관별로 해당 근거를 구체적으로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제출해 공공기관 지정과 관련된 논란을 줄이고 투명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