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마을 개발 ‘이주거부 주민설득’ 관건
서울시·SH, 보상 및 수용절차 마무리
‘이주 거부·분양권 요구’ 수용 어려워
서울 최대 규모 판자촌이자 강남 마지막 노른자땅인 구룡마을 개발에 관심이 모인다.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는 약 2년에 걸친 보상협의와 수용절차를 마무리하고 토지 및 비닐하우스 등 물건에 대한 소유권 이전을 완료했다고 27일 밝혔다.
시와 SH의 이날 발표에 따르면 수십년간 답보상태에 있던 구룡마을 철거 및 개발사업은 급물살을 타게 된다. 구룡마을은 1970~1980년대 철거민 등이 이주하면서 형성된 무허가 판자촌이다. 2012년 도시개발구역으로 최초 지정되었지만 개발방식을 둘러싼 이견, 주민 반대 등으로 장기간 표류하다가 최근에서야 정상궤도에 올랐다.
실제 정비업계에서는 그간 사업 추진의 핵심이었던 판자집과 지장물의 소유권 이전이 마무리되면서 구룡마을 개발이 변곡점을 맞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시와 SH는 2017년부터 보상 및 이주협의를 시작했고 수차례 계획 변경을 거쳐 용도 상향과 세대수 증가 등으로 사업성을 높였다.
거듭되는 협의를 통해 보상과 이주에도 성과를 거뒀다.
사유지 24만㎡ 가운데 약 16만㎡가 계약을 완료했으며 잔여 8만㎡에 대해선 지난해 7월 심의를 신청해 올해 2월 최종 수용결정이 내려졌다. 비닐하우스, 간이공작물 등 물건의 경우 총 1931건 중 소유자가 확인된 967건은 협의를 진행했고 협의가 안 이루어졌거나 소유자를 찾지 못한 경우 수용절차가 마무리돼 소유권 취득도 이뤄졌다.
여기까지만 보면 수십년 묵은 구룡마을 개발이 9부 능선을 넘은 것으로 보인다. 앞서 서울시도 보상과 수용절차가 원활하게 진행돼 빠르면 올해 내로 이주가 완료될 수 있다고 목표 기한을 제시했다.
하지만 건설업계와 시 안팎에선 여전히 구룡마을 개발사업이 난관을 겪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주를 거부하며 버티고 있는 200여 세대 판자촌 주민 때문이다. 이들은 비록 무허가 주택이지만 수십년간 실거주를 해온 만큼 토지와 주택에 대한 소유권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 입장은 완강하다. 증빙 자료가 없는데다 이주를 대가로 아파트 분양권을 요구하는 것은 도저히 들어줄 수 없는 무리한 요구라는 것이다. SH와 시는 그간 이주 주민들에게 이사한 집의 임대보증금을 면제해주고 이에 더해 60%에서 최대 100%까지 임대료를 깎아 줬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이주한 구룡마을 주민수도 751세대에 달한다.
업계에선 서울시의 다급한 사정이 주민들의 이른바 ‘버티기’에 빌미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는 현재 재개발 재건축 실적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오세훈 시장도 대부분의 일정을 정비사업 현장 방문 및 관련 현안에 할애할 정도다. 더구나 구룡마을은 강남 한복판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 때문에 강남권 주택공급의 숨은 요충지로 불린다. 서울시 계획에 따르면 재개발 이후 구룡마을은 3800세대 대단지로 변한다.
구룡마을의 또다른 상징성은 역대 어느 시장도 풀지 못한 서울 도시재정비의 핵심 지역이라는 점이다. 구룡마을은 수시로 발생하는 화재, 홍수 피해 등 주민안전 차원에서 서울시의 해묵은 골치거리다. 전 서울시 관계자는 “구룡마을은 개발을 떠나 치안·안전 차원에서도 재정비가 시급한 지역”이라며 “주택공급 물량 확보에 더해 구룡마을 개발을 마무리하고 싶은 것은 역대 모든 서울시장의 숙원”이라고 말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급하다고 해도 서울시가 버티는 주민들에게 분양권을 제공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고 잘못 건드리면 취약한 환경 때문에 제2의 용산참사 같은 사태가 번질 수 있기 때문에 강제이주에 신중할 수 밖에 없다”면서“ 200세대 이주가 구룡마을 개발의 커다란 장애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