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기업 지원기관

아트코리아랩, 예술과 기술을 융합하다

2025-08-28 13:00:03 게재

예술가부터 초기 기업까지 지원 … 시연장·스튜디오·포럼으로 예술 산업 생태계 확장

문화체육관광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운영하는 아트코리아랩은 예술과 기술을 융합하는 데 초점을 둔 예술가와 예술기업을 지원하는 보육(인큐베이팅) 기관으로 2023년 10월 개관했다. 서울 광화문 한 빌딩 5개 층을 활용해 시연장 등 예술가·예술기업들을 위한 다양한 시설 및 프로그램을 갖추고 창업 이전 단계에서부터 체계적으로 지원한다.

26일 방문한 아트코리아랩에서 가장 먼저 방문한 공간은 공유 사무실이었다. 경복궁을 내려다보는 탁 트인 전망이 펼쳐진 이곳은 입주기업뿐 아니라 예술가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머물며 작업하거나 회의를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정기적으로 열리는 다양한 행사들도 이곳에서 진행돼 입주기업과 예술가들이 소통하는 공간으로 역할을 한다.

◆무료로 개방하는 시연장 = 아트코리아랩에서 가장 인상적인 공간은 지하에 마련된 시연장이었다. 미디어 아트 등 소규모 전시를 할 수 있는 공간에서부터 공연 및 연극 연출이 가능한 대규모 시연장까지 다양한 목적의 시연장들이 마련돼 필요로 하는 예술가 및 예술기업들은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아트코리아랩 시연장에서 활동하는 모습 사진 이의종

시연장에 대한 예술가 및 예술기업들의 호응이 높아 연말까지 예약이 모두 마감된 상태다. 다만, 입주기업들에는 일반 예술기업에 앞서 시연장을 예약할 수 있는 우선권을 주고 있다.

또한 지하층에는 금속 목재 등의 재료를 활용해 시제품 등을 제작할 수 있는 공간인 키네틱 스튜디오와 곡면이 포함된 미디어월(media wall)이 마련돼 있다.

아트코리아랩은 이 외에도 예술가·예술기업이 기술을 활용하는 데 부족함이 없도록 고가의 다양한 장비와 시설을 갖췄다. 우선, 목재 금속 플라스틱 등의 재료를 깎을 수 있는 CNC(Computer Numerical Control, 컴퓨터 수치 제어) 조각기, 3D 프린터, 대형 출력물 인쇄가 가능한 전사프린터 등을 갖추고 있다.

또한 3D 오디오 및 입체음향 작업을 위한 이머시브 사운드 스튜디오, 모션 캡처(사람의 움직임을 센서나 카메라로 기록해서 그 데이터를 디지털 캐릭터나 3D 모델에 그대로 적용하는 기술) 및 영상 편집 등을 위한 다목적 스튜디오와 편집실 등을 마련했다. 아울러 6층에는 미디어 아트 등 다양한 전시를 선보일 수 있는 쇼룸을 마련해 입주기업 및 멤버십 기업들에 개방한다.

아트코리아랩 이머시브 사운드 스튜디오 사진 이의종

◆예술기업 특성 살려 최대 3년까지 입주 = 아트코리아랩은 창작자(예비 기업)에서부터 상시 근로자 10명 이하의 초기 기업을 대상으로 입주기업을 모집한다. 이 외 단기 입주 및 다양한 혜택을 제공받는 멤버십 기업까지 합해 50여개 기업이 함께하고 있다.

입주기업의 경우, 보통 1년 단위로 입주하는 다른 창업지원센터와 달리 최대 3년까지 장기 입주가 가능하다. 예술기업이 성과를 내기까지 긴 시간이 걸린다는 특성을 반영했다.

아트코리아랩은 입주기업을 대상으로 기업설명회(IR) 전략 공유, 성공사례 발표, 투자자와의 모의 투자유치발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와 함께 상시적으로 ‘비즈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기술사업화 △정부지원사업 △홍보마케팅 등을 전문적으로 지원한다. 또한 입주기업끼리, 혹은 졸업 기업과 소통하고 교류할 수 있는 점도 아트코리아랩의 장점이다. 이와 같은 프로그램들 중 상당수는 입주기업 외 일반 예술기업 혹은 예술가들에게도 열려 있다.

지금까지 25개 기업이 아트코리아랩에 입주했고 이 중 5개가 졸업했다. 졸업 기업 대부분은 법인 전환이나 투자 유치 등 성과를 내고 있다.

아트코리아랩 관계자는 “예술과 기술이라는 두 영역을 접목한 기업을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기관은 국내에서 아트코리아랩이 유일하다”면서 “순수 예술가들은 경영이 낯설기 때문에 아트코리아랩은 예술가 정신을 기업가 정신으로 전환하는 데 집중한다”고 강조했다.

◆입주기업 간 협업 기회도 = 이날 만난 입주기업들은 아트코리아랩의 지원을 바탕으로 성장하는 모습이었다. 조대동 버스데이 대표는 “물리적 공간에 대한 지원뿐 아니라 해외 박람회 출품 등 다각도의 보육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어 실질적 도움을 받고 있다”면서 “입주기업들 사이에 정보 공유가 활발해 상호 자극이 되고 협업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버스데이는 해외 박람회 출품 지원에 선정돼 올해 연말 한 해외 박람회에 작품을 출품한다.

정혜주 팀펄 대표는 “이곳에 입주한 이후 사무와 회의 공간을 기반으로 메이커 스튜디오에서 CNC 조각기, 3D 프린터 등으로 시제품을, 프린트 스튜디오에서 대형 출력물을 제작한다”면서 “또한 이를 선보이는 쇼룸까지 활용할 수 있어 실험 속도가 빨라진다”고 말했다. 팀펄의 경우 2024년 아트코리아랩 부스 지원 사업에 선정돼 한 해외 박람회에 참가했다.

아트코리아랩은 앞으로도 예술과 기술을 융합한 산업 생태계 지원을 적극적으로 수행할 계획이다. 아트코리아랩 관계자는 “7월에 이어 9월에 한국문화관광연구원과 협력해 인공지능(AI) 포럼을 여는 등 ‘인공지능 3부작’ 포럼 시리즈를 운영 중이며 11월 ‘인공지능과 예술’을 주제로 국내외 예술인과 예술기업들이 참여하는 아트코리아랩 페스티벌을 열 예정”이라면서 “다음해 9월에 10여개 기업이 졸업을 앞두고 있어 아트코리아랩의 성과가 본격적으로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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