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무릎 꿇은 장애학생 부모들
특수학교 설립 문제로
서울시의회 심의 주목
장애학생 학부모들이 또 무릎을 꿇었다.
27일 서울시의회 앞에서 150여명의 장애 학생 학부모들이 기자회견을 가졌다. 서울 성동구 옛 성수공고 부지에 추진 중인 성진학교(지체장애 특수학교)를 계획대로 지어 아이들이 학교에 다닐 수 있게 해달라는 호소였다.
성진학교 설립 건은 지난달 서울시교육청 심의를 통과했고 이제 시의회 심의만을 남겨 두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 학교를 반대하는 지역 여론이 거세지면서 시의회 통과를 낙관하기 어려워졌다. 시의회가 안건을 보류하면 설립이 지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시의원 일부는 성진학교 설립에 반대 의견을 밝히고 있어 시의회의 행보에 관심이 모인다. 안건이 상임위에 상정되지 않거나 본회의 투표에서 부결되면 학교 설립이 보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시의회 안팎의 기류다. 이 때문에 다음달 9일 시의회 교육위원회, 12일로 예정된 본회의 결과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장애학생 부모들은 특수학교 설립 때마다 무릎을 꿇는 등 우리 사회의 편견과 싸우고 있다.
서울 강서구 서진학교는 이른마 '무릎 호소'로 여론이 바뀌고서야 비로소 설립이 가능했고 중랑구 동진학교는 12년간 부지를 8차례나 옮긴 끝에 가까스로 올해 초 착공했다. 당초 계획보다 개교가 10년이나 미뤄졌다.
서울시 25개 자치구 가운데 8곳엔 특수학교가 1곳도 없다. 성진학교 같은 지체장애 학생 특수학교는 7개 구에만 있다. 학생 10명 중 1명은 매일 왕복 2시간이 넘는 원거리 통학을 감내해야 한다. 학교가 너무 멀어 버스에서 용변을 보거나 경기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학교 설립 담당 기관인 서울시교육청도 시의회 설득에 나섰다. 정근식 서울시 교육감은 "무릎 꿇는 모습을 재현하게 만들어 송구하다"며 "학교 설립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