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금융기관 책임 법제화

2025-08-28 13:00:08 게재

정부, 경찰청에 ‘보이스피싱 통합대응단’ 구성키로

대포폰 개통시 이통사 등록취소·영업정지 등 제재

보이스피싱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통합대응단을 마련해 부처 간 정보공유와 협업에 힘을 쏟기로 했다. 특히 보이스피싱 범죄피해는 더 이상 개개인의 부주의 탓이 아닌 만큼 범죄에 이용되는 대포폰 개통에 대한 이동통신사의 책임을 강화하고, 사고 발생시 금융기관 등 예방책임이 있는 주체가 배상책임을 지도록 법제화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보이스피싱 근절 종합대책’을 28일 발표했다.

최근 보이스피싱 범죄는 기관사칭 등 교묘한 신종수법이 계속 등장하며 피해 규모가 크게 증가하면서 국민의 재산과 안전을 지속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정부는 기존의 개별기관 중심 사후대응 방식을 넘어, 예방적·선제적 대응과 유관기관 통합적 협력체계를 중심으로 범죄 대응 방식을 근본적으로 혁신한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이번 대책에는 △대응 거버넌스 개편 △예방중심·선제대응 △배상책임·처벌강화 등 3대 전략을 축으로 추진된다.

우선 대응 거버넌스를 개편한다.

그간 보이스피싱 대응은 통신·금융·수사기관이 각각 분산적으로 이루어져 정보공유와 협업에 한계가 있었다.

2023년 10월부터 경찰청에 통합신고대응센터를 설치·운영 중이나 인력부족에 따른 상담 위주 응대에 머물러 △응답률 저조 △분석·차단 부재 △기관 간 정보공유 미흡 등으로 피해예방 효과는 제한적이었다고 정부는 분석했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오는 9월부터 경찰청 중심으로 관계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보이스피싱 통합대응단’을 운영한다.

기존 센터의 43명 규모 상주인력을 137명으로 대폭 늘리고, 운영시간도 평일 주간에서 연중무휴 24시간 체계로 전환한다. 상담·분석·차단·수사까지 연계하는 실시간 대응체계를 마련하며, 전담인력을 배치해 범죄 이용 전화번호는 10분 이내 긴급 차단한다.

또한 통합대응단에서 수집·분석한 범죄정보는 전담수사조직에 즉시 제공되어, 범행 전모를 파악하고 전국 단위 병합수사가 가능해진다.

조직은 치안감급 단장을 중심으로 정책협력팀, 신고대응센터, 분석수사팀으로 구성하고, 금융위·과기부·방통위·방심위·KISA(인터넷진흥원)·금감원·금융보안원 등 유관기관 파견 인력도 대폭 보강한다.

예방중심·선제대응 방안도 마련한다.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은 불법 스팸 문자를 통해 휴대전화에 악성앱을 설치해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제어하는 방법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휴대전화에 악성앱이 설치되지 않도록 문자사업자 이동통신사 개별단말기에 이르는 3중 차단체계가 구축된다. 또 범죄에 이용된 전화번호를 임시로 신속 차단하는 ‘긴급차단’ 제도를 도입한다. 신고·제보접수 기준으로 10분 이내에 통신망 접속 등이 차단되고, 24시간 이내에 정식으로 이용중지된다.

이와 함께 이통사의 범죄예방 의무 및 제재도 강화된다. 앞으로 이통사(알뜰폰사 포함)는 휴대전화 개통 이상징후 기준을 마련하고, 이상징후 발견 시 과기부에 신고해야 한다. 관리의무 소홀로 휴대전화 불법개통이 다수 발생할 경우, 정부는 해당 이통사에 대해 등록취소나 영업정지 등 강력한 제재를 부과할 계획이다.

금융회사 등의 범죄피해 배상책임도 법제화한다. 보이스피싱 범죄수법이 고도화되고 피해금액도 확대되고 있어 국민 개개인의 주의여부에만 책임을 돌려서는 효과적인 범죄 차단과 피해구제가 이뤄지기 어려운 실정을 반영한 대책이다.

금융회사 등 보이스피싱 예방에 책임있는 주체가 피해액의 일부 또는 전부를 배상할 수 있도록 법제화할 계획이다. 배상에 필요한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수사기관 정보제공 근거도 마련할 예정이다.

금융회사의 자체 대응역량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한다. 금융회사 내에 보이스피싱 전담부서 설치, 전문성 있는 인력배치 등 인적, 물적 설비를 충분히 갖추도록 의무화한다. 금감원이 이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필요시 개선조치를 요구하는 체계를 갖춰나갈 계획이다.

정부는 또한 보이스피싱 수사 및 처벌을 강화한다. 경찰청은 국가수사본부장을 단장으로 하는 보이스피싱 TF를 운영하는 등 전국 단위 전담수사체계를 구축해 조직망 전체를 추적 검거할 예정이다. 전국수사부서에 400여명 전담수사인력을 증원하고, 특히 5개 중점 시도경찰청(서울 부산 광주 경기남부 충남)에는 피싱범죄 전담수사대·팀(221명)을 신설한다. 또 오는 9월부터 내년 1월까지 5개월간을 ‘보이스피싱 특별단속기간’으로 지정해 중점 수사한다.

대검찰청은 내부조직원이 범죄조직이나 상위 조직원을 제보하면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하는 ‘사법협조자 형벌감면제도’를 도입한다.

법무부는 보이스피싱 등 형법상 사기죄 처벌 법정형을 상향하는 등 관계 법률을 정비하고, 해외 거점 조직검거를 위한 국제공조와 피해금 환수를 강화키로 했다.

윤창렬 국무조정실장은 “이번 대책을 통해 보이스피싱을 반드시 근절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갖고 있다”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 여러분의 주의와 협조라며, 의심되는 전화와 문자는 절대 응대하지 말고 곧바로 신고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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