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영장 기각 ‘암초’ 만난 특검

2025-08-28 13:00:08 게재

법원 “법적 평가 관련해 다툴 여지 있다” 판단

‘국무위원·계엄해제방해’수사 속도조절 전망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사건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내란 방조’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신병 확보에 실패하면서 향후 특검 수사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내란 동조 의심을 받는 국무위원과 국회 계엄 해제 방해 의혹 등 남은 수사에 차질이 우려된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한 전 총리에 대한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중요한 사실관계 및 피의자의 일련의 행적에 대한 법적 평가와 관련해 다툴 여지가 있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정 부장판사는 또 “현재까지 확보된 증거, 수사진행 경과, 피의자의 현재 지위 등에 비추어 방어권 행사 차원을 넘어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의자의 경력, 연령, 주거와 가족관계, 수사절차에서 피의자의 출석상황, 진술태도 등을 종합하면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앞서 특검팀은 한 전 총리를 내란 우두머리 방조와 위증, 허위공문서 작성, 공용서류손상,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허위공문서 행사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팀은 한 전 총리가 국정 2인자인 국무총리로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불법 계엄을 막지 못하고 오히려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해 합법적인 외피를 씌우려 했다고 봤다. 최초 계엄 선포문의 법률적 결함을 보완하기 위해 사후 선포문을 작성·폐기하고 국회와 헌법재판소 등에서 ‘계엄 선포문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위증한 혐의도 적용했다.

특검팀은 362쪽에 달하는 의견서를 제출하고 이날 영장 심사에서도 160장의 PPT자료와 폐쇄회로(CC) TV 영상 등을 제시하며 구속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법원을 설득하지는 못했다.

법원은 검찰이 제시한 증거만으로는 한 전 총리가 계엄 선포를 막지 못한 것을 넘어 적극적인 내란 방조 행위로까지 나아갔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 한 전 총리가 위증 혐의를 사실상 시인한 만큼 구속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당초 특검팀이 한 전 총리의 신병을 확보하면 내란 가담·방조 의혹을 받는 다른 국무위원들에 대한 수사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됐다. 특검팀은 지난 25일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게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를 적용해 압수수색하는 등 강제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조태용 전 국정원장은 직무유기 등 혐의로 입건됐고,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계엄 당시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지시가 담긴 문건을 받은 의혹으로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하지만 한 전 총리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다른 국무위원들의 혐의 적용도 보강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계엄 해제 방해 의혹 수사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비상계엄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였던 추경호 의원은 의원총회 장소를 수차례 변경해 의원들의 계엄 표결 참여를 방해했다는 의심을 받는데 계엄 선포 직후 한 전 총리와 통화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특검팀은 한 전 총리를 구속한 후 당시 통화 내용을 추궁하는 등 계엄 해제 방해 의혹 수사에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됐으나 그의 신병확보가 무산되면서 속도조절이 불가피해졌다.

특검 관계자는 “법원의 기각 사유 등을 면밀히 살펴 한 전 총리에 대한 처리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며 “한 전 총리와 별개로 다른 국무위원들에 대한 수사는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특검팀은 28일 오전 국회 계엄 해제 방해 의혹과 관련해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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