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부실 수사 교훈’ 특검은 달라야

2025-08-29 13:00:01 게재

속칭 ‘집사게이트’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의 중요 수사 분야의 하나다. 김건희 여사의 측근으로 알려진 김예성씨가 설립에 관여한 기업에 대기업·금융사 10여곳이 200억원대 돈을 투자했는데 이 과정에 ‘특혜·보험성’ 자금 유입이 있었다는 것이다. 의혹은 6월 특검법이 통과되기 전부터 제보로 제기됐다. 뿌리는 김 여사가 설립한 코바나컨텐츠 전시회 협찬 문제에서 비롯된다. 유수의 기업들이 사실상 뇌물에 해당할 수 있는 협찬을 했다는 의심이 이번 게이트와 맞닿아 있다.

검찰은 코바나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간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금이 당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검찰총장이던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지위를 의식한 대가성 자금인지 수사한 바 있다. 전시회마다 8~23개 이상의 기업이 협찬했는데 검찰은 두 차례 걸쳐 관련 기업을 무혐의 처분했다. 부정청탁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시 무혐의 처분받은 기업들이 지금 특검 수사 대상이 됐다. 전시회에 4차례 1억2000여만원을 협찬한 도이치모터스 관련자들은 주가조작 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2억1000여만원을 협찬한 게임빌·컴투스는 압수수색을 받았고 이사회 의장은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게이트 의혹 핵심 기업인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는 전시회에 꾸준히 협찬해 온 곳이다.

다른 기업도 연루돼 있다. 3차례 협찬한 희림은 특검 압수수색을 받았고, 협찬사 인테리어업체 21그램은 윤 정부 대통령 관저 수의계약 및 무자격 하도급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업체들은 모두 “전시회 관람 기회를 많은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티켓을 구매한 것으로 다른 목적은 없었다”고 주장한다.

만약 당시 검찰이 충실히 수사했다면 지금의 게이트는 발생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김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여 혐의 역시 수사가 미진했던 사례다. 건진법사·통일교 전 간부의 금품 제공 사건, 명태균 공천개입 수사도 마찬가지다.

한 검사장급 인사는 “도이치모터스 수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상황에서 여전히 ‘검찰이 수사를 잘한다’고 말하면 국민은 검찰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고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일 특검 수사 대상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관련 고발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 여당은 의혹 확산과 수사 인력·기간 부족을 이유로 특검 확대·연장을 주장한다. 반면 야당은 “내년 지방선거까지 윤석열·김건희 이슈를 끌고 가려는 정치적 탄압”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수사는 정치적 중립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이뤄져야 한다. 사회적 혼란을 키우지 않으면서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과거 ‘부실 수사’ 교훈을 되새겨 이번만큼은 제대로 된 결론을 냈으면 한다.

박광철 기획특집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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