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막오른 6.3 지방선거
흔히 대선 바로 다음 해에 치러지는 지방선거는 여당에 유리한 선거라고 말한다. 새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작동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12.3 불법 비상계엄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되면서 치러진 조기 대선 뒤 지방선거라 더욱 그렇다. 야당인 국민의힘이 국민 여론과 다르게 ‘윤 어게인’ 지도부를 선택한 것도 여당의 승리에 무게가 실리는 요인이다.
다만 이재명정부의 국정운영 1년 성적표가 내년 지방선거에 일정 정도 반영된다는 점이 예측을 어렵게 한다. 조기 대선에서 숫자로 드러난 ‘정치 양극화’ 또한 더불어민주당에는 여전히 찜찜한 요소다. 그간의 지방선거 결과를 되짚어보더라도 새정부 1~2년 차에 여당이 모두 승리한 것은 아니라는 점도 계산에 넣어둬야 한다.
조기 대선에서 숫자로 드러난 ‘정치 양극화’
6월 조기대선에서는 야당인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승리했다. 그러나 불법 계엄으로 탄핵을 당한 대통령이 속한 국민의힘을 압도하지는 못했다. 국민의힘 소속인 김문수 후보가 41.2%를 얻은 것은 기존의 정치 지형이 변하지 않았다는 점을 의미한다. 8.3%를 얻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표까지 합하면 보수후보의 표는 과반수에 육박한다.
지역별 득표율을 보면 이같은 상황이 더욱 또렷하게 나타난다. 이재명 대통령은 경기·인천과 달리 서울에서는 김문수 후보에 겨우 5% 포인트 앞섰다. 전통적 열세 지역인 대구·경북은 물론 부산·울산·경남과 강원 등에서 모두 졌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회복됐지만, 내란 세력의 정치적 생명력도 연장됐다.
역대 지방선거 결과를 보더라도 새정부 1~2년 차에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반드시 여당이 승리한 것은 아니다. 여당 승리 공식이 적용된 것은 2018년 제7회 지방선거와 2022년 제8회 지방선거다. 2018년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촛불 민심’을 업고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하던 때다. 당시 여당인 민주당이 광역지자체 17곳 가운데 14곳에서 이겼다. 윤석열정부 출범 20일 만에 치러진 2022년 지방선거에서도 여당이 12곳에서 승리했다. 반면에 2014년 제6회 지방선거는 달랐다. 박근혜정부 2년 차인 2014년에는 야당이 9곳에서 이겨 8곳을 차지한 여당을 앞질렀다.
최근 여론조사 추이에서 나타나듯이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세가 견고하지 못한 것도 변수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은 집권 초기 60% 중반까지 치솟았다. 한동안 움직이지 않을 것 같았던 지지율은 50% 초반까지 떨어졌다가 한미정상회담 이후 40%대 후반까지 내려갔다. 여론의 출렁거림은 지방선거 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우선 외교와 경제에서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다. 최근 정부는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8%에서 0.9%로 낮췄다. 경제 성장률이 0%대에 머무르면 단순히 ‘성장이 멈췄다’를 넘어 고용 불안, 소비 위축, 기업투자 감소 등 국민들의 실제 생활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여야 모두 가장 경계해야 할 일은 강성 지지층에 기대는 일이다. 총선이나 지방선거 같은 전국을 대상으로 한 선거에서는 중간층의 지지를 얻지 않고선 승리하기 어렵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스스로 ‘중도’라고 답변한 유권자는 40%를 넘나든다. ‘야당 대표와 악수를 하지 않겠다’는 여당 대표나 선출된 대통령을 ‘끌어내리겠다’고 말한 야당 대표로는 중도의 표심을 얻기 힘들다. 강성 지지층이 장악한 정당 내 정치에서는 우위를 점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패배’로 가는 길이다.
혁신과 통합 통해 ‘중도’의 마음을 얻는 정당만이 승리할 자격
민주당은 조기 대선의 결과가 지방선거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지금의 정치 지형은 ‘민주당에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니다. 대선 승리는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지지라기보다 민주주의 회복을 바라는 민심이 반영된 것이라고 봐야 한다.
문재인정부의 ‘적폐 청산’처럼 강성 지지층에 경도되어 ‘내란 단죄’에만 매달려서는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와 같은 결과가 재연될 것이다. 국민의힘은 조기 대선 당시 지지율을 회복해야 ‘어게인 2014년’을 기대할 수 있다. 현재 보수는 친윤과 반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으로 분열돼 있다. 지지율도 반토막 난 상태다.
야당이 승리하는 길은 혁신과 통합이 모두 성공해야 가능하지만, 반탄 지도부가 등장함으로써 혁신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한미 정상회담이 끝나면서 드디어 내년 지방선거의 막이 올랐다. 혁신과 통합을 통해 ‘중도’의 마음을 얻는 정당만이 승리할 자격이 있다.
홍범택 자치행정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