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전쟁에도 경상흑자 사상 최대 예상
한은, 올해 1100억달러 전망
반도체수출 호조…본원수지↑ “관세영향 더뎌, 하방 압력”
미국발 관세전쟁에도 올해 경상수지 흑자가 역대 최대치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반도체 수출이 큰폭으로 늘어나는 가운데 에너지 가격 안정세 등이 배경으로 꼽힌다. 국내 기업의 해외 투자에 따른 배당수지 확대 등도 힘을 보태고 있다.
한국은행은 28일 발표한 경제전망보고서에서 올해 경상수지 흑자가 11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5월 전망치(820억달러)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고, 지난해(990억달러)를 넘어선다. 만약 한은 전망치대로 올해 흑자규모가 1100억달러에 달하면 사상 최대였던 2015년(1051억달러) 실적을 10년 만에 넘어선다.
한은은 “상품수지는 반도체 수출이 호조이고 미국 관세 영향도 더디게 나타나 흑자폭이 지난해 수준을 넘어설 전망”이라며 “본원소득수지도 순대외자산의 축적과 글로벌 자산시장의 견조한 흐름 속에 투자소득을 중심으로 상당폭 흑자를 나타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은 내년도 흑자도 850억달러로 예상해 2월 전망치(720억달러)를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경상수지 세부항목별로는 비중이 가장 큰 상품수지가 지난해(846억달러)보다 36.3% 늘어난 1153억달러 흑자로 예상됐다. 특히 반도체 수출이 압도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들어 반도체 수출은 지난달까지 통관기준 누적 880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4% 증가했다.
해외 투자에 따른 배당과 이자소득으로 이뤄지는 본원소득수지 흑자도 253억달러로 지난해(226억달러)보다 12% 가량 증가할 것으로 점쳤다. 다만 매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는 서비스수지는 지난해(-237억달러)보다 적자폭이 늘어 -306억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예상이다.
한은은 “미국 관세 인상에 대해 기업들이 재고 조정과 마진 축소 및 가격전가 최소화로 관세의 부정적 영향이 우려보다 약했다”며 “앞으로 반도체 수출 호조에도 불구하고 관세 영향이 확대되면서 하방압력이 증대될 것”이라고 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28일 기자설명회에서 “관세협상이 재협상에 들어가면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며 수출과 경기의 하방압력 요인이 있다고 했다.
한은은 이날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5월(0.8%)보다 소폭 상향한 0.9%로 내다봤다. 내년도 성장률은 5월 전망치와 같은 1.6% 수준을 유지했다.
한편 한은은 29일 ‘중국의 최근 소비여건 점검’ 보고서에서 “중국 경제는 미국 트럼프행정부 출범 이후 대외 위험이 커지고 부동산 과잉공급으로 투자의 성장 여력도 줄어 성장세 유지를 위해 소비가 중요하다”며 “향후 중국 소비는 일부 부정적 여건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강력한 경기부양 의지 등으로 회복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