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서울시, 청년안심주택 해법 ‘평행선’

2025-08-29 13:00:04 게재

서울시 보증보험 가입해 임차인 보호

정부, 전세사기 막으려 보증요건 강화

보증금 미반환 사태가 발생한 청년안심주택 해법을 두고 정부와 서울시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청년들이 공공을 믿고 맡긴 돈을 날리고 살 곳마저 잃게 된 상황에 관계 당국이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9일 내일신문 취재 결과 서울시 청년안심주택 보증금 미반환 사태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대표적 사례가 주택보증공사의 보증보험 갱신 거부로 보증금 회수가 어려워진 사업장을 들 수 있다. 정부는 최근 시행령을 개정해 보증보험 가입 기준을 크게 강화했다.

전세사기 피해로부터 임차인을 보호하고 집값 안정을 도모한다는 취지이지만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달 보증보험 갱신을 앞두고 거절 통보를 받은 한 업체 관계자는 “건물의 공시가격을 낮춰서 재평가하니 담보인정비율이 낮아져 보험가입 자격을 상실하게 되는 구조”라며 “보증보험 재가입이 안되면 세입자 보호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청년안심주택 보증금 미반환 사태가 불거진 가운데 지난 28일 서울시 주택실 관계자들과 한국청년임대주택협회가 간담회를 갖고 있다. 사진 서울시 제공

청년안심주택 사태 발생 초기, 서울시와 여론은 운영업체의 부실 경영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았다. 적은 자본으로 공공 돈을 빌려 사업을 하면서 임차인들 보증금을 책임지지 않았다는 비판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상황을 들여다보면 업체에만 책임을 돌릴 수 없다고 지적한다. 까다로운 보증보험 가입 기준으로 인해 보험 가입을 못하거나 애매한 규정으로 인해 보험 가입을 하지 못한 업체도 많다는 것이다.

청년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설정한 낮은 임대료와 건설 초기보다 크게 뛴 금융비용도 사업자들을 압박했다. 실제 서울시 청년안심주택을 운영하고 있는 25개 업체 가운데 수익을 올리고 있는 곳은 한곳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부가 보증보험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고 요청하고 있다. 청년주거 안정을 위해 특별히 만든 정책인 만큼 별도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울시-정부 ‘네 탓’ 공방 = 정부도 할 말이 있다. 전세사기가 급증하고 관련 피해자들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보증보험 요건 강화는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주택보증 담당 기관의 부실도 우려된다. 임차인들이 보증금을 보호받기 위해 가입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기금이 40조원에서 9조원 이하로 추락했다.

또다른 우려는 투기세력 재등장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올해 연말과 내년 초 서울 집값이 재급등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집값 상승은 전세대란으로 이어지며 이는 갭투자를 포함한 투기 확산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진단이다.

보증보험 요건 완화를 정부에 공식 요청한 서울시는 자체 대책 마련에도 나섰다. 보증금을 떼일 우려가 있는 청년 세입자들을 위해 경매에 직접 참여하는 방식이다. 정부 기관의 보증 여력이 부족할 경우 서울시가 보증을 서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서울시와 정부의 해법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가운데 책임을 서로 미루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사업의 1차 책임자인 서울시가 일찍 리스크 관리에 나섰어야 했는데 뒤늦게 ‘보증보험’ 탓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 또한 주택정책 사각지대에 놓인 청년들을 방치해선 안된다는 지적이다. 집값 안정과 전세사기 예방을 명분으로 들고 있지만 급작스런 보증 요건 강화로 피해를 입는 청년들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 부동산 PF와 똑같은 구조로 진행되는 자금조달 방식에 근본적 수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년안심주택은 한국주택금융공사의 건설자금 대출이 90%를 차지하고 사업자는 자기자본 10%만으로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청년들은 민간 전세사기 우려를 피해 믿을 수 있는 ‘공공’이 보장하는 주택에 집을 얻은 것이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구제 책임은 정부와 서울시 모두에게 있다”면서 “이번 대책이 양측의 책임공방 또는 정치적 유불리 때문에 결국 실패로 돌아가면 정부나 서울시의 공공주택 정책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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