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바나 협찬·집사게이트’ 의혹…수사 다시 본격화
컴투스·IMS·HS효성 등 피의자 신분 ··· 압색·소환 등 진행
무혐의서 수사 대상 되기도 ··· “정상적인 티켓 구매” 해명
김건희 여사가 전직 대통령 부인으로는 최초로 구속기소됐다. 지난 6일 주가조작과 알선수재,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특검의 첫 대면 조사를 받은 지 24일 만의 결과다.
수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특검법에 규정된 15개 의혹 외에도 김 여사 관련 새로 드러나는 의혹이 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코바나컨텐츠 전시회 협찬 의혹과 여기서 파생된 집사게이트 의혹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건희와 명태균·건진법사 관련 국정농단 및 불법 선거 개입 사건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법’ 제2조 2항은 김 여사가 운영한 코바나컨텐츠 관련 전시회에 기업들이 뇌물에 해당하는 협찬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수사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 의혹은 속칭 ‘집사게이트’로 이어져 현재 특검의 중요 수사 분야가 됐다.
뇌물 협찬 의혹은 코바나컨텐츠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개최한 4개 전시회에 기업들이 당시 검찰 간부였던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지위를 의식해 대가성 또는 청탁성 후원(뇌물)을 했다는 내용이다.
당시 4개 전시(표 참조)에는 각각 9개·23개·10개·28개 이상의 기업이 협찬했다. 특히 2019년 야수파 걸작전은 윤 전 대통령이 중앙지방검찰청 검사장에서 검찰총장 후보군으로 오른 직후 열린 전시로 그해 5월 한 달에만 협찬 기업이 4개에서 16개로 급증했다.
◆코바나 협찬, 김 여사 압수수색 없어 = 의혹 관련 기업들은 검찰의 두 차례 수사에서 무혐의 처분받았다.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은 지난 2020년 9월 김 여사와 윤 전 대통령을 뇌물수수 공동정범으로 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검찰은 이후 2021년 12월 공소시효가 임박한 전시회부터 판단해 무혐의 처분했다. 대상은 2016년 12월 진행된 르 코르뷔지에전 협찬 기업이었다.
검찰은 김 여사 서면조사와 기업 관계자 조사를 거쳐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사항을 확인하기 어렵다”며 ‘혐의없음’ 처분했다. 김 여사에 대해서도 “청탁금지법상 공무원 배우자에 대한 처벌규정이 없다”며 불기소했다.
2차 수사에서도 협찬 기업들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당시 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는 2023년 2월 뇌물·청탁금지법 위반 사건을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했다. 윤 전 대통령도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은 김 여사에 대한 서면조사와 협찬 기업에 대한 강제 수사, 관련자들에 대한 휴대전화 포렌식, 소환 조사를 종합했을 때 ‘협찬이 뇌물이나 청탁금지법 위반 사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공연전시 분야에서 통상적으로 이뤄지는 마케팅 목적으로 한 계약에 따라 협찬금 반대급부로 홍보물 광고, 입장권 제공 등이 실무자들 사이의 협상을 거쳐 공식적으로 추진됐다”라면서 “윤 전 대통령이 중앙지검장 당시 수사한 기업의 형사사건이 협찬 이후 무혐의 처분된 사례가 한 건 발견됐지만 확인 결과 정상적으로 처리된 사건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때도 김 여사 대면조사는 없었고 김 여사 휴대전화 포렌식도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검찰은 “상당 분량의 질문서를 보내 사실관계를 확인했다”며 “(김 여사) 소환조사까지는 필요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형사사건 연루 기업 여럿 = 검찰 불기소이유서에 따르면 검찰 수사선상에 있던 기업은 도이치모터스·삼성카드·신안저축은행·게임빌 컴투스 등 4개 기업이었다.
도이치모터스는 2015년 3월부터 2019년 9월까지 4개 전시회에 1억2190만원 협찬을 했고, 삼성카드는 2016년 12월 르 코르뷔지에전에 4000만원을 협찬했다. 당시 삼성카드는 중앙지검에 형사사건이 접수돼 있었다.
신안저축은행(현 바로저축은행)은 2016년 11월부터 2019년 6월 사이 3개 전시회에 2600만원을 협찬했고 게임빌·컴투스는 2015년 6월부터 2019년 4월까지 4개 전시회에 2억1950만원을 협찬한 바 있다. 게임빌·컴투스는 송병준 의장이 주식 관련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형사사건이 걸쳐 있었다. 검찰은 그러나 협찬 기업이 수사를 받은 적이 있지만 처분 과정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사건을 재수사하는 김건희 특검은 지난달 25일 코바나컨텐츠 사무실과 컴투스홀딩스·컴투스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영장에는 김 여사와 송 의장이 특정범죄가중처벌상 뇌물 혐의 피의자로 적시됐다. 오정희 특검보는 코바나컨텐츠 협찬 뇌물 의혹에 대해 “무혐의 처리된 사건을 (다시) 종합적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송 의장은 압수수색 다음날 특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컴투스측은 “세계적 거장의 전시 관람 기회를 많은 분들과 나누기 위해 전시회 티켓을 구매한 것으로 이 외에 다른 목적이 없었다”며 “해당 티켓을 관련 전공 학생 및 취약계층 등에 기부해 사회공헌에 활용했고, 임직원들에게 제공했다”고 밝혔다.
바로저축은행(구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컨텐츠 전시회는 무상 협찬한 게 아니라 티켓을 구매해 직원들이 관람한 것”이라며 “당시 은행은 형사사건 진행 중인 것이 없었고, 검찰 조사를 받고 무혐의 받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전시회 협찬사였던 희림도 지난 21일 특검 압수수색을 받은 뒤 “코바나컨텐츠 전시회는 동종업계 포함해 100개 이상 기업이 협찬했다”며 “협찬금액에 상응하는 티켓을 수령해 사내복지와 홍보에 활용했다”고 밝혔다. 이어 “당사는 특정 정부와 어떠한 인연도 없으며, 특혜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덧붙였다.
특수부장을 역임한 한 검찰 간부는 “코바나컨텐츠 전시회에 협찬한 모든 기업이 특검 수사 대상이 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중앙지검에 형사사건이 있었느냐가 수사 대상 기준이 될 것”이라며 “윤 전 대통령이 중앙지검장 재직시의 사건은 공소시효가 살아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검은 그런 곳에 대해 직무 연관성과 대가성을 살펴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집사게이트 ‘특혜 투자’ 수사 = 특검은 김 여사와 친분을 내세운 ‘보험·특혜성 투자유치 의혹’ 사건인 집사게이트도 수사하고 있다.
의혹은 김 여사의 집사로 알려진 김예성씨가 2023년 6월쯤 누적적자 기업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를 통해 주요 기업들로부터 200억원대 투자를 받고, 차명 회사로 알려진 이노베스트코리아를 통해 46억원을 부당하게 챙겼다는 내용이다.
투자에 참여한 기업은 한국증권금융(투자액 50억원)·HS효성(35억원)·카카오모빌리티(30억원)·신한은행(30억원)·키움증권(10억원) 등이다.
이와 관련 김씨는 지난 15일 횡령 혐의로 구속된 뒤 29일 재판에 넘겨졌다. 조영탁 IMS모빌리티 대표는 배임 등 혐의로 3차례 특검 조사를 받았다. 조현상 HS효성 부회장도 지난 4일 업무상 배임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에 출석했다.
◆HS효성 IMS 등 압수수색 = 앞서 이달 1일에는 HS효성, IMS모빌리티, 사모펀드 오아시스에쿼티파트너스 등이 압수수색을 받기도 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기업들이 IMS모빌리티에 투자한 배경에 김 여사의 영향력이 있을 거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IMS모빌리티측이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조사 및 제재, 검찰 수사 등의 경영상 위험이나 오너 리스크에 직면한 회사들에 김 여사와 김씨의 친분 관계를 내세우며 투자를 제안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제안을 받은 기업들이 경영상 위기를 모면하거나 향후 청탁을 활용할 생각으로 손해 보는 투자를 했다’는 내용도 적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HS효성측은 “정상적인 협의를 거쳐 사업적인 목적으로 투자를 한 것”이라며 “당시는 집사라는 사람을 알지도 못했다”고 밝혔다. 조영탁 IMS모빌리티 대표는 “184억원뿐 아니라 지금까지 700억원 투자에 그 어떤 외부도 개입하지 않았다”며 “모든 투자는 IMS 기술력과 150여명의 젊은 임직원들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말했다.
의혹에 거론되는 다른 기업들도 “회사 내부의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사업성을 보고 투자했다”는 입장이다.
특검은 이에 대해 “IMS모빌리티에 이해하기 어려운 규모의 투자를 진행한 배경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검찰 간부는 “뇌물공여 사건은 진술 없이 수사가 되는 경우가 드물다”며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되는 등) 세상이 바뀌었으니 당시 상황을 진술하는 사람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박광철·김선일 기자 pkcheol@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