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KPS 발전소 정비 노동자 파견고용 “불법”

2025-08-29 13:00:04 게재

법원 “원청 직접 고용해야”

노조 “반복 희생 끝내야”

사측 “항소여부 아직 미정”

한국전력 자회사인 한전KPS가 발전소 정비 노동자를 파견 고용한 것은 불법이며, 이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한전 KPS는 지난 6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홀로 일하다 기계에 끼여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김충현씨가 소속된 파견업체의 원청사다. 노조와 유가족은 “정부와 한전KPS에 ”즉각적인 직접고용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41부(정회일 부장판사)는 28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김영훈 한전KPS 비정규직지회장 등 24명이 한전KPS를 상대로 낸 A씨 등의 근로자지위확인 등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모두 받아들인다”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지난 2022년 6월 9일 소송이 제기된 지 3년 3개월 만이다.

A씨 등은 한국서부발전 2차 하청노동자다. 서부발전은 한전KPS에 태안화력발전소 경상정비업무를 도급을 줬다. 한전KPS는 이를 전기부문과 기계부문으로 나눠 각각 다른 협력업체에 다시 하청을 줬다. 지난 6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홀로 일하다 기계에 끼여 숨진 김충현씨도 기계부문 협력업체에 소속돼 일했다.

법원은 A씨 등과 한전KPS 사이의 근로자 파견 관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은 피고와 형식적으로 도급계약을 맺었지만, 실제로는 피고의 지휘와 명령에 따라 업무에 종사한 것으로 보인다”며 “파견법이 정한 파견근로에 해당하며 이에 따라 피고가 직접고용 의무를 진다”고 짚었다.

이어 “하도급계약서상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맡은 업무와 한전KPS 직원이 실제 하는 정비업무를 구별하기도 어렵다”며 “A씨 등이 작업에 쓰이는 각종 장비를 한전KPS에게 대여받고 반납한 점과 협력업체가 노동자들과 매년 명칭만 바꿔 근로관계를 승계하는 하도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씨 등은) 한전KPS가 지시하는 대부분의 업무를 했기 때문에 한전KPS 노동자나 A씨 등에 대해 전기와 기계부문을 나눠 볼 이유가 없다”며 “동종 유사업무를 수행한 근로자가 자격증을 소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업무의 동종 유사성에 차이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공공운수노조 한전KPS비정규직지회와 태안화력 고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는 이날 선고 직후 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죽음을 외주화한 공기업 한전KPS의 구조적 범죄에 대해 이번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며 “김충현을 비롯해 반복된 발전소 하청 노동자의 희생을 끝내야 한다는 절박한 요구에 법이 응답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전KPS는 즉각 판결을 이행해야 한다”며 “불법파견이 확인된 이상 직접고용과 정규직화를 바로 추진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한전KPS 관계자는 “판결문을 이제 송달받아 관련 내용을 검토 중”이라며 “항소 여부를 말할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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