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이재현 인천대 도시환경공학부 초빙교수

“2030년 탄소감축목표 달성, 중앙-지방 협력이 핵심”

2025-09-01 13:00:01 게재

인공지능 선별장·목표관리제로 소각 매립서 감량 재활용으로 전환 … 도시계획 단계서부터 기후위기 대응 요소 반영 필요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폐기물 분야의 경우 2018년 배출량 대비 46.8%를 감축해야 합니다. 이 일을 중앙정부 혼자 할 수 있을까요? 더욱이 시간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았어요. 지방자치단체에서 함께 하지 않으면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은 불가능합니다. 중앙과 지방이 함께 회복과 성장을 위한 새로운 동력을 찾아낼 분야는 다양해요. 의지와 노력이 부족했을 뿐이죠.”

8월 27일 이재현 인천대학교 도시환경공학부 초빙교수는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지방행정과 중앙행정 업무를 모두 경험한 그는 이른바 ‘공공환경혁신가’로 불린다. 이 교수는 1987년 기술고시로 공직에 발을 내디딘 뒤 약 30년간 기후환경 업무를 했다. 또한 2018년 제13대 인천광역시 서구청장으로 당선된 뒤 ‘서로e음(지역화폐)’ ‘골목형 상점가’ ‘스마트 에코 도시’ 등 환경과 경제를 둘 다 잡는 다양한 정책을 선보인 바 있다.

“도시계획 단계에서부터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요소들을 전면적으로 반영해야 합니다. 중앙정부만 바라볼 게 아니라 지방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한 예로 경인고속도로 지하화 사업의 경우 도로만 생각할 게 아니라 ‘태양광패널-산책로-탄소흡수원 수종’을 혼합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습니다. 이른바 ‘기후감축형 에너지고속도로’로 거듭나는 거죠.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에너지를 생산하고 탄소흡수원 역할을 할 수 있는 나무를 심고 지역주민들이 해당 도시숲을 즐길 수 있다면 주민 수용성 문제까지 함께 해결할 수 있어요.”

이 교수는 인터뷰 내내 발상을 달리하면 기후위기 시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지방에서도 많이 만들어 낼 수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 교수와의 인터뷰는 8월 27일 인천 서구 가정로 인근 한 사무실에서 이뤄졌다.

이재현 인천대학교 도시환경공학부 초빙교수 △사단법인 서구미래ESG포럼 상임이사 △민선7기 인천광역시 서구청장(2018~2022년)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사장(2015~2018년) △환경부 기획조정실장(2013~2015년) △기술고시 제23회 △저서 ‘이재현의 ESG’ ‘이재현의 서로이음’ ‘이재현의 소통방정식’ ‘아프리카의 햇살은 아직도 슬프다’ 사진 이의종

더딘 에너지전환, 기후리더십이 중요해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물론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역 맞춤형 탄소중립 모델이 탄탄해야 합니다. 인천의 경우 태양광 수소 바이오 암모니아 등 신재생에너지 융합 모델을 구축할 수 있어요. 인천의 에너지자립률은 상대적으로 높지만 화력발전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 주민들이 감내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하는 일이 시급하죠. 이미 있는 시설들을 잘 연계해서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에요.”

이 교수는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사장 출신이기도 하다. 인천시 서구에 있는 수도권매립지는 인천 경기도 서울 등지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처리하고 자원화하는 기관이다. 매립지가스 포집설비와 연계된 바이오에너지 생산시설(50MW급 발전소)로 악취방지는 물론 연평균 수익이 약 240억원에 달한다. 또한 광역 음폐수 바이오가스화시설(500톤/일)에서는 공공 음식물폐기물탈리액을 활용해 바이오가스를 생산, 액화천연가스(LNG) 대체 에너지원으로 사용 중이다.

“SK인천석유화학 공장 내 연간 3만톤을 생산할 수 있는 액화수소플랜트가 있어요. 수도권에서 유일한 시설이죠. 더욱이 암모니아는 수소 저장이나 운반 문제를 해결하는 매체 역할을 할 수 있어요. 수소와 암모니아는 재생에너지 간헐성 변동성 문제를 보완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죠.”

문제는 비용이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시간과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람과 사람이 마음을 맞댄다면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충분히 새로운 체제로 전환은 가능하다는 게 이 교수의 주장이다.

“서구청장 시절에 장례식장 등에서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도록 다회용기 사업을 실시했어요. 처음에 다들 할 수 없다고 했죠. 예산이 있냐, 수용성 문제는 어떻게 할 거냐 등 우려의 목소리가 컸습니다. 하지만 큰돈을 들이지 않고 인천 서구에 있는 가톨릭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 장례식장의 쓰레기 배출량을 ‘0’으로 만들었어요. 이곳에서는 연간 쓰레기 배출량이 110톤, 22가지 일회용품이 나왔죠. 병원장 신부님을 설득해서 다회용기 사업을 시범적으로 도입하기로 했어요. 이후 공공일자리 형식으로 장애인 등 소외계층 분들께 수거·세척 업무를 일자리로 부탁드렸습니다. 서구청 내부와 인근 카페들도 다회용기사업에 참여하도록 독려했죠. 서구의 경우 모바일 지역화폐 경제가 활성화했는데, 배달 시 다회용기를 선택하면 혜택을 주도록 했습니다. 이외에도 아이스팩 재사용, 커피찌꺼기를 활용한 노인 일자리와 유치원 교육프로그램 연계 등 다양한 자원순환 모델을 구축했죠. 모두 큰 돈이 들어가지 않았어요.”

이 교수가 가톨릭재단과의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특별한 인연이 있다. 그는 2000년대 유엔환경계획(UNEP) 사무국에서 근무할 당시 케냐 나이로비에서 고(故)이태석 신부를 만났다. 영화 ‘울지마 톤즈’의 주인공이기도 한 이 신부는 남수단 톤즈에서 선교활동을 하다 짧은 생을 마감했다. 20여년 이상의 내전 여파로 가난과 질병에 시달리던 톤즈 방문 시 현실에 충격을 받은 이 교수는 귀국 후 수단어린이장학회를 설립하여 이 신부를 돕고 지속적인 나눔 활동을 펼쳤다.

정책 일관성 위해 지자체 목표감축제 도입

문제는 이 교수가 서구청장을 그만둔 뒤 이러한 노력들이 지속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방자치단체장만의 의지에 따라 기후·환경·에너지정책이 달라지지 않도록 구체적인 목표설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지자체가 의무를 부여받지 않기 때문에 지자체장 의지에 따라 성과가 좌우되는 측면이 있어요. ‘2030년까지 쓰레기 배출량 50% 감축, 실질 재활용률 70% 달성’ 식으로 목표관리제 도입이 필요합니다. 너무 과한 목표가 아니냐고요? 소각과 매립이 아닌 재활용과 감량에 무게중심을 둔다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이는 고질적인 인천 수도권매립지, 소각로 문제 해결과 탈플라스틱 정책을 위해서도 필요합니다.”

정부와 서울 인천 경기도 등 수도권 3개 시도는 사용 중인 제3-1매립장 포화를 앞두고 대체매립지 확보를 위한 4차 공모를 진행 중이다. 2021년 이후 세 차례 공모를 했지만 어느 지자체도 매립지를 유치하겠다고 나서지 않아 무산됐다. 또한 2026년부터 수도권 지역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금지된다.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소각과 매립이 아닌 감량과 재활용을 해야만 합니다. 이 부분에 대한 목표가 너무 두루뭉술한 측면이 있어요. 수도권매립지를 사용하는 수도권 3개 시도가 재활용 감량 목표를 명확하게 논의해야 합니다. 중앙정부는 지자체가 구체적인 목표를 설립하도록 돕고 공공사업이든 민간에서 하든 다양한 해결책을 함께 제시해 줄 필요가 있어요.”

이 교수는 “시민들이 힘들게 분리배출을 해도 실제 재활용이 되는 비율은 그리 높지 않다”며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첨단 무인 공공선별장을 만들어 쓰레기 문제는 물론 새로운 기후테크 재활용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각장을 주민들이 왜 싫어하겠어요. 종량제봉투에 유해한 물질들이 섞여서 버려지기 때문에 소각로에서 어떤 물질이 타는지 불안한 거죠. 공공영역에서 인공지능을 적용한 세부선별장을 만들어 종량제봉투 안에 있는 쓰레기들을 잘 선별하면 재활용률도 높이고 잘 타는 것들만 소각로로 보낼 수 있어요. 그렇게 되면 열에너지 시설로도 활용이 가능하죠. 쓰레기양을 원천적으로 줄이고, 재활용률은 높이고, 에너지까지 생산할 수 있으니 일석삼조인 셈입니다.”

이 교수는 이처럼 기술혁신을 통한 환경문제 해결이야말로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에너지전환 등 새로운 변화를 두려워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제조업 비중이 높기 때문에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얘기도 하죠. 일본 독일 등도 우리나라처럼 제조업 비중이 높지만 훨씬 적극적으로 탄소중립 노력을 합니다. 이들 국가는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기술 및 산업을 함께 육성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었죠. 우리도 관련 특별법을 만들거나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연대와 협력을 하고 기후인지예산을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른바 ‘기후인지 예산제도’를 통해 온실가스 다배출사업에 대해 감축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고 기후테크기업이나 중소기업들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안도 강구해야 합니다.”

이 교수는 탄소중립 사회로 거듭나기 위한 시민 동참 방안 중 하나로 ‘국민기후실천카드 3040’ 도입도 제안했다. 기존 카드에 기후환경 마일리지를 연계해 친환경활동 시 보상을 주는 방식으로 시민 동참을 제도화하는 것이다.

인천=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알기 쉬운 용어설명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40% 감축하는 게 목표다. 기후변화로 위협받는 지구와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세계 각국이 비준한 ‘기후변화협약’에 따라 나라마다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이행 중이다.

■음식물폐기물탈리액 = 음식물폐기물을 생물학적으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농도의 유기성 폐액이다. 질소 인 등이 다량 함유돼 적절한 처리 없이 방류하면 수질오염의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

■서구e음 = 2019년 인천 서구에서 발행한 기초지방자치단체 지역화폐다. 모바일앱과 IC카드가 결합된 전자상품권 형태의 지역경제 활성화 정책이다. 서구 내 소상공인 매장에서 사용 시 일정 부분을 캐시백 형태로 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