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등 신기술로 쓰레기에서 돈을 캐다
공급망 전체에서 사전 폐기물 감축
사람 대신 분류, 새로운 시장 열어
냄새나고 더럽고 돈이 되지 않는다고 여겨지던 폐기물 시장이 달라지고 있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 (IoT) 등 기술 도입으로 쓰레기 데이터 자체가 돈이 되고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난다. 바야흐로 쓰레기에서 돈을 캐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1일 국제학술지 ‘리절츠 인 엔지니어링(Results in Engineering)’의 논문 ‘AI와 IoT를 활용한 도시 고형폐기물 관리의 혁신: 폐기물 수거, 분류, 재활용을 위한 스마트 솔루션 리뷰(Revolutionizing urban solid waste management with AI and IoT: A review of smart solutions for waste collection, sorting, and recycling)’에 따르면,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기술이 폐기물 수거에서 재활용까지 전과정을 자동화하고 데이터화해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창출할 수 있다.
세계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도시에서는 폐기물이 매년 20억톤 발생한다. 2050년에는 34억톤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이처럼 급속도로 늘어나는 엄청난 양의 쓰레기는 처리에 골치를 앓지만 기술 도입으로 오히려 신사업 기회로 전환하는 분위기다.
우선 쓰레기 데이터 자체가 새로운 수익원이 될 수 있다. ‘AI와 IoT를 활용한 도시 고형폐기물 관리의 혁신: 폐기물 수거, 분류, 재활용을 위한 스마트 솔루션 리뷰’에 따르면,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 기술의 결합으로 지방자치단체와 제조업·소매업체 간 새로운 데이터 기반 협력 동반 관계가 형성된다. 또한 지자체가 폐기물 데이터 분석 결과를 민간 기업과 공유하면 기업들은 더 지속가능한 폐기물 처리 방법을 채택할 수 있다.
인공지능 기반 예측 모델은 △인구 밀도 △폐기물 유형 △계절별 변화 등을 종합 분석해 도시 폐기물 발생 유형을 미리 예측할 수 있게 해준다.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는 도시계획가 혹은 정책 입안자들이 △폐기물 관리 정책 △기반시설 투자 등을 설계할 때 정보에 입각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단, 주민들의 폐기물 배출 습관 등 상세한 자료들을 수집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 유출 우려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강력한 데이터 보안 정책과 투명한 정보 활용 지침이 필요하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시의 사례처럼 공공-민간 파트너십을 통한 스마트 폐기물 관리 시스템 도입이 확산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시는 폐기물 처리업체인 ‘리콜로지(Recology)’와의 협력을 통해 재활용 시설에 분류 로봇을 도입하고 사물인터넷 센서로 실시간 쓰레기통 상태를 확인해 쓰레기가 넘치는 현상을 80% 줄였고 불법 투기 역시 64% 감소했다.
또한 유니레버 등은 인공지능 분석을 통해 공급망 전반의 폐기물을 줄였다. 과거 자료를 학습해 미래를 예측하는 머신러닝 알고리즘으로 소비자 구매 유형을 분석해 어떤 제품이 과잉 폐기물을 만들어낼지 예측하고, 생산 일정을 조정한다. 이를 통해 과잉 생산과 관련 폐기물을 최소화하며 비용을 절약한다.
인공지능 로봇 등장은 재활용 산업 판도도 바꾼다. 국제학술지 ‘엔바이런멘털 케미스트리 레터스(Environmental Chemistry Letters)’의 논문 ‘스마트시티에서 폐기물 관리를 위한 인공지능: 리뷰(Artificial intelligence for waste management in smart cities: a review)’에 따르면, 기존 수작업 분류는 시간당 30~40개 처리가 한계였지만 인공지능 기반 지능형 기계는 분당 160개까지 처리할 수 있다. 인공지능 기반 분류 시스템의 정확도는 72.8~99.95%다. 인공지능은 13개 범주의 섬유 폐기물을 95.4% 정확도로 분류하고, 전자 폐기물을 96% 정확도로 8개 범주로 분류했다.
결국 신기술 도입으로 쓰레기를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 우리가 만들어 냈지만 더러운 존재로 취급받던 상황에서 벗어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신성장 동력으로 탈바꿈 중이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