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생성형AI 시장 2030년까지 130억불

2025-09-01 13:00:22 게재

제조업 현장력과 AI 기술력 결합하면 경쟁 우위 가능 … 소프트뱅크 애피어 파크샤 주목

글로벌 조사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일본의 생성형 AI 시장 규모가 2030년까지 약 130억달러(약 1.9조엔)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으며 이는 2023년 대비 17배 증가에 해당한다. 생성형 AI의 활용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며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다양한 기업들이 이 분야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소프트뱅크, 일본 AI 혁신 가속화

일본의 AI를 얘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회사가 소프트뱅크다. AI는 단지 도구가 아니라 앞으로는 인간의 파트너와 같은 존재로 더욱 가까이 다가올 것이라고 하는 손정의 회장의 확고한 신념하에 AI에 과감하게 투자하고 있다. 지난 7월에 개최된 ‘소프트뱅크 월드 2025’에서 손 회장은 “소프트뱅크 그룹 전체가 AI 에이전트(AI agents) 개발에 집중하고 있으며, 앞으로 100억개의 AI 에이전트를 만들어 활용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앞으로는 소프트뱅크 그룹만이 아니라 다양한 기업에서도 수억 개, 수천만 개의 AI 에이전트가 개발되어 사용될 것이며, 거의 모든 상황에서 활용되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했다. AI 에이전트가 주도하는 미래에 대한 확신을 바탕으로 손 회장은 AI를 그룹의 사업 전략의 핵심으로 두면서 대규모이면서도 고성능인 생성형 AI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2025년 2월 3일, 미국의 오픈AI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개별 기업에 맞춤화된 AI ‘크리스탈 인텔리전스(Cristal Intelligence)’를 소프트뱅크 그룹 각 계열사에 대규모로 도입해 기업 전체의 업무 효율화와 생산성 향상을 도모하면서 동시에 일본의 주요 기업들에 판매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오픈AI와의 합작 법인인 ‘SB OpenAI Japan’을 설립해 최첨단 AI 연구와 영업 활동을 시작한다. 각 기업이 보유한 내부 데이터를 활용한 전용 AI를 개발해 기업의 영업 활동이나 경영 전략 수립 등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각 기업에 최적화된 전용 AI 에이전트는 인간을 대신해 고객 대응과 영업 활동을 수행할 뿐만 아니라 회의에 참석해 의사결정 과정에서 조언자 역할도 맡게 된다.

최근 소프트뱅크그룹 산하의 임직원에게 AI 활용을 의무화했다. 스스로 사고하고 인간을 대신해 업무를 수행하는 ‘AI 에이전트’의 보급에 대비해 사내에 AI 활용 모델과 노하우를 축적하기 위한 조치다. 전 직원에게 AI 개발 참여를 의무화했으며, 오픈AI가 제공하는 툴을 활용해 데이터 분석, 문서 및 서식 자동 작성, 업무 지원용 AI 앱 등 직원1인당 100개의 AI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개발된 AI 앱 중에서 유용성이 높은 것은 실제 업무에 본격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AI를 능숙하게 활용할 수 있는 직원의 수가 기업 경쟁력에 직결된다”는 손 회장의 판단 하에 소프트뱅크의 AI에 대한 도전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되리라 예상된다.

애피어, AI 마케팅 솔루션 특화 기업

애피어(Appier)는 2012년 대만에서 설립된 AI 기반 마케팅 솔루션 기업으로 본사는 대만에 있지만 도쿄에도 거점을 두고 활발히 비즈니스를 전개하고 있다. Appier는 EC 및 디지털 콘텐츠 기업을 대상으로 고객 분석, 판매 촉진 등 마케팅 활동을 지원하는 다양한 AI 도구를 제공하는 전문가 집단이며 크게 세 가지 사업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 광고 클라우드(Ad Cloud)는 EC 및 디지털 콘텐츠 사업에서 우수 고객이 될 가능성이 높은 사용자를 예측하여 광고 효율을 극대화한다. 둘째, 개인화 클라우드(Personalization Cloud)는 사용자 개개인의 특성에 맞춘 맞춤형 메시지 발송을 가능하게 한다. 셋째, 데이터 클라우드(Data Cloud)는 축적된 데이터를 분석하여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을 제안한다. 국내에서는 G마켓과의 협업 사례가 있다. G마켓은 Appier 리타겟팅 솔루션을 도입해 광고비 대비 매출 수익률(ROAS)을 안정적으로 달성했다.

Appier의 가장 큰 경쟁력은 여러 솔루션을 단일 플랫폼에서 제공함으로써 데이터 사일로(Data Silo)를 방지하고 마케팅에서 세일즈까지 일관된 고객 경험을 설계·실행·분석할 수 있는 통합 플랫폼을 구축한 데 있다. 특히 Appier는 매출 1000억엔 이상인 대기업을 주요 타깃으로 삼는다. 이는 기업이 보유한 기반 데이터의 양이 성과를 좌우하는 핵심요인이기 때문이다. 또한 서비스와의 친화도가 높은 잠재 고객에 집중하는 영업 전략을 통해 고객 해지율을 업계 평균보다 크게 낮춘 것이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SaaS 업계에서는 해지율 3%를 목표로 하지만, Appier의 평균 해지율은 1% 미만이다.

향후 Appier는 대기업 대상 서비스 안정화를 기반으로 중소기업 시장까지 진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개인화 클라우드(Personalization Cloud)에는 충분한 데이터를 보유하지 않아도 바로 활용할 수 있는 기능이 포함되어 있어, AI 기술의 고도화와 함께 중견 이하 기업에서도 즉시 성과를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로 발전하고 있다.

한편, 최근 발표된 2024년 12월기 연간 결산에 따르면 매출 수익은 3405억7000만 엔으로 전년 대비 28.9% 증가, 영업이익은 147.3% 증가하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2012년에 설립된 비교적 젊은 기업인 만큼, 향후 과제는 브랜드 인지도와 신뢰성 강화에 있다.

파크샤, 고객센터 AI 솔루션의 선두주자

파크샤(PKSHA)는 도쿄대 마츠오 연구소에서 개발한 기술을 기반으로 특히 기업의 고객센터 AI 솔루션 분야에서 강점을 가진 회사이다. 창업 이후 고객센터 중심으로 쌓아온 개발 실적을 바탕으로 경쟁사가 모방하기 어려운 독자적인 솔루션을 확보했다.

고객과의 1차 접점(온라인 문의)부터 2차 접점(인간 상담), 마지막 데이터 분석 영역까지 세부 프로세스를 자동화함으로써 자사 서비스에 대한 의존성을 높이고, 타사 서비스로의 전환 비용(스위칭 코스트)을 증가시켜 경쟁사 진입 장벽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이 결과, 챗봇·보이스봇·Q&A 관리 모든 영역에서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PKSHA의 성공에는 적극적인 M&A 전략도 기여했다. AI 챗봇, 화상 해석, HR 솔루션 등 스타트업을 매수해 그룹 내에 편입함으로써 고객센터 외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기술과 매수한 회사의 기술을 결합해 시너지를 창출했다. 또한 단순 판매에 그치지 않고, 고객사와 공동으로 AI 모델을 튜닝하며 현장 정착까지 지원하는 등 장기적인 고객 관계 구축에 힘쓰고 있다.

또한 PKSHA는 폭넓은 고객 기반과 다양한 마케팅 영역을 대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점이 또 다른 강점이다. 이는 여러 AI 조합을 활용해 다양한 니즈에 대응하는 맞춤형과 범용성이 높은 패키지형 두 가지 제품을 동시에 제공함으로써 가능해졌다. 그 결과 3000개 이상의 기업을 중심으로 다양한 산업 분야에 AI 기술을 제공하며, 고객센터 업무와 사내 헬프데스크 등에서 24시간 365일 운영되는 AI 어시스턴트를 제공하고 있다.

PKSHA는 2017년 도쿄 마더즈(Mothers) 시장에 상장했으며, 2020년에는 수십억엔 규모였던 매출이 2024년 9월 기준 연결 매출 169억엔, 영업이익 32억엔으로 급성장했다. 스타트업이 수익을 내면서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대표 사례로 향후 성장이 더욱 기대된다.

노동력 해결과 경쟁우위 확보 위한 전략

일본은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심각한 노동력 부족 문제를 경험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AI 기반 무인 로봇 도입이 빠르게 추진되고 있으며 제조업 의료 금융 서비스 등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일본 기업이 전통적으로 강점을 가진 제조업의 현장력과 AI 기술이 결합하면 다른 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일본의 AI 관련 기업은 기술 중심의 기업부터 사회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기업까지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기업이 있는 반면, 어려움을 겪으면서 구조조정을 과감히 진행하는 기업도 존재한다.

생성형 AI 기술과 각국 고유의 데이터는 국가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잡고 있으며 일본 기업이 독자적인 모델을 발전시킨다면 일본의 AI 기술과 서비스 수준 전반의 향상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양경렬 Yang GyungYeol 나고야 상과대학(NUCB) 마케팅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