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펀드 외면하는 보험·연기금
정권 교체되면 투자 우선순위 변경
보험연구원 “펀드 지속성 한계”
연기금과 보험회사 등 장기자금을 가진 기관투자가들이 정책펀드 지속성에 한계 때문에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보험연구원 최성일 연구위원은 1일 KIRI리포트 ‘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펀드의 효과적 운용’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정책펀드는 소기의 성과를 보였으나 관련 예산 축소, 중간성장단계에서의 지원 및 회수가 미흡했다”고 밝혔다.
특히 최 연구위원은 연기금과 보험회사 등 기관투자자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해 다양한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캘리포니아주 퇴직연금기금인 ‘CALPERS’는 자산중 5%를 비상장벤처 등에 할당한 뒤 투자하는데 비해 한국의 공적연기금 등의 비상장벤처 투자는 1%에도 못 미친다.
정책펀드의 구조적 한계도 지적된다. 한국은 2005년 중소기업투자모태조합을 시작으로 정책펀드 생겨났다. 정부가 출자하되 민간벤처캐피털운용사가 투자 결정을 하는 간접투자 방식이다. 민간벤처캐피털이 갖는 한계를 극복하고 산업정책과 기술혁신 등 공공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활용됐다. 이명박정부에서는 녹색금융펀드, 박근혜정부는 통일펀드, 문제인정부는 뉴딜펀드 등을 각각 만들어 대규모 정책사업을 벌였다.
예상했다시피 사업성과 시장성이 아닌 정치적 구호가 펀드 조직의 동력이 됐다. 당연히 투자효율성과 지속성이 떨어지고, 정권이 교체되면 동력을 잃었다. 각종 지원이 축소되거나 폐지될 것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빠져나가거나 추가 투자를 기피하기 때문이다.
녹색성장펀드 뉴딜펀드는 국정슬로건에 맞춰 추진됐지만 정권이 교체되면서 정책키워드가 변경됐고, 투자 우선순위도 뒤바뀌었다. 통일펀드는 더 심각했다. 남북관계 불확실성, 정치·외교 환경변화로 남북경협주 위주 펀드 대부분 청산됐다.
국가별로 정책펀드에 민간자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영국의 지역벤처캐피탈은 정부가 가장 먼저 투자하고 가장 나중에 투자금을 회수하고 있다. 영국 엔터프라이즈 캐피탈 펀드의 경우 정부 출자금을 대출로 전환하는 방식의 유인책을 쓰고 있다.
호주의 프리시드펀드는 정부 투자자의 수익 상한을 설정하고, 초과 수익은 민간투자자자에 귀속하고 있다.
독일이나 덴마크에서는 정책펀드 손실 일정 부분을 정부가 보장하기도 한다.
최 연구위원은 “혁신기업 및 전략산업에 대한 정책펀드에 개인 및 기관이 참여하는 경우 효과적인 세제 혜택을 부여 해야 한다”며 “연기금과 보험회사도 일정 규모 이상을 정책펀드에 투자하는 경우 세제혜택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책펀드 투자 혁신 기업 등의 상장요건을 완화하고, 일정요건을 충족하는 혁신기업에 대해 공정거래법상 M&A 규제를 완화하거나 피합병 및 매각을 통한 엑시트를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