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도입 국민동의청원…입법 반영률은 5.1%

2025-09-01 13:00:01 게재

입법 연계성 낮지만 등록건수 꾸준히 증가

‘정치효능감’ 느낄 수 있는 주요 통로 역할

2020년부터 시행된 국회 전자청원(국민동의청원) 제도는 국민이 직접 국회에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주요 통로가 됐다. 제도가 도입된 지 5년이 지난 올해 3월까지 총 2106건이 등록됐는데, 이는 ‘국회의원 소개 청원’보다 7배 정도 높은 수치다. 하지만 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에도 불구하고 청원이 실제 법안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정기국회 개회 D-1 정기국회 개회식을 하루 앞둔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모습 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1일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과 정책’에 실린 ‘국회 국민동의청원 제도의 운영현황과 쟁점’ 보고서에 따르면 20대와 21대 국회에서 성립 요건을 충족(30일 이내에 5만명 이상 동의)한 117건의 청원 중 단 6건만이 입법(대안반영폐기)에 반영됐다.

20대와 21대 국회에서 ‘성립’된 국민동의청원 중 5.1%만이 입법에 반영됐으며, 전체 ‘등록’ 청원을 기준으로 보면 입법 반영률은 0.4%에 불과했다. 20대와 21대 국회에서 성립된 국민동의청원의 88.9%는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보고서는 “전자청원이 위원회로 회부되더라도 청원에 대한 심사 여부와 청원 내용이 정책에 반영되기를 결정하는 것은 소관 위원회의 재량권에 속하는 것”이라면서 “위원회는 법안과 함께 전자청원의 ‘무덤’이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러한 낮은 입법 연계성은 영국와 독일에서도 공통적으로 관찰되는 현상이다.

국민동의청원 등록 순위에는 ‘수사/법무/사법제도’ 분야나 ‘정치/선거/국회운영’ 관련 내용이 높은 비중을 차지했지만 실제 입법에 반영된 청원은 달랐다. 입법에 반영된 청원 내용을 살펴보면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고 사회적 반향을 일으킨 이슈들이었다.

대안반영폐기된 6건의 청원은 △학부모의 악성 민원 방지 △교권 보호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 △노동권 보장을 위한 노조법 2·3조 개정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위한 특별법 개정 △텔레그램에서 발생하는 디지털 성범죄 해결 등이었다.

국민동의청원은 낮은 입법 반영률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정치에 직접 참여하고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는 중요한 통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보고서는 “다양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음에도 여전히 전자청원제도를 채택하는 국가는 늘어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치과정에서 국민의 참여는 대의민주주의의 정당성을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이기 때문일 것”이라면서 “전자청원에 참여하는 청원인의 목적이 반드시 정책변화에만 있는 것은 아니며, 자신들의 입장이나 정책선호를 청원을 통해 표출하고 정치인이 이를 듣는 것 자체만으로서 정치효능감을 느낀다는 점은 전자청원이 정치과정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국회 전자청원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국회 임기 만료가 임박한 시점에 성립된 청원이 임기만료로 자동 폐기되는 문제 △동일한 내용의 청원이 중복으로 등록되는 비효율을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자청원 심사를 전담하는 독립적인 위원회를 신설해 전문성을 높이고, 일정 규모 이상의 동의를 얻은 청원에 대해서는 단순히 소관 위원회 회부에 그치지 않고 위원회 차원에서 공청회를 의무적으로 개최하는 방안 등을 제안했다.

실제 영국에서는 1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청원은 웨스트민스터홀에서 토론하도록 하고 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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