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수조원이어도 직원 300명 미만이면 공공기관 ‘감시사각지대’로 빠져 나간다
자산·총수입액·직원수 중 하나만 미충족, ‘기타공공기관’ 지정
사학연금 부산항만공사 인천항만공사 서민금융진흥원 등
까다로운 경영평가·임원 선발, 예비타당성조사서 ‘제외’
기재위 “공공기관 분류 부적절 … 재무건전성 관리 안돼”
공기업, 준정부기관, 기타공공기관 등 공공기관 분류기준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와 주목된다. 아무리 자산규모가 크고 총수입액이 많아도 직원 정원이 300명을 밑돌면 기획재정부로부터 평가를 받는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이 아닌 부처로부터 관리를 받는 기타공공기관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와 국회의 감시에서 벗어난 ‘사각지대’로 들어가는 셈이다.
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2024회계연도 결산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정원 300명이 미달되면서 기타공공기관에 빠진 공공기관은 2023년의 경우 부산항만공사, 인천항만공사 등 4개 항만공사를 포함해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과 서민금융진흥원, 한국언론진흥재단 등 39개 기관이며 올해에도 대한석탄공사가 기타공공기관으로 전환됐다. 특히 올해는 새롭게 공공기관에 들어온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재단, 스포츠윤리센터,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등 4개 기관이 기타공공기관에 지정됐다.
이에 따라 올해 기준 공기업은 31개, 준정부기관은 57개로 100개에 못 미치는 반면 기타공공기관은 243개에 달한다.
자산규모 30억원 이상, 총수입액 200억원 이상, 정원 300명 이상 등 3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공기업이나 준정부기관으로 지정된다. 이 중 하나라도 미달되면 기타공공기관으로 빠지게 된다.
공기업·준정부기관과 기타공공기관은 경영평가 주체, 임원의 임명 절차 적용 여부, 예비타당성조사, 출자·출연 사전 협의 대상 등에서 큰 차이가 있다.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은 까다로운 기획재정부의 경영평가를 받아야 하고 임원을 임명하는 데에도 공공기관운영에 관한 법률에 명시된 임명 절차를 적용받게 된다. 또 예비타당성조사를 받아야 하며 출자·출연 때는 사전 협의도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
반면 기타공공기관의 경우엔 주무부처가 경영평가를 실시하고 개별법이나 정관에 따라 임원을 임명할 수 있다. 예비타당성조사나 출자·출연 사전 협의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국회 기획재정위는 “공공기관 유형 분류 기준 중 하나라도 충족하지 않으면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되는 것은 기관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부적절한 문제가 있다”며 “기관의 총수입액이나 자산규모가 공기업·준정부기관 지정 기준을 상회함에도 정원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였다는 사유로 해당 기관들을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2023년에 공기업에서 기타공공기관으로 변경된 부산항만공사와 인천항만공사의 경우 정원은 300명 미만이지만 총수입액은 각각 4203억원, 1720억원으로 총수입액 기준(200억원 이상)을 큰 폭으로 상회하고 있다. 자산규모 역시 각각 7조8489억원, 3조6370억원으로 자산규모 기준(30억원 이상)을 큰 폭으로 넘어섰다.
사학연금공단의 경우 총수입액은 6조2151억원, 자산규모는 26조9486억원이고 서민금융진흥원 역시 총수입액(1조326억원)과 자산규모(5조1984억원)가 기준을 크게 상회했지만 정원 기준 미달로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됐다. 대한석탄공사 역시 총수입액이 798억원, 자산규모가 8568억원으로 상당한 규모임에도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됐다.
기타공공기관 지정으로 중장기재무관리계획 수립 대상에서 제외돼 재무건전성에 대한 국회 차원의 관리·감독이 어려운 문제도 지적됐다.
사학연금공단의 경우 2042년에 사학연금기금 적립금이 소진되고 서민금융진흥원의 경우 부채비율이 2018년 29%에서 2023년 614.2%로 급증한데다 대한석탄공사는 2023년 말 기준 완전자본잠식상태이지만 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는 “단순히 정원 미달을 사유로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되고, 이에 따라 중장기재무관리계획 수립 대상에서 제외돼 재무건전성에 대한 적절한 관리·감독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현행과 같은 공공기관 유형 분류 체계는 정원 기준을 경직적으로 적용해 기관의 전반적인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으므로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 유형을 분류하도록 개선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