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부부 기소, 특검 수사 ‘2라운드’
김건희특검 ‘매관매직’ 인사전횡 의혹 정조준
내란특검 ‘국무위원·계엄해제방해’ 수사 박차
해병특검, 기간 연장하고 수사외압 규명 속도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 윤석열정부 국정 2인자였던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재판에 넘겨지면서 특별검사 수사가 ‘2라운드’에 접어든 모습이다. 여전히 규명해야 할 의혹이 산적해 있는 만큼 특검팀은 공소 유지와 함께 남은 의혹의 진상을 파헤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건희 여사 관련 각종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검팀은 지난달 29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개입, 건진법사·통일교 청탁 등 혐의로 김 여사를 구속기소한 데 이어 남은 수사 대상 사건을 들여다보고 있다.
◆김건희 연결고리 밝혀낼까 = 특검팀은 우선 김 여사가 여러 인물에게 고가의 귀금속을 받고 각종 인사 청탁을 들어줬다는 ‘매관매직’ 의혹의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김 여사는 2022년 3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맏사위가 공직에서 일할 기회를 달라’는 청탁과 함께 반클리프 목걸이 등 1억원대의 장신구를 수수한 의혹을 받는다. 실제 검사 출신으로 이 회장의 맏사위인 박성근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은 목걸이를 전달한 지 약 3개월 후에 임명됐다.
로봇개 사업가 서성빈씨로부터 2022년 9월 5000만원 상당의 바쉐론 콘스탄틴 시계를 받은 의혹도 있다. 서씨는 시계를 받은 김 여사가 윤 전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을 도와달라며 대통령실 홍보수석 자리를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최근에는 이배용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 임명과정에서 금거북이를 받았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특검팀은 김 여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금거북이와 함께 이 위원장이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쓴 것으로 추정되는 편지를 발견했다. 특검팀은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이 위원장을 불러 금거북이를 전달한 경위 등을 캐물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 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 대통령실 관저 이전 의혹,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의혹,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등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이다. 김 여사가 지위와 위력을 이용해 청탁을 하거나 이득을 챙기려했다는 의혹들로 김 여사가 개입한 직접적인 연결고리를 밝혀내는 게 특검 수사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덕수 기소 후 박성재 겨냥 =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사건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검팀은 지난달 29일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 등으로 한 전 총리를 불구속 기소했다. 내란 특검이 윤석열정부 국무위원을 기소한 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 이어 세 번째다. 특검은 비상계엄 국무회의에 참석한 다른 국무위원들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거론되는 수사 대상 국무위원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이다. 박 전 장관은 계엄 당일 한 전 총리 등과 함께 대통령실에 가장 먼저 도착한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그는 계엄 직후 법무부 간부회의를 소집해 ‘합동수사본부에 검사 파견을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박 전 장관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해 주요 체포 대상자의 출국금지를 준비하려 했다는 의심도 받는다.
계엄 당일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재외 공관 대응 관련 문건을 받은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지시가 담긴 문건을 받은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한 조사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검은 국무위원 외에도 정진석 전 비서실장,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 등 계엄 선포 전 대통령실에 소집된 인사들의 관여 여부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국회 계엄 해제 의결 방해 의혹 수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계엄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였던 추경호 의원 등은 윤 전 대통령측의 요청을 받고 의원총회 장소를 여러 차례 변경하는 방식으로 다른 의원들의 계엄 해제요구안 표결 참여를 방해했다는 의심을 받는다.
특검팀은 계엄 해제 방해 의혹과 관련해 계엄 당시 국민의힘 소속으로 표결에 참여했던 김상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국민의힘 조경태 김예지 의원, 민주당 백혜련 김성회 박성준 의원 등을 조사했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다만 표결에 불참했던 국민의힘 의원들이 협조하지 않고 있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통한 자료 확보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특검팀은 지난달 21일 국회 본청 폐쇄회로(CC) TV 자료 등을 확보하기 위해 국회사무처를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특검팀은 이와 함께 윤 전 대통령이 계엄 선포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지난해 10월경 드론작전사령부에 평양 무인기 투입을 지시했다는 외환 의혹 수사도 진행하고 있다.
◆이종섭 출금해제 심의 현직 검사 조사 = 해병대 채상병 순직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검팀은 지난달 30일까지였던 수사기간을 한 달 연장하고 2차전에 돌입했다.
특검팀은 그동안 채상병 순직사건 수사 외압,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 등에 대한 수사를 진행해왔다. 특히 임 전 사단장 등에게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한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결과 보고를 받고 윤 전 대통령이 크게 화를 냈다는 이른바 ‘VIP 격노설’의 실체를 확인한 점은 특검 수사의 성과로 꼽힌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의 격노 이후 이 전 장관 등에게 어떤 지시가 있었는지, 채상병 사건 수사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등을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격노한 배경에 임 전 사단장에 대한 구명 로비가 있었는지도 수사 대상이다. 특검팀은 김 여사와 친분이 있는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구명 청탁에 연루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어어가고 있다. 이와 별개로 기독교계 인사들을 통한 구명로비 가능성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이밖에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호주대사로 임명해 빼돌리려 했다는 도피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와 관련 특검팀은 지난달 31일 임세진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그는 지난해 3월 8일 이 전 장관에 대해 출금해제 결정을 내린 법무부 출국금지 심의위 회의에 심의위원으로 참석했다. 특검팀은 임 부장검사를 상대로 회의 개최 이전에 윗선으로부터 지침이 있었는지 등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혹의 정점인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는 특검 수사에 응하지 않거나 진술을 거부하고 있어 특검 수사가 순탄치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의혹을 규명할 증거와 관련자 진술 등을 얼마나 확보하는 지가 수사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