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토류 공급망, 자동차산업을 흔들다

2025-09-02 13:00:01 게재

중국, 희토류 채굴 70%·정제 85%·자석생산 90% 이상 점유

미국, 다양한 대체방안 강구 중 … “한국, 협력기회 모색해야”

중국이 독점하다시피 하는 희토류 공급망이 글로벌 자동차산업을 흔들고 있다. 희토류 수급 차질은 이미 현실로 나타났고, 공급망 불안은 생산 중단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2일 코트라 디트로이트무역관이 펴낸 ‘희토류 공급망, 미국 차산업을 흔들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2024년 기준 세계 희토류 채굴량의 약 70%, 정제 능력의 85%, 자석생산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채굴부터 가공, 자석 생산에 이르는 전 공정에서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도 일부 채굴을 진행하고 있지만 정제와 자석생산은 여전히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 전체 희토류 수입의 70%가 중국산이다. 전기차와 방산 기술에서 희토류의 전략적 가치가 높아지고 있는데 특정 국가에 집중된 공급 구조는 구조적 위험요인이다.

중국 정부는 4월 희토류 원소 7종에 대해 수출 허가제를 도입했다. 7종은 사마륨(Sm) 가돌리늄(Gd) 테르븀(Tb) 디스프로슘(Dy) 루테튬(Lu) 스칸듐(Sc) 이트륨(Y) 이다.

디스프로슘과 테르븀은 전기차 구동용 네오디뮴(NdFeB) 자석의 핵심 합금 원소다. 수출 승인률이 25%에 그치며 직접적으로 미국의 자동차 생산 차질을 초래했다. 포드는 5월 시카고 조립공장에서 희토류 자석 확보 지연을 이유로 일시적으로 가동을 중단한 바 있다.

완성차와 부품사를 대표하는 미국 자동차혁신연합(AAI)과 자동차 및 부품제조업체협회(MEMA)는 5월 백악관에 “희토류 자석이 없으면 파워스티어링부터 변속기까지 생산차질이 불가피하며, 결국 미국내 자동차 조립라인의 가동중단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서한을 보냈다.

자동차 1대에는 10개에서 많게는 100개까지의 소형 전동 모듈이 탑재된다. 이들 중 상당수는 고성능 영구자석을 기반으로 작동하며, 네오디뮴 합금자석은 고출력 구동장치와 정밀제어 부품에 널리 쓰인다.

에너지전문 리서치기관 썬더 세드 에너지에 따르면 최근 판매된 전기차 중 약 80~90%는 네오디뮴 계열 희토류 영구자석을 사용하고 있다. 차량 1대당 평균 사용량은 약 1.5kg으로, 구동 모터 기준으로 1kW당 약 7.5g 수준이다. 국제에너지기구 (IEA)는 2040년까지 네오디뮴 자석 수요가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미국은 중국 중심의 희토류 공급망을 극복하기 위해 희토류 내재화를 국가안보 전략으로 규정하고, 채굴과 정제, 자석생산 등 전주기 공급망 구축작업에 착수했다. 하지만 2025년 현재 역량은 채굴과 정제에 집중돼 있으며, 자석 생산을 포함한 후공정은 아직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다.

공급망 확대 지연의 배경에는 자원확보와 기술력 부족 외에도 인허가 지연·환경규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S&P 글로벌은 2000년 이후 상업생산을 시작한 글로벌 광산사례를 분석한 결과 탐사에서 실제 생산까지 평균 16.3년이 소요됐다고 분석했다.

희토류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전략 중 하나로 재활용 기반 확대도 병행한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섹션 45X는 재활용을 통해 회수하거나 정제한 희귀 금속이 일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생산비용의 10%를 세액공제해준다. 다만 수거편차와 정제수율

문제 등 상업화 제약은 존재한다.

또 주요 완성차 기업들은 희토류를 사용하지 않는 구동모터의 대체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GM은 2020년 62kW급 보조 모터에 희토류가 필요 없는 유도모터를 공개했다. GM과 스텔란티스는 미국 소재기업 나일론 마그네틱스에 총 3300만달러의 전략적 투자를 단행하고 희토류 프리자석의 개발 및 상용화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BMW와 포드 등 다른 주요 완성차 기업들도 희토류 자석의 대체 자재와 모터 구조 변경 가능성을 중심으로 기술 로드맵을 재검토하고 있다.

코트라 디트로이트무역관은 "한국 기업들은 미국의 공급망 재편 흐름에 맞춰 희토류 저감기술과 자석 응용분야 전반에서 협력기회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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