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주택 보증금 떼인 청년 ‘조례’로 구제

2025-09-02 13:00:01 게재

서울시의회 ‘안심주택 지원 조례’

이사갈 보증금, 시에서 우선 지원

공공주택에 입주한 임차인들이 보증금을 받지 못하는 피해가 확산되는 가운데 지방의회가 청년들 보호에 나섰다.

서울시의회는 2일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에서 보증금 미반환 사고가 난 경우 피해자에게 실질적 구제 수단을 제공할 수 있도록 ‘서울시 안심주택 공급 지원에 관한 조례 개정안’을 긴급 발의, 상임위 심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조례에는 서울시가 만든 청년안심주택 입주자들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이사갈 수 있는 보증금’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았다. 청년들이 거리에 나앉는 것을 막기 위해 시가 먼저 융자 지원을 하도록 법적 근거를 신설한 것이다.

앞서 시는 보험 가입이 되어있지 않아 건물 경매 시 보증금을 떼일 위기에 처한 청년들을 위해 선순위 임차인들의 보증금을 보장하는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피해 청년들은 대책이 크게 미흡하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피해를 입었거나 향후 피해가 예상되는 청년 세입자 대부분이 금융권에 권리가 밀린 후순위 채권자인데 이들에 대한 지원 대책은 법 개정 이후로 미뤄졌기 때문이다.

높은 주거비와 전세사기를 피하기 위해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에 입주한 청년들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태가 확산되고 있다. 청년들 주거난이 심화되는 가운데 지난달 서울의 원룸 평균 월세가 올해 들어 가장 큰 폭으로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서울시의회 최호정 의장이 긴급 발의한 이번 개정안은 이같은 후순위 임차인을 지원하는 게 핵심이다. 시의회 관계자는 “하루가 급한 청년들에게 법이 개정될 때까지 기다리라는 건 가혹한 일이며 이들은 전세사기를 피해 공공을 믿고 안심주택에 입주한 것 외엔 잘못한 게 없는 사람들”이라며 “선순위 후순위를 가리지 않고 당장 지원해줄 수 있는 길을 열기 위해 조례 개정에 나섰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선지원한 보증금을 회수할 수 있는 방안도 막혀 있지 않다. 시는 금융지원을 제공한 피해자로부터 우선매수권을 양도받아 경매에 참여하기로 했다. 경매를 통해 시세 보다 낮은 가격에 매입한 뒤 차익으로 최대한 지원금액을 보전하는 방법이다.

특별법 혜택을 활용하는 방안도 있다. 일정 기간 시간이 소요되지만 돈을 떼인 임차인이 전세사기피해자로 인정될 경우 법에 따라 금융지원 등 보호를 받을 수 있고 이를 활용해 지원액을 회수할 수도 있다.

개정안은 이 밖에도 법률·금융·주거 상담, 임시 거처 제공, 이주비 지원 등 임차인 보호를 위한 다양한 길을 터놨다. 시가 관계기관과 협력해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세부지원 내용은 유형에 맞춰 조치하도록 했다.

아울러 최 의장은 토지임대부 사회주택도 보증보험 가입이 되도록 하자는 내용이 담긴 법 제정 촉구안을 제출했다. 건의안에는 △공공토지 기반 사회주택에 대한 보증보험 가입 특례 신설 △임대차 계약 전 임차인 대상 정보공개 의무화 △지방정부의 감독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조례안은 이날 상임위(주택공간위원회) 심의를 거쳐 오는 12일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다. 시의회 내부에서도 청년안심주택 보증금 미반환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만큼 조례 통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례가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이르면 10월부터 적용이 가능하다.

시의회 관계자는 “정부와 서울시가 보증보험 가입 기준을 놓고 실랑이를 하며 시간을 보내는 사이에 지방의회가 조례를 만들어 청년들 보호에 나섰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조례가 시민의 삶을 지킬 수 있다는 선례가 되면 지방의회 위상 제고에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의장은 “공공을 믿고 입주한 청년 임차인들에게 실질적인 지원책을 만들고자 한다”면서 “한명의 피해자도 발생하지 않도록 서울시와 함께 발빠르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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