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오늘 베이징 도착…북중러 부각될 열병식 주목
‘반트럼프·반서방’ 연대 연출
중국 전승절 8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탑승한 전용열차가 1일 오후 평양을 출발해 2일 새벽 북중 국경을 통과했다. 2일 오후 베이징에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정은 동지께서 ‘중국인민항일전쟁 및 세계반파쑈전쟁승리 80돐 기념행사’에 참석하시기 위하여 9월 1일 전용렬차로 평양을 출발하시었다”며 “전용열차는 2일 새벽 국경을 통과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은 2019년 1월 이후 6년 8개월 만이다.
통신은 김 위원장의 방중 길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의 주요지도간부들이 동행하고 있다”고 했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출발 전 전용열차 옆에서 담배를 피우며 조용원 비서와 김덕훈 비서 등에게 무엇인가 지시를 하는 사진, 열차 안 집무실에서 최선희 외무상과 김성남 국제부장 등과 웃으며 담소를 나누는 사진 등을 함께 게재했다.
배우자인 리설주 여사나 딸 주애, 여동생인 김여정 당 부부장의 동행 여부는 기사에서 언급되지 않았고 사진에서도 모습이 확인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이 베이징에 도착해 3일 열리는 ‘중국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제2차 세계대전) 승리 80주년’ 열병식에 참석하면 북한·중국·러시아 3국 정상이 탈냉전 이후 처음으로 한자리에 등장하는 대형 이벤트가 된다.
열병식을 지켜보기 위해 마련된 톈안먼 광장 망루 위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앙에 서고, 좌우로 김 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나란히 자리한 모습이 전세계에 생중계되면 반서방 연대 강화와 신냉전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오는 3일 천안문광장에서 북·중·러 정상이 나란히 앉은 모습은 ‘신냉전 구도의 결정적 장면’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짚었다. 특히 북중러 정상들이 사상 첫 3자 회담까지 가질 경우, 지난달 이재명 대통령의 일본·미국 연속 순방으로 강조된 한미일 협력에 정면 대응하는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가 뚜렷하게 부각될 전망이다.
중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정책 등에 맞서 러시아와 북한 말고도 동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 남미 등 이른바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를 우군으로 모으는 ‘반서방 연대’ 행보를 보여왔다. 지난달 31일~이달 1일 톈진에서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도 이런 기류가 뚜렷했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정상회의 연설을 통해 국제 정세가 혼란한 이유로 “괴롭힘 행위”를 거론하며 미국을 우회 비판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