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현재 시스템 비효율성 지적

2025-09-02 13:00:01 게재

은행권 생존 게임으로 몰고

중앙은행·통화신뢰도 지적

미국의 스테이블코인 법제화는 전 세계를 흔들어 놓았다. 많은 국가들이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이 국제 결제에서 달러의 지배력을 강화하고, 심지어는 자국의 결제 시스템을 대체할 수 있다는 전망에 충격을 받고 있다. 유럽중앙은행은 통화정책 자율성 상실과 대미 의존 심화를 경고했다.

코넬대학교 경제학 교수이자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이며, 저서 '돈의 미래'의 저자 에스와르 프라사드 교수는 8월 3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에서 스테이블코인의 각국의 대응에 대한 기고를 게재했다.

여러 국가가 자국 통화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촉진하거나 규제를 새로 마련해 외화 연동 코인의 사용을 억제하려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프라사드 교수는 이같은 즉각적이고 방어적인 대응은 이해할 수 있으면서도 방향이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프라사드 교수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이 실제로 들춰내는 것은 현대 금융시스템에 깊이 자리한 비효율성이다. 동시에 새로운 기술이 이를 어떻게 개선해 효율적이고 저렴하며 누구나 접근 가능한 국내외 결제 수단을 만들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더 나아가 이는 각국 중앙은행과 자국 통화에 대한 신뢰 부족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그는 정부와 규제 당국, 중앙은행이 무엇보다 이러한 근본 문제의 신속한 해결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로존은 단일 통화와 엄격한 금융 규제를 갖고 있으면서도 통합 결제망은 부족하다. 디지털 유로가 추진되고 있으나, 민간 대안 부재는 유럽 금융의 분절성을 드러내며, 유로화의 국제적 위상 확대를 가로막는다.

경제 기반이 약하거나 자국민조차 통화를 신뢰하지 못하는 그 외 국가들은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에 잠식될 위험이 크다고 프라사드 교수는 우려했다.

중국과 인도는 선진 결제망을 갖췄지만 외국인 투자자 신뢰의 기복과 자본 통제 탓에, 달러 코인의 확산이 위안화와 루피의 국제적 도약을 제약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은행권도 위협받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이 예금 대체 수단이 되면 상업은행의 기반이 흔들린다. 이에 은행들은 예금을 토큰화하고 국경 간 결제 수수료를 낮추며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새로운 경쟁이 개선을 촉발하는 것이다.

그러나 달러 기반 코인의 부상에 대한 해법은 자국 통화 코인 발행이나 소매형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도입이 아니다. 이는 임시 처방일 뿐, 금융 인프라의 비효율성과 통화 신뢰의 취약성이라는 근본 병폐를 치유하지 못한다는 게 프라사드 교수의 주장이다. 진정한 돌파구는 더욱 견고하고 포용적인 국내 결제 생태계의 구축에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스테이블코인, 토큰화된 예금, 제3자 결제 서비스가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공존할 수 있는 규제 프레임워크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경간 결제 혁신도 시급하다. 자본통제의 점진적 완화와 함께 도매형 디지털화폐, 블록체인 기반 청산결제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여 거래 비용과 위험을 획기적으로 줄여나가야 한다.

궁극적으로 가장 중요한 과제는 중앙은행과 통화에 대한 신뢰의 복원이다. 이는 단순히 화폐를 디지털화하는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일관된 통화·재정·규제 정책과 독립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중앙은행의 문제다.

상업은행도 결제 중개 역할을 지켜내기 위해 기술 도입과 서비스 차별화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결국 스테이블코인은 금융의 파괴자가 아니라 진화의 촉매제라고 프라사드 교수는 진단했다. 각국 금융당국과 기관들을 더 높은 차원의 경쟁력으로 끌어올리는 변화의 동력이란 것이다. 그는 이것이 스테이블코인이 인류에게 남길 가장 값진 유산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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