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 통신·가전 등 주요품목 글로벌 점유율 확대 주춤
미국정부 규제·자국 내수부진 등이 원인
AI 등 성장 분야 미국· 중국기업이 압도
전세계 시장에서 ‘메이드인차이나’ 제품의 점유율 증가세가 일부 주춤한 것으로 추정됐다. 미국발 관세 압력과 중국 내부의 소비 침체 등이 중국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감시카메라·에어콘 등 15개 품목서 저하 =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지난해 전세계에서 팔린 71개 주요 품목의 상위 5개 기업 국가를 분류해 점유율을 분석한 결과, 중국은 15개 품목에서 점유율이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2023년 13개 품목의 점유율이 떨어진 것에 비해 하락한 품목이 더 늘었다.
중국 기업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하락한 품목에는 통신기기 등 미국의 수입규제가 거센 제품이 다수 포함됐다. 대표적으로 감시카메라는 전세계 점유율 상위 5개 업체 가운데 4개를 차지할 정도로 중국의 영향이 막대하다. 하지만 중국 기업의 전체 점유율은 전년도 52.5%에서 49.9%로 2.6%p 하락했다.
미국을 비롯해 서방이 수입과 판매를 규제하고 있는 하이얼의 이 분야 점유율은 전년 대비 1.8%p 하락했다. 이 신문은 “미국 정부는 안전보장 등을 이유로 엄격한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며 “중국의 통신 관련 기업을 미국내 인프라에서 배제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기업의 성장이 두드러진 클라우드 서비스 분야에서도 점유율 4위 알리바바(-0.7%p)와 5위 화웨이 등의 확장세가 주춤했다.
거대한 중국내 시장을 배경으로 빠르게 성장해 온 가전 부문에서도 정체가 눈에 띈다. 냉장고는 하이얼의 글로벌 점유율이 22.8%로 전년 대비 0.3%p 떨어졌다. 상위 3개 업체가 중국 기업인 가정용 에어컨 분야에서도 51.8%로 전년보다 0.3%p 하락했다.
신문은 “중국은 2021년 헝다그룹의 파산 위기 등 부동산시장이 불황에 빠지면서 가전제품 등 주택에 설치되는 품목의 소비도 침체됐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여전히 중국 기업의 글로벌 점유율이 커지고 있는 품목도 24개로 전년(21개)보다 늘었다. 대표적으로 전기자동차(EV)는 점유율 1위인 테슬라(16.1%)에 맞서 BYD 등 중국 기업 3개사의 점유율이 30%를 넘어섰다. 스마트폰도 샤오미는 물론 저가제품을 앞세워 아프리카 시장을 확대하고 있는 트랜시온 등이 점유율을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PWC컨설팅사 관계자는 “중국 기업은 신흥국에서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지만 자국내 내수는 여전히 침체된 상태”라며 “향후 보조금 정책의 중단 등으로 인해 중국 기업의 점유율은 더 하락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주요 72개 품목 가운데 전세계 점유율 1위를 보이는 제품의 국가별 현황에 따르면, 미국이 27개로 가장 많다. 이어서 중국(18개)과 일본(9개) 등이 뒤를 이었다.
◆성장 분야, 미국 빅테크가 압도 = 미국은 시장이 커지고 있는 분야에서 압도적인 강세를 보였다. 2023년 대비 시장규모가 187배 커진 생성AI 분야에서는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사가 81.7%의 압도적인 지배력을 갖고 있다. 클라우드 서비스 분야도 전년 대비 3.7배 성장했다. 이 분야에서도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해 아마존웹서비스(AWS), 구글 등이 지배적인 점유율을 갖고 있다.
이밖에도 GPU와 D램, 서버 등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3~5위 품목에서도 미국은 앞서 가고 있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시장규모가 커지는 상위 20개 품목 가운데 미국은 47개 기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서 중국(25개)과 한국(10개), 일본(9개) 등이 뒤를 이었다.
일본은 16개 품목에서 점유율이 하락했고, 8개 품목은 상승했다. 일본이 전세계 점유율 1위인 품목은 자동차와 이륜자동차, 디지털 카메라 등이 해당했다. 특히 일본은 시장이 축소되고 있는 품목에서 우위를 보였다. 지난해 시장규모가 전년 대비 축소한 16개 품목의 79개 기업 가운데 23%(18개사)가 일본 기업으로 집계됐다. 대표적으로 전년 대비 시장이 7.1% 축소된 복합기 분야에서는 캐논(18.6%) 등 상위 5개사 모두 일본 기업이 차지했다. 잉크젯프린트 시장도 지난해 대비 시장이 1.8% 축소됐는데, 일본 기업이 상위 2~4위에 포함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AI 등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에서 일본 기업의 존재감은 크게 떨어진다”며 “반도체 소재와 부품 등 강세를 보이는 분야에서 일본 기업의 시장 확대 과제가 제기된다”고 했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한국 기업은 D램 반도체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낸드 플래시 반도체, 초박형 TV 등 4개 품목에서 세계 정상에 올랐다. 1위 분야 수는 2023년과 같다. 4개 품목 모두 삼성전자가 2023년에 이어 점유율 1위를 지켰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