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청년보호 앞장선 서울시의회에 박수를

2025-09-03 13:00:02 게재

청년안심주택 보증금 미반환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3일 서울시의회는 청년안심주택 입주자들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경우 먼저 ‘이사 갈 보증금’을 지원하는 내용의 ‘청년안심주택 임차인 지원 조례안’ 심사를 마쳤다. 정부와 서울시가 보증보험 가입요건 완화를 두고 공방을 벌이는 사이에 지방의회가 직접 피해 청년 보호에 나선 것이다. 본회의 문턱이 남아 있지만 이번 조례가 청년들이 입은 충격과 상처를 보듬는 출발이 되길 기대한다.

문제의 본질은 간단하다. 공공이 개입한 사업임에도 정작 공공은 보증금 반환 문제에 직접적인 책임을 지지 않는 구조가 숨어 있는 사업이었다는 점이다. 청년들은 시중의 높은 임대료와 전세사기 위험을 피하려고 공공이 마련한 주택에 입주했다. 그런데 여기서 보증금을 떼이는 사태가 벌어졌다. 공공주택에서조차 보증금을 지킬 수 없다면 앞으로 어떤 시민이 정부나 서울시의 공공주택 정책을 믿을 수 있을까.

이번 기회에 제도의 구조적 허점도 손봐야 한다. 공공이 신뢰성을 담보한다고 믿은 청년들은 임대인의 재무 건전성이나 다주택 여부를 꼼꼼히 따질 필요가 없었다. 또 보증보험 가입이 의무화되지 않거나 강화된 기준으로 인해 보험 가입이 불가능한 사업장이 늘어나는 문제, 보증보험 가입 비용을 청년이 떠안아야 하는 구조 등은 사실상 보증 기능을 유명무실하게 했고 ‘안심’이라는 이름마저 무색하게 만들었다.

그런 점에서 서울시의회의 이번 조례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 서울시가 임차 청년에게 먼저 보증금을 지원하고 추후 회수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함으로써 사태 수습에 한발짝 다가섰기 때문이다. 조례가 법보다 가까이에서 시민을 지켜줄 수 있다는 사례가 됐다는 점도 반갑다. 그간 저평가된 지방의회에 대한 인식을 바꿀 계기가 될 수 있어서다. 본회의를 통과하면 10월부터 현장 적용이 가능하다는 점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당국은 이 사태를 단순한 개별사건으로 치부하지 않아야 한다. 대한민국 청년세대가 체감하는 사회적 불평등과 불안정성의 축소판이기 때문이다. 정부와 서울시도 더 이상 책임을 미룰 여유가 없다. “민주당 정부가 굳이 오세훈 시장을 도와야 하느냐” “보증보험 요건을 강화하지 않은 정부 탓이다”라는 식의 책임 미루기나 정치적 계산은 당장 걷어 치워야 한다.

당국이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사이에 서울 원룸 평균 월세는 7월 기준 73만원으로 전월 대비 5만3000원(7.9%) 올라 올해 들어 가장 큰 상승폭을 보였다. 청년들 마지막 피난처여야 할 공공주택만큼은 안전해야 한다. 이번 조례가 그 출발점이자 정부와 서울시가 전향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이제형 자치행정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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