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에너지
실효성 의심되는 지자체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
방학 전 작성하는 방학기간 학습계획표는 항상 야심찬 목표로 가득하다. 계획서를 작성할 때는 실천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충만해 일간 주간 학습스케줄은 휴식없이 빡빡하게 채운다. 목표 달성 후를 상상하며 뿌듯해하기까지 한다. 학습계획표를 작성한 학생들 중 소수 만 자신의 계획을 실행하고 성취를 한다. 그것은 그들이 목표에 대한 집념과 성실성이 높은 것도 있겠으나 실천가능한 목표를 세우고 반드시 실행을 하기 때문이다. 무엇이 실천가능한 목표인지를 잘 알고 있는 학생들만이 그런 현실적 목표를 세운다.
또 다른 소수 학생들은 부모의 강요나 스스로의 욕심으로 인해 실제로는 결코 달성할 수 없는 목표를 세운다. 예를 들면 영어사전의 단어를 방학 한달 만에 모두 암기하겠다는 것들이다. 이루기도 불가능하지만 그 방법의 효과성도 입증되지 않은 것들을 목표로 삼는다. 현재까지 제출된 226개 시군구의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서를 보면 바로 그 방학 전 작성한 학습계획표를 생각나게 한다.
전국 226개 기초지자체에서 지역별 탄소중립 실천전략인 ‘제1차 시군구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수립해 환경부에 제출했다. 이 시군구의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서에 따르면 다양한 수준의 감축목표와 이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으로서의 부문별 세부 사업 내용이 정량적 근거 데이터와 함께 소개되어 있다. 현실적으로 목표를 잡은 지자체가 있기도 하지만 수치상으로 너무 높은 목표를 제시한 지자체도 적지 않다.
국가 감축계획에 의존해 자기 목표 부풀리기
그런데 지자체의 부문별 총량 목표를 제시한 수치의 근거들인 세부 사업내역을 검토해 보면 사업별 감축량의 합이 부문별 목표 감축량과 일치하지 않는 곳들이 많다. 예를 들면 건물 부문 목표감축률은 40%인데 건물 부문 세부 사업 카드상의 각 감축량을 모두 합쳐보면 10%밖에 되지 않으며 그것에 대한 이유도 설명돼 있지 않다.
잠재적(?) 감축량을 나름의 근거로 제시한 계획서에서는 전기사용량의 온실가스 배출계수 개선에 의한 감축효과를 산출한 사례들도 있다. 건물의 전기사용량에 의한 온실가스 감축량이 10년 이후 국가의 에너지 전환 부문 감축계획이 달성되는 것을 전제해 잡는 식이다. 말하자면 전기의 온실가스 배출계수 조정으로 인해 자동으로 얻어지는 효과를 반영한 셈이다. 특히 서울특별시의 자치구들의 경우 이 에너지 전환에 의한 온실가스 감축량을 산출한 곳이 많다.
에너지 부문에서 전기사용률이 높은 상업 공공건물 비율이 큰 대도시 기초지자체에서는 건물 부문 총 감축량의 약 30~50%가 국가 에너지전환 사업에 의한 자연감축 효과로 산출된다. 이 경우 지자체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40%지만 실제로는 25% 정도의 자체 감축사업으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자체 감축사업에서 도로 수송과 폐기물 부문을 제외하면 건물 부문 목표감축률은 15% 전후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국가의 건물 부문 온실가스 감축률 목표 35%와 비교할 때 크게 부족한 것이다. 전체 목표 감축률은 국가의 에너지 전환 사업의 성과에 의존하고 자체 감축 사업의 목표는 작게 설계한 것이다.
그에 반해 서울특별시 한 자치구는 건물 부문 감축률을 10년 후 94%로 제시한 곳이 있다. 2018년 관리권한 내 총 온실가스배출량이 300만톤인데 2034년 감축량을 203만톤으로 하고 그중 건물 부문 감축량이 192만톤이 되도록 하겠다는 목표다. 2018년 대비 건물 부문의 배출량은 6% 선으로 낮추는 목표인데 이는 이 자치구의 모든 건물들을 제로에너지 2등급 수준이상으로 리모델링할 경우에 성취할 수 있는 수치다. 세부 사업항목에서 보면 이 과업을 주요하게 수행하는 사업은 건물 에너지 효율화인데(160만톤 감축 기여) 자치구에서 10년간 13억50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돼 있다.
인구소멸로 인한 감축도 계획에 포함한 곳도
부산의 한 자치구에서 가정 (건물) 부문의 감축목표가 65%인데 그 근거는 사업을 통해서가 아니라 지역소멸로 인한 인구감소 등으로 배출전망이 56% 줄어든다는 것이 중요한 내용이었다. 도시의 활력요소인 정주 및 생활 인구가 감소하면 온실가스배출도 줄어드는 현실을 반영한 수치다. 이는 지역발전 계획과 연계하지 않고 녹색성장이 없는 탄소중립만의 기본계획을 세운 것이다.
소수 지자체들의 우수 사례를 제외하고 현재의 지자체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서는 재검토하고 보완해야할 부분이 아주 많다. 또한 매년 목표대비 성과를 평가할 주요 성능지표도 지역의 경제 사회적 측면과 함께 평가할 지표(예를 들면 단위 인구당 탄소배출량 등) 개발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