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북중러 밀착에 “우려 안해”
반미·반서방 연대 부각에 애써 태연? … 우크라 종전·북미회담 등 고민 깊어질 판
트럼프 대통령은 2일(미국시간) 전승절 행사 수시간 전 백악관에서 취재진으로부터 북중러 3국 밀착을 도전으로 보거나 미국에 대한 견제 세력으로 우려하느냐는 물음에 “전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전승절 80주년 기념 대규모 열병식에는 시진핑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탈냉전 이후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세 정상은 열병식이 시작된 오전 10시(한국시간) 톈안먼 망루에 나란히 올랐다. 시 주석은 북한, 러시아를 비롯한 26개국의 국가 원수와 정부 수뇌를 초청했다.
특히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과 하루 전 정상회담을 갖고 “중국은 러시아와 더 공정한 글로벌 거버넌스 시스템의 형성을 촉진하기 위해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 “우리는 국제 정의와 평등을 단호히 지킬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혀 미국의 패권주의에 맞서 다자 질서를 주도하는 ‘반미·반서방 연대’의 리더 역할을 자처한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은 우리(미국)가 필요하다. 나는 시진핑 주석과도 매우 좋은 관계를 갖고 있지만, 중국은 우리가 그들을 필요로 하는 것보다 훨씬 더 우리를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앞서 방영된 ‘스콧 제닝스 라디오쇼’와의 인터뷰에서도 중국과 러시아 등이 밀착해 ‘반미 축’을 형성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지 않는다”며 “그들은 미국을 향해 군사력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을 중심으로 반미·반서방 연대의 결속이 한층 강화되는 상황을 크게 개의치 않는 이유로 무역 등 대중 관계에서 미국이 훨씬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점과, 자신이 북·중·러 3국 정상들과의 친분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 국가가 미국에 군사적 위협을 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거론한 것이다.
하지만, 북중러 3국의 밀착을 바라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가 마냥 편안하지는 않을 상황이다.
푸틴 대통령을 상대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양자회담을 조속히 마련해 종전 및 평화 협상을 진행하라고 압박하는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가 바짝 밀착하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달가울 수 없는 일이다. 중국이 러시아산 에너지 대량 수입과 대러시아 이중용도 품목(민수용과 군용으로 두루 사용될 수 있는 품목) 수출을 통해 러시아의 전쟁 수행을 간접 지원해왔는데, 중러 관계가 더 돈독해지면 이런 우려가 더 커질 수 있어서다.
또한, 김 위원장과의 북미 정상회담 추진에도 장애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미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하면서 대러 관계가 급격히 강화된 상황에서 중국과의 관계 개선까지 이뤄지면 김 위원장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유인이 약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만, 김 위원장이 과거 북미 협의 전에 중국 측과 사전교섭을 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방중이 북미 회담을 염두에 두고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좌에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포석이 깔렸다는 분석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라디오 인터뷰에서는 일단 푸틴 대통령을 향해 “매우 실망했다”고 말했지만 백악관 언론 질의응답에서는 다른 뉘앙스의 언급을 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과 관련해 ‘푸틴 대통령과 통화를 했느냐’는 질의에 “매우 흥미로운 것들을 파악했다. 앞으로 며칠 후에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정상회담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어떤 후과가 있을 지에 대해선 “어떻게 될지 지켜보겠다. 나는 그들이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일이 벌어질지 지켜볼 것”이라며 “나는 매우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답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